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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Review - 브라질 국채 투자에 ‘파란불’

Money Review - 브라질 국채 투자에 ‘파란불’

6% 세금 절감 혜택 … 헤알화 가치 하락, 성장 둔화는 주의해야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고 주가가 떨어지자 국채에 이어 외환 파생상품에 부과되는 토빈세마저 폐지했다.



귀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6월 4일(현지시간) 6%의 금융상품 거래세(토빈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최근까지 금융거래세 인하 가능성을 부인했다. 브라질 금융시장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발표였다. 브라질 정부는 6월 13일부터 외환 파생상품에 적용하던 토빈세도 폐지했다.

토빈세는 급격한 외화자금 유·출입의 충격을 막기 위해 해외에서 유입되는 채권 투자자금에 부과되는 금융거래세다. 2009년 10월 2% 부과를 시작으로 2010년 10월 초 4%, 10월 말 6%로 비율을 높여왔다. 무분별한 단기 투기자금의 유입을 막아 외환관리를 안정적으로 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브라질 경제 부진, 미국 양적완화 종료 우려로 해외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브라질은 주가 급락, 채권금리 상승, 환율 상승, 물가 상승 등 사면초가에 빠졌다. 특히 올 초 달러당 1.87헤알이던 환율이 2.14헤알로 급격하게 상승(평가절하)했다. 토빈세 폐지를 전격 단행한 주요 배경이다.



국채 이어 파생상품도 토빈세 폐지토빈세 폐지로 어떤 효과를 볼 수 있을까. 먼저, 토빈세 폐지는 시중금리 하락 요인이 된다. 이론적으로 10년물 국채의 경우 6%, 즉 연 0.6% 하락 요인이 된다. 하지만, 토빈세 폐지에 따른 시장의 투자심리와 채권투자 유입 규모 변화 정도에 따라 금리 변동폭은 달라질 수 있다. 실제 토빈세 폐지 이후 금리는 하락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토빈세 폐지는 환율 하락(평가절상) 요인이기도 하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증가하면 중기적으로 달러당 2.0~2.1헤알 수준으로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 등 더 큰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실제 토빈세 폐지 발표 이후 헤알화 환율은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곧 다시 올라 변화폭은 미미했다.

토빈세가 사라진 만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브라질 국채 투자의 새로운 기회가 될까? 브라질 국채는 최근 2년간 4조원 이상 팔릴 정도로 거액 자산가의 필수 투자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10%의 높은 금리와 비과세 효과는 저금리 시대에 엄청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투자 원금의 6%를 세금으로 떼이고 2~3%의 수수료를 물더라도 1년3개월 정도면 원금을 회복할 수 있으니 비과세를 기대하는 장기 투자자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6%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되니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최근 브라질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 원인도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신용평가회사 S&P는 6월 7일 브라질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장기 신용등급은 현재의 ‘BBB’등급을 유지했지만 전망은 어둡게 본 것이다. 부진한 경제성장, 정부의 채무부담 증가 가능성,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소비 둔화 위험, 인프라 개선 필요성 등이 전망을 하향한 배경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 양적완화 축소 논란으로 해외 자금이 빠져 나가면서 브라질 투자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점차 커졌다.

이와 달리 브라질 장기 신용등급 유지 배경은 매우 긍정적이다. 성숙된 정치·경제 환경, 잘 분화된 경제 구조, 통제 가능한 수준인 순대외부채, 경제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 등이 ‘BBB’ 등급 유지의 배경이다. 브라질 국채 투자는 말 그대로 브라질이라는 국가에 투자하는 것이다. 브라질은 성장 잠재력이 크고 금리 수준이 높으며 토빈세 폐지 등 정책적 대응도 신속하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 논란 등 부정적 요인도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위험보다는 기회에 무게중심이 있다.

이미 브라질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두 가지 이유로 심기가 불편하다. 먼저, 최근 브라질 헤알화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금리마저 급등하는 바람에 채권 가격이 하락했다. 물론, 당장 팔 계획이 없다면 환율과 금리가 다시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다만 최근 환율과 금리의 변동이 지나치다보니 더 늦기 전에 던져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렇지만 실제 손절매에 나서는 거액 자산가는 거의 없다. 최근 과감한 기준금리 인상, 전격적인 토빈세 폐지 등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도 크다.



장기 채권도 투자할 만기존 투자자들이 속상한 두 번째 이유는 토빈세의 전격 폐지 결정이다. 특히, 최근에 거액을 투자한 투자자들은 속상함을 넘어 억울함을 호소한다. 조금만 기다렸다 투자했으면 6%의 세금을 아낄 수 있었다. 현지 금융 관계자조차 예상 못한 깜짝 발표였음에도 그런 사실을 미리 예측 못한 전문가들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안타깝지만 6월 5일 이전 투자자는 거래를 되돌릴 방법이 없다. 다만, 토빈세 폐지로 조금이라도 빨리 해외 자금이 다시 유입되고 금리와 환율이 안정돼서 채권 가격이 상승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브라질 국채 투자 의사는 있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미룬 거액 자산가들은 희색이 만면하다. 브라질 내부 사정이 여의치 않고 미국 양적완화 논란이 부담스럽지만 속속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브라질 경제의 미래는 믿지만 6%의 토빈세에 거부 반응을 보이던 거액 자산가들이 적극적이다.

또한, 최근 증권사들은 잔여기간이 1년6개월 정도 남은 2015년 만기 채권을 잇따라 내놨다. 기존에는 토빈세 6% 때문에 만기를 길게 잡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실제 거액 자산가들은 장기 투자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덜 수있어 짧은 만기의 채권에 많이 가입한다.

물론 2015년 만기, 2017년 만기 등 잔여 기간이 짧은 채권이 무조건 유리한 건 아니다. 만기가 짧게 남은 채권은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금리 변동에 따른 채권 가격 하락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만기가 긴 채권에 비해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고, 만기에 회수된 자금의 재투자 조건이 보장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대부분의 브라질 국채 투자자들은 높은 금리와 비과세 혜택을 누리는 게 목적이다. 더욱이 높은 금리를 오랫동안 누리려는 목적도 있다.

이 때문에 6%라는 높은 토빈세를 부담하면서까지 투자한 것이다. 지금 당장은 채권 가격의 하락 요인이 많아 보여 단기 투자가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 만기가 긴 채권이라도 중간에 채권 가격이 상승하면 얼마든지 처분할 수 있다. 높은 투자 수익과 비과세 효과를 안정적으로 오래 누리고 싶은 거액 투자자라면 여전히 잔존 만기가 긴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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