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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 프리터(아르바이트 생활자), 청년에서 중년으로 확산

Retirement - 프리터(아르바이트 생활자), 청년에서 중년으로 확산

40세 전후 고용 불안 심화 … 가족 붕괴와 재정 부담 증가 악순환



중년의 삶은 위기의 연속이다. 곳곳이 요철이고 함정이다. 넘어지면 대부분 회복 불가다. 중년 인생이 아슬아슬한 이유다. 삶의 무게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밑으론 자녀 교육이, 위로는 부모 봉양이 큰 부담이다. 본인의 노후 준비는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

해법은 하나뿐이다. 돈이다. 자산 소득이든 근로 소득이든 은퇴 이후를 대비한 자금원을 확보해야 한다. 역사적 초저금리 시대를 사는 일본 중년 세대는 근로 소득에 목을 맨다. 안정적 일자리를 오래 유지하려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다. 상시적 구조조정과 고용 없는 성장이 갈 길 바쁜 중년 가장의 앞길을 막는다.

이들의 위기감은 위험수위를 넘었다. 중년 갈등 대부분은 일자리 탓이다. 해고 공포다. 정부의 정년 연장 조치로 65세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다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노동 유연화를 내세운 신자유주의 도입 이후 50대면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적잖다.

대놓고 자르지 않아도 조직적 압력에 굴복해 사직하는 사람이 많다. 살아남는다고 삶의 질이 나아지는 건 아니다. 떠난 자의 몫까지 배당된 잔업·과로 탓이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다. 자녀 교육, 부모 봉양, 노후 준비의 삼중고 해결에 숨통은 다소 트일지언정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중년 자살률은 전체 세대 가운데 1위다.

불안해도 일자리가 있다면 희망적이다. 일자리를 잃어버린 중년이 급증했다. 가정 경제의 버팀목인 중년 가장의 소득 상실은 빈곤을 뜻한다. 잠시는 버텨도 길게는 힘들다. 차선책은 비정규직이다. ‘중년 프리터’가 탄생한 배경이다. ‘프리터’는 자유(free)와 아르바이터(arbeiter)의 합성어로 1987년 일본에서 처음 나온 말이다. 청년 세대의 비정규직을 일컫는 명칭이었다.

거품 경제 붕괴로 취업 빙하기에 돌입하면서 정규직 관문 통과에 실패한 일부 청년은 자발적인 아르바이트 생활을 택했다. 단기·일시적이고 불안정한 고용 형태를 빗댄 유행어였다. 실제 프리터는 해당 연령대가 15~34세로 분석됐다. 아르바이트 생활자라도 이 연령대를 벗어나면 프리터로 불리지 않았다.

청년 프리터는 감소세다. 15~34세 프리터는 2003년 217만명으로 정점에 이른 후 2011년 176만명으로 줄었다. 경기에 따라 소폭 증감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감소세다. 청년 프리터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싸늘한데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 경기가 다소나아진 게 배경이다.



청년 프리터는 감소세중년 프리터는 좀 다르다. 청년 프리터보다 심각한 문제다. 자칫 인생 전체에 걸친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노후생활을 포함한 생애 전체의 절대 빈곤 우려다. ‘중년 프리터→고용 불안→소득 정체(하락)→가족 붕괴→노후 불안→절대 빈곤’의 악순환이다.

사회·국가적으로 당연히 악재다. 빈부 격차 심화는 물론 만혼·비혼 등 개인 고립이 확산할 우려가 있다. 가령 ‘중년 프리터→가족 파탄→고립 증대→무연(無緣) 심화→사회 폐색(閉塞)→소비 감소→지출 증가→재정 압박’의 부정적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중년 프리터 규모 증가는 지속가능한 사회 유지의 장벽 중 하나로도 거론된다. 실제 35~54세의 중년 프리터는 2000년대 이후 증가세다. 2002년 50만명에서 2011년 77만명으로 늘었다(노동력조사, 2011년).

중년 프리터 중에서는 후속 그룹(35~44세)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25만명에서 50만명으로 늘었다. 선발 그룹(45~54세) 프리터는 25만명에서 27만명으로 소폭 느는데 그쳤다. 동일 연령 중 점유 비중은 유사한 흐름이다. 45~54세 인구 중 프리터 비율은 1.4%에서 1.8%로 조금 늘어었지만 35~44세 중 프리터는 1.6%에서 2.8%로 증가했다.

특히 중년 프리터 중 후속 그룹은 2011년(2.8%)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2010년(2.4%)보다 0.4%포인트 늘었다. 청년 프리터는 감소세란 걸 감안하면 35~44세 중년 프리터의 증가세는 이례적이다. 심화되는 40세 전후 고용 불안의 증거다.

중년 프리터 증가 배경은 뭘까. 일단 두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청년 프리터의 연장 추세다. 애초 청년 프리터인 인구가 35세 돌파 시점에서 갑자기 일자리를 찾을 까닭이 없거니와 이후의 고용불안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미취업 상태로 35세를 넘긴 경우다. 사실상 20년 전 프리터 출신자인 취업 빙하기 고졸·대졸자가 현재 40세 전후가 됐다. 프리터가 5년 후에도 프리터로 남을 확률은 1020세대는 50%, 30대 이후엔 70%로 치솟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정규직이 프리터로 변한 것이다. 고용 악화로 정규직에서 퇴출된 중년 중 상당수가 프리터로 전락할 가능성이다. 정규직에서 밀려나면 재취업이 쉽지 않다. 경직된 일본적 고용 관행을 볼 때 중년 퇴직은 곧 비정규직을 뜻한다. 신입사원 일괄 채용이 지배적인 일본에서 중년 근로자의 중도 채용은 일부 업종의 얘기일 뿐이다. 그럼에도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프리터가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추세다. 청년 실업이 만만찮은 현실을 감안할 때 중년 프리터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가령 중년 프리터 개시 연령인 35세의 경우 졸업 시점(1995년) 실업률이 5.5%다. 지금의 청년 프리터 중 상당수가 중년 프리터로 남을 확률이 높다. 일은커녕 교육조차 받지 않는 ‘니트(NEET)족’이 9.9%에 달한다(국제노동기구, 2012년).

갈수록 살벌해지는 고용환경도 변수다. 경직적인 고용시장이 건재한 가운데 해고 공포가 만연했다. 중년 퇴직은 프리터로의 신분 하락을 고착화시킨다. 정규직 재취업 관문이 높아지면서 저임금의 비정규직 수요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편의점·음식점·주유소 등에서는 ‘프리터 대환영’이다. 하나 같이 일자리가 유동·단기적이며 특히 임금은 최저생계비조차 빠듯한 수준이다.



중년 프리터에 정부도 속수무책일본 정부의 대응은 미흡하다. 중년 프리터 고용 문제는 사각지대에 방치됐다. 정부의 프리터 감축 방안은 청년 세대에 한정될 뿐이다. 일례로 프리터 채용기업에 장려금을 제공하는 ‘트라이얼(Trial) 고용제도’는 적용 대상이 34세까지다. 중년 프리터는 ‘해당사항 없음’이다. 나머지 제도도 비슷하다.

언론들은 ‘중년 프리터의 아르바이트 무한 연쇄를 끊어내는 묘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도 채용의 관문을 넓히는 게 대표적이다. 정규직 문턱이 높다면 일단은 비정규직 관문 확대도 권유된다. 적어도 아르바이트보다는 고용 안정성이 높은 근로 형태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망은 어두운 편이다.

중년 프리터 문제가 워낙 중층적인 원인을 내포하고 있어서다. 고용 제도나 사회의 인식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고용 유연화가 진행되면서 한국의 중년 프리터 사정도 열악하다. 정규직에서 밀려난 40~50세 중년이면 누구든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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