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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실적·비전 갖춘 닷컴의 제왕

혁신·실적·비전 갖춘 닷컴의 제왕

워싱턴포스트 인수로 화제 …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넘어 해저·우주산업 넘봐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 회장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이자 정보기술(IT) 기업인 아마존닷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49) 회장이 파워에 파워를 더했다. 베조스는 8월 5일(현지시간) 2억5000만 달러(약 2890억원)를 들여 136년 전통의 워싱턴 포스트(WP)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함께 미국의 3대 신문으로 꼽히는 매체를 손에 거머쥔 것이다. WP는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이끌면서 미국 언론 파워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당시 미국에는 “워싱턴에는 두 개의 권력이 있다.

하나는 행정부고, 다른 하나는 캐서린 그레이엄 (당시) WP 회장”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WP는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WP를 인수한 베조스는 직원들에게 “WP의 가치는 앞으로도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WP에 대해 하루하루 개입하지 않겠다”는 편지를 보냈다.

WP가 추구한 저널리즘의 가치를 계속지키기 위해 신문 제작 과정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로 그는 WP 인수 뒤에도 캐서린 그레이엄의 손녀인 캐서린 웨이머스 발행인, 마틴 베이런 편집인, 프레드 히야트 논설주간 등 현재의 관리체계를 그대로 유지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베조스는 아마존닷컴 경영의 모든 세부 사항을 몸소 챙기는 ‘만기친람형’ CEO로 악명(?) 높다. WP를 결코 그냥 내버려둘 성격이 아니라는 평이다. 편집에 대한 간섭은 미룰지 몰라도 경영은 어떤 형태로든 관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WP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면 인수에 따른 개인소득세 혜택이 줄어든다는 세금 전문가의 충고도 있다.

8월 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사옥의 뉴스 전광판에 아마존닷컴 창업자 제프 베조스에게 워싱턴포스트가 매각된다는 내용이 속보로 나오고 있다.


포브스 선정 세계 19위 부호자유주의적 정치 성향의 베조스가 최근들어 사회적 이슈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다는 데 주목할 필요도 있다. 그는 좀처럼 공공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은둔형 CEO였다. 그러나 지난해 부인 맥킨지와 함께 동성 결혼 합법화 법안의 워싱턴 주의회 통과를 위한 모금에 250만 달러를 내놓으면서 매스컴을 탔다. 그런 그가 WP의 주인이 됐으니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목소리를 더 높일 것으로 예상하는게 합리적일 것이다.

인터넷 산업을 이끈 선구자인 베조스가 전통 미디어이자 비즈니스 상으론 사양 산업으로 분류되는 종이 신문을 인수하리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1933년 이후 이 신문을 이끈 그레이엄 일가의 수장인 도널드 그레이엄 WP 회장은 그동안 비밀리에 6~7명과 인수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다 평소 친분이 있던 베조스에게 넘기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레이엄 일가의 발표에 따르면 베조스는 아마존닷컴과 무관하게 개인 재산으로 WP를 매입하며, 발표 60일 안에 현금으로 2억5000만 달러의 인수 대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설적인 신문이 1994년에 아마존을 창업해 세계적인 부자가 된 베조스의 재산 중 1%에 팔렸다”고 전했다.

재산 1%로 WP를 인수했다는 표현 그대로 베조스는 252억 달러의 재산으로 올 3월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 선정 ‘2013년 세계부호’ 19위에 올랐다. 지난해 3월 발표된 2012년 세계부호 순위에서는 26위였다가 껑충 뛰었다. 올해 미국 부호 순위 12위다.

지난해 9월 미국 400대 부호를 선정하는 ‘포브스 400’에서 232억 달러의 재산으로 11위였는데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부호 셸든 애들슨 회장에게 밀려 한 단계 떨어졌다. 포브스 선정 전 세계 영향력 있는 인물 순위에선 27위에 올랐다. 명실상부한 파워 피플 중 한 명이다.

이뿐이 아니다. 베조스는 ‘세계를 움직이는 비밀의 손’으로 불리는 현인(賢人) 그룹 빌데르베르크 클럽의 회원이다. 빌데르 베르크 클럽은 북미·유럽·이스라엘의 정계·관계·경제계·교육계·미디어·왕실 유력인사 120~140명이 매년 장소를 바꿔가며 모여 국제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논의하고 행동 강령을 정해 실행에 옮기는 비밀 그룹이다. 1954년 폴란드 망명 정객 조제프 레딩게르 등이 창설해 1954년 네덜란드 빌데르베르크 호텔에서 첫 모임을 했다. 해서 빌데스베르크 클럽으로 불린다.

당시 서유럽에서 창궐하는 반미주의에 대응해 대서양 양안의 미국와 유럽의 상호문화적 이해와 정치·경제·국방 분야의 협력을 도모할 목적으로 세웠다. 프랑스 금융사인 악사그룹의 회장이자 유서 깊은 귀족 집안 크루아 드 카스트리 공작 가문의 상속자인 앙리 카스트리가 빌데스베르크 클럽의 핵심인 조정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다. 클럽의 논의 내용은 극비에 부치며 언론 취재는 일절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가 나가는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현인 그룹 빌데르베르크 클럽 회원경제계에서 베조스의 입지는 더욱 탄탄하다. 닷컴 붐이 절정이던 1999년 미 시사주간지 타임 선정 ‘올해의 인물’에 올랐다. 2011년에는 아마존 킨들을 도입한 공로로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주는 혁신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미국 경제잡지 포춘이 뽑은 ‘올해의 비즈니스 인물’에 올랐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뽑은 최고의 CEO에 애플의 스티브 잡스에 이어 둘째로 꼽혔다. 그의 이름은 1990년대 이후 혁신·벤처·e커머스의 대명사였다.

실제로 경영인으로서 베조스의 실적은 나쁘지 않다. 아마존닷컴은 지난해 6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세후 이익은 39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e북 리더인 아마존 킨들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시장에 도입하면서 미디어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어 전망은 나쁘지 않다. 직원 9만7000명을 고용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아마존닷컴은 베조스가 1994년 7월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창업했다. 이듬해인 1995년 7월 온라인 서점 영업을 시작해 지금도 온라인 서점의 최고봉에 올라 있다.

1997년 이후 VHS·DVD·CD·MP3같은 문화 콘텐트에 컴퓨터 소프트웨어, 비디오 게임은 물론 전자제품·의류·가구·장난감·식품까지 취급 품목을 다양화해 세계 최대의 온라인 유통업체로 성장했다. 1997년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1990년대 닷컴 붐을 이끈 선두주자로 이름을 날렸다. 2001년 거품이 붕괴한 뒤 한때 비즈니스 모델의 효용성을 의심받기도 했지만 2003년 창업 이후 처음 이익을 낸 이래 이런 의혹을 불식했다.

베조스는 e커머스의 선두주자로서 세계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닷컴을 경영하는 것 외에도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동시에 가동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베조스 익스피디션이라는 해저 탐험 업체다. 이 업체는 초음파 탐지기를 동원해 대서양에서 미국의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폴로 계획에 사용한 우주로켓 잔해를 수색해 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1960~70년대에 강력한 새턴 5호 로켓을 이용해 달 탐사선을 우주로 쏘아 올렸다. 발사된 후 이 엔진들은 계획대로 분리돼 바다로 떨어졌으며 당시에는 회수 계획이 없었다.

지난해 3월 미국 우주기지가 있는 케이프 커내버럴에서 579㎞ 떨어진 대서양 해저에서 아폴로 추진로켓 엔진을 발견했다. 베조스는 “인간에게는 작은 한걸음이었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었던 이 우주선의 엔진을 중요 인류 유물로 여겨 인양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로봇을 동원한 해양 작업 끝에 지난 3월 이를 건져 올리는 데 성공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가동된 아폴로 프로젝트에선 강력한 새턴 5호 로켓을 이용해 우주선을 쏘아올렸다.

새턴 5호의 1단계 로켓인 S-1C는 무게 8166㎏의 F-1엔진을 5개씩 묶어서 만들었다. S-1C는 출력이 1억6000만 마력으로 인류가 만든 엔진 중 최강이다. 발사 2분30초 안에 우주선을 고도 61km의 높이까지 올려놓고 분리돼 바다로 떨어졌다. 그 뒤는 J-1엔진 5개를 묶은 2단 로켓인 S-II가 우주선을 대기권 상층부까지 올리고, 마지막으로 J-2엔진 1개로 이뤄진 3단 로켓 S-IVB가 2차례 분사하며 우주선을 지구 궤도에서 이탈해 달로 향하게 했다.
1969년 7월 촬영한 새턴V로켓. 제프 베조스는 지난해 3월 28일(현지시간) 인류 최초의 유인 달 착륙 우주선 아폴로 11호를 쏘아 올린 새턴V로켓을 대서양에서 인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969년 아폴로 11호의 성공적 발사후 수 분 만에 대서양에 떨어져 40여년 간 수장돼 있던 이 로켓을 수심 4267m 깊이의 해저에서 탐지했다고 발표했다.





해저 탐사에 우주 여행도 추진대서양에서 발견한 것은 아폴로 계획에 사용한 새턴5호 로켓의 1단 로켓인 S-1C에 달린 F-1엔진 2개다. 발사 당시에는 심해에서 이를 건져 올릴 기술도, 이유도 없었다. 엔진의 소유권이 있는 NASA는 이번 발견을 “역사적인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하나는 스미소니언재단의 국립우주항공박물관에 전시하고 나머지는 아마존닷컴 본사가 있는 시애틀의 항공박물관에 전시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인양한 로켓을 조사하던 NASA는 이 유물이 달에 처음으로 인류를 보낸 아폴로 11호에 사용했던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혀 과학계를 흥분시켰다. 베조스는 인류가 처음 달에 갈 때 사용한 로켓의 잔해는 역사적인 유물이라며 심해에서 이런 유물을 찾아 인양하는 것이 미래의 주요 산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설사 돈벌이가 안 되더라도 인류와 역사, 그리고 미국에 봉사하는 일이 될 것이며 그 자체로 매력적인 모험이라고 여긴다.

베조스는 바다 깊숙한 해저 탐사뿐 아니라 하늘 높이 날아 우주를 여행하는 꿈을 지닌 우주광이기도 하다. 대학 시절 프린스턴대 우주학생회 회장이기도 했다. 그의 꿈을 보여주는 것이 블루 오리진스라는 우주업체다. 2000년 창업한 이 기업은 인간의 우주여행은 물론 최종적으로는 지구 궤도에 우주 호텔, 우주 공원, 200만~300만명이 거주하는 우주 식민지를 건설한다는 원대한 계획이 있다. 베조스의 이런 꿈은 2006년 이 회사가 미국 텍사스주에서 우주선 발사 시험장을 건설하기 위한 부동산을 구입하면서 알려졌다.

2011년 한 인터뷰에서 베조스는 우주여행 비용을 줄이고 안전성을 높여 “누구나 우주로 갈 수 있게 하기 위해 이 회사를 창업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있었지만 2011년 무인 우주선이 시험 비행 도중 추락하면서 프로젝트의 일부가 알려졌다. 올해 초 베조스는 버진 갤랙틱이라는 우주 여행사를 만들어 비슷한 우주여행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과 만나 합작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의 만남이 어떤 시너지를 보일지 업계가 주목한다.

베조스의 가족사와 창업 과정도 흥미롭다. 그는 미국 뉴멕시코에서 텍사스 출신의 어머니 재클린과 스칸디나비아계 아버지 테드 조겐슨 사이에서 태어났다. 10대 때 베조스를 출산한 재클린은 1년 남짓한 결혼 생활을 끝내고 이혼했으며 혼자서 아들을 키우다 베조스가 4살 때 재혼했다. 미구엘 베조스라는 이름의 쿠바계 이민자인 새 아버지는 재클린과 결혼하면서 딸린 아들을 정식 입양했다. 그의 성은 결혼과 동시에 자신을 입양한 새 아버지의 것을 물려받은 것이다.



양아버지에게 30만 달러 빌려 창업가족과 함께 텍사스를 거쳐 플로리다로 이주한 베조스는 프린스턴대에 진학해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1986년 대학 졸업 뒤 월스트리트에서 컴퓨터와 투자 분야 일을 하면서 고액 연봉을 받던 그는 1994년 뉴욕에서 시애틀까지 자동차를 몰고 대륙 횡단 여행을 하면서 인터넷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상했다. 아마존닷컴을 위한 사업 아이디어의 상당수가 당시에 나왔으며 그는 이를 꼼꼼하게 기록했다.

뉴욕의 헤지펀드에 근무하면서 인터넷 사용자의 급속한 증가와 인터넷 상거래는 물리적인 존재가 없으므로 주 정부가 세금을 거둘 수 없다는 연방대법원 판결에 주목했다. 석유회사 엑슨의 엔지니어 출신인 양아버지로부터 30만 달러를 빌린 그는 차고에 회사를 차렸다. 그게 아마존 신화의 시작이었다.

그런 베조스가 이제 e커머스에 전통의 미디어를 더하면서 제2의 도약에 시도한다. 미래형 우주여행 사업과 해저 탐사 비즈니스를 하면서 미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현인 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한 그가 WP라는 날개를 달면서 어떻게 비상할지 세계가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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