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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FASHION - 클로그가 편안한 신발이라고?

culture FASHION - 클로그가 편안한 신발이라고?

투박하면서도 귀여운 이미지로 최근 다시 인기 얻기 시작했지만 허리 통증 등 부작용 많아



“그 클로그 어때요?”[클로그(clogs)는 두터운 나무 굽을 댄 신발을 뜻한다.] 알렉산더 테크닉(자세교정법 교육기관)의 강사 호프 길러먼이 수업 시작 전 일회용 반창고를 붙인 내 멍든 발을 보며 물었다. 바른 자세의 권위자로 알려진 길러먼이 그 신발의 유해성을 바로 지적하지 않은 걸로 봐서 클로그가 이미 내 발에 입힙 손상을 그녀가 눈치 못 챘다고 생각했다. (전에 내가 킬러 웨지나 발레 플랫, 버켄스탁 슬리퍼를 신고 왔을 때는 그녀로부터 즉각적인 지적이 날라왔다.)

클로그가 바른 자세를 만드는 데 좋다는 말을 듣고 스웨덴에 특별 주문해 한 달이나 기다려서 받은 참이어서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아주 좋아요!” 내가 말했다. “신는 데 시간이 별로 안걸려요. 가죽이 늘어나면 발이 더 편해질 것 같아요. 그렇죠?” 틀렸다. 지금은 이 세상에 두 종류의 클로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발에 좋은 것과 나쁜 것. 안타깝게도 난 나쁜 클로그의 피해자였다.

“내 앞에서 한번 걸어 봐요.” 길러먼이 말했다. 그때까지는 그녀가 내 클로그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았지만 목소리에서 그런 기미가 느껴졌다. 난 쿵쾅거리며 스튜디오 안을 걸으면서 거기까지 가던 길에 발목이 여러 번 삐끗거렸던 일이 기억났다. 그래서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걸었다. 하지만 길러먼의 눈은 속일 수 없었다. 그녀는 불안정한 신발을 신고 균형을 잡느라 내 발이 얼마나 많이 (좋지 않은 방식으로) 움직였는지 지적했다.

“그런 신발을 신고 4~5블럭 이상을 걸어선 안 돼요.” 그녀가 말했다. 난 새로 산 내 예쁜 클로그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낙담한 얼굴로 다시 그녀를 올려다봤다. 우리는 마주 보며 큰 소리로 웃었다. 뉴욕에 사는 사람이라면 4~5블럭 정도를 걷지 않고는 아무 일도 못 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내 클로그와 달리 클로그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 단스코는 8~10km를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디자인 됐다고 한다. 이 회사의 창업주들은 그 신발을 신고 유럽대륙을 횡단했다. 단스코는 미국 족부의학협회(APMA)의 승인도 받았다. 그 바람에나 같은 사람들은 클로그가 일반적으로 발과 몸에 이롭다고 생각하게 된다.

최근 주류패션업계가 패션에 클로그를 도입하면서 여성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일부 클로그만 발과 몸에 이로울 뿐인데 모든 클로그가 이롭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더 깊이 조사해 본 결과 난 “전문 클로그(단스코의 제품 등)”와 “패션 클로그”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다수 패션 클로그가 단스코의 전문 클로그와 모양은 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구조는 완전히 다르다. 굽 높이가 5.8cm가 넘고(APMA에서 ‘하이힐’로 규정하는 기준이다) 고무 밑창이 없는 클로그는 여성들이 일반 신발처럼 생각하고 신을 경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하이힐이 발에 해롭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그리고 대다수 클로그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비싼 값을 치르고 알게 됐다.

APMA의 요하나 유너 박사는 하이힐 클로그가 “보기엔 귀엽지만 먼 거리를 걷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허리와 발에 통증을 일으키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다. 건막류나 피로골절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또 신발이 발에 꽉 낄 경우 신경종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밖에도 부작용이 많다. 이를테면 아킬레스건이 짧아질 수도 있다.”

다행히 길러먼과 유너 모두 “전문적인” 클로그가 발과 몸에 이로울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에너지 리턴’ 효과가 그런 이점 중 하나다. 길러먼의 설명을 들어 보자. “나무 굽이 몸을 든든하게 지탱해줘 발의 신경과 근육이 동작을 할 때 탄력을 준다.” 하지만 유너와 달리 길러먼은 클로그를 신고 먼 거리를 걷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나무 밑창은 단단해서 좋지만 “완벽한 걸음걸이로 걷거나 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운동성을 부여하지 못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이런 운동성 상실로 인해 클로그를 신은 사람들은 발을 질질 끌며 걷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자세에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전문 클로그든 패션 클로그든, 먼 거리를 걸을 경우엔 “신지 말라!”고 그녀는 조언한다.

과거에 네널란드 농부들의 필수품이었던 클로그는 1970년대에 아방가르드 패션의 한 아이템이 됐다. 그리고 최근엔 채식주의자 학교 선생님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떨쳐버리고 패셔너블한 액세서리로 거듭났다. 칼 라거펠트가 샤넬의 2010 봄 컬렉션에 플랫폼 클로그를 도입했고, 마크 제이콥스, 루이뷔통, 미우미우 같은 레이블들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대다수 패션 트렌드와 마찬가지로 클로그 역시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지는 못한다. 패션 잡지 글래머는 여론조사를 통해 클로그를 “남자들이 혐오하는 여성 패션아이템 1위”로 꼽았다. 또 블로거 가랑세 도레는 “그런 신발을 신고 어떻게 걸어 다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데일리 비스트의 케이트 베츠 역시 2010년 클로그 트렌드에 관한 기사를 쓸 때 좋은 점은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의사들이 병원에서 클로그를 신는다!”고 그녀는 썼다. “바람은 잘 통하지만 보기는 흉하다.”

하지만 클로그에 관해 가장 심한 말을 한 사람은 신발의 권위자 크리스티앙 루부탱이다. 그는 2011년 뉴요커지에 이렇게 썼다. “클로그라는 개념 자체가 혐오스럽다. 보기흉한 데다 편안하지도 않다! ‘콤피(Comfy, ‘편안하다’는 뜻을 지닌 comfortable의 준말)’야말로 최악의 단어다! 그 말을 들으면 기분 나쁜 표정에 커다란 술병을 옆에 낀 아주 뚱뚱한 여자가 떠오른다. 생각만 해도 우울하다. 하지만 그녀는 편안한 클로그가 있어서 만족한다.” 이런 말을 듣고도 클로그에 정이 떨어지지 않을 여자가 있을까?

하지만 유너 박사는 여전히 시중에 나와있는 대다수 신발보다 전문 클로그를 추천한다. “단스코는 간호사나 요리사, 또는 서 있거나 걸어 다니는 시간이 많은 노인들에게 최고”라고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패션 클로그를 신을 경우엔 편안함은 포기해야 한다. 패셔너블한 신발은 생체역학적으로 디자인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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