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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

HEALTH -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

효과적인 치료약 없는 알츠하이머병은 식사조절과 운동 등 예방에 초점 맞춰야



8월 중순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실린 한 연구는 혈당 수준이 치매 발병 위험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 연구는 노인 2000여 명을 평균 6.8년 동안 추적조사한 결과 당뇨병 환자가 아닌 경우에도 혈당의 소폭 상승이 치매 발병 위험을 상당히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만한 보고서다. 치매, 특히 알츠하이머병과 당뇨병의 상관관계는 이미 잘 알려졌지만 이 새로운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 인구를 이전보다 훨씬 더 넓게 확산시켰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는 공중보건에 미칠 잠재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치매 등 신경질환으로 인한 사망 증가율이 세계 최고다. 최근 공중보건 의학저널에 실린 한 보고서에서 영국 본머스대의 콜린 프릿차드 교수와 동료들은 1979~2010년 10대 서양 국가의 사망 원인을 평가했다. 이 기간 동안 미국의 뇌질환 관련 사망자 수는 남성의 경우 66%, 여성의 경우 92%나 증가했다.

최근 밝혀진 미국의 치매 환자 치료 비용이 이런 통계를 뒷받침한다.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실린 RAND(미국의 비영리 연구기관)의 한 최근 연구는 2010년 미국의 치매치료 비용을 2000억 달러로 추정했다. 심장병 치료 비용의 두 배, 암 환자 치료 비용의 약 세배에 달하는 액수다.

게다가 현재 미국의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540만 명이라는 놀라운 통계수치와 함께 2030년쯤엔 그 두 배로 늘어나리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런 수치들은 제약업계로 하여금 알츠하이머병의 지속적인 정신감퇴 증상을 치료하거나 적어도 그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약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사실 뉴잉글랜드 의학저널 최근호에서 보고된 대로 알츠하이머병의 최신 약물 치료법은 이 병을 중단시키는 데 실패했다. 그뿐 아니라 기능적 활동능력(몸을 움직이고 화장실을 이용하고 식사를 하는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활동능력을 말한다)을 감퇴시키고 감염과 피부암 발병 위험을 증가시켰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그 가족을 매일 대하는 신경과 전문의로서, 또 치매에 걸린 부모를 돌보는 보호자로서 이런 상황에 심한 좌절감을 느낀다. 하지만 더 어려운 일은 알츠하이머병이 상당한 수준까지 예방이 가능한 질병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랜셋 신경학회지에 발표된 대로 연구 결과 식사조절과 운동 등 수정 가능한 생활방식의 다양한 요소들에 제대로 주의를 기울였다면 미국의 알츠하이머병 중 54%는 예방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례로 메이요 클리닉의 연구원들은 (알츠하이머병 저널에 보고된 대로)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사를 하는 노인들의 경우 알츠하이머병의 전조 증상인 가벼운 인지장애나 전면적인 치매의 위험이 42%나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많은 보건학 전문가가 여전히 글루텐(밀과 보리, 호밀 등에서 발견되는 단백질) 과민증은 소장에 국한된 위장장애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의 연구원들은 글루텐 과민증이 치매를 포함한 신경질환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마리오스 하드지바실로 박사는 신경학-신경외과학-정신의학 저널에 이렇게 썼다.

“글루텐 과민증을 소장의 장애로 간주한 것은 역사적인 오해다. 글루텐 과민증은 주로, 아니 거의 전적으로 신경질환이다.”

2008년 미국 의학협회 저널에는 단순한 운동 처방을 받은 사람들이 대체로 앉아서 지내는 생활습관을 유지한 대조군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발병율이 상당히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효과적인 치료약이 없는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운동이 발병 위험을 대폭 줄이는 강력한 예방책이 된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의 상호검토를 거친 권위 있는 여러 학회지에서 주목할 만한 자료를 제시하고 의사들에게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하고 있다. 그런데도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관한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오늘날 미국 의료 운영체계는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무시한 채 증상 관리를 목표로 한 수익성 높은 치료약에 초점을 맞춘 듯 보인다. 질병의 예방은 뒷전으로 밀려나 마치 선택사항처럼 여겨진다. 의회에서 의원들이 질병의 치료를 목적으로 설계된 의료보장 제도 지원의 이점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걸 지켜 보노라면 모순되게도 건강과는 상관 없이 오로지 질병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화·민주 양당 모두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 강화에 적극 동의한다.

생활방식의 간단한 변화로 뚜렷한 치료책이 없는 질병을 예방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의사는 가르치는 사람이다. 의사들은 이제 약물치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한걸음 뒤로 물러나서 최근의 과학적 연구를 검토하고 환자들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중국 고대 전설의 제왕 황제(黃帝)는 이렇게 말했다.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무질서를 바로잡는 것보다 더 궁극적인 지혜의 원리다. 병에 걸린 다음 치료하는 것은 목이 마를 때 우물을 파기 시작하는 것이나 전쟁이 이미 시작됐는데 무기를 만드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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