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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新사업의 숨은 함정 ③ 다름과 틀림 혼동 말아야

Management - 新사업의 숨은 함정 ③ 다름과 틀림 혼동 말아야

집단사고 팽배하면 개인은 묻어가 … 내부자만으론 기존 틀·사고 탈피 못해



“이번에 X 프로젝트 승인 떨어졌다며? 축하해~” 입사 동기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은 허무해 팀장. 그런데 솔직히 기분이 영 아니다. 전임자가 던져놓고 간 골치덩어리 X 프로젝트. 그간 X 프로젝트 때문에 받은 온갖 비난과 질책을 떠올리자면 아직도 입맛이 씁쓸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이다. 천덕꾸러기 같던 X 프로젝트가 어떻게 끝까지 살아남게 되었는지.

1961년 미국의 쿠바 피그스만(灣) 침공은 미국의 역대 대외 정책 중 최악의 실패 사례로 꼽힌다. 1400명의 쿠바 망명자들로 조직된 특수 부대를 쿠바의 피그스만에 상륙시켜 카스트로 정권을 일거에 무너뜨린다는 계획이었다. 람보가 아닌 이상 성공 가능성이 극히 적은 허점투성이 계획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100여명이 사살되고 나머지는 모두 포로로 잡히고 만다. 당시 최고의 두뇌를 자랑한 케네디 참모진이 어떻게 이런 엉성한 계획을 세웠던 것일까?

집단에 대한 강한 소속감, 절대로 실패하지 않으리라는 믿음, 만장일치에 대한 맹목적 환상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참모 개개인은 뛰어났을지라도 그들이 모여 만든 집단은 어리석었던 것이다. 인류는 까마득히 오래 전부터 집단을 이루며 살기 시작했다. 개인의 생각과 행동에 다소간 제약이 따르더라도 집단의 일원이 되는 것이 혹독한 환경에 맞서 살아남는데 여러모로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씨족이든 부족이든 집단을 이루는 순간 ‘내 집단 편향(In-group bias)’이 발생한다. 집단 바깥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배타성을 띄게 된 반면 소속 집단에 대해서는 강한 로열티를 갖고 집단의 결정에 순응하게 된 것이다. 기업도 결국 사람들이 모여 만든 집단이기 때문에 이러한 내 집단 편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고 두뇌집단 케네디 참모진의 집단 착오최근 웅진·STX·동양그룹의 사태에서 보듯이 멀쩡했던 기업이 종종 엉뚱한 방향으로 내달려 위기를 자초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신사업을 정하는 과정에서 회사 내 어느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한 아이템이 여러 번의 회의를 거치며 슬그머니 채택되는 황당한 경우가 발생한다. 만일 누군가 한 명이 총대를 메고 가부를 결정하든지 혹은 확실하게 다수결 투표로 결정하면 절대 채택되지 못할 아이템이 집단의 손을 거치며 살아남는다. 한마디로 ‘집단사고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이다.

집단사고에 빠지는 이유는 당장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떠올려 보자. 그날의 후보 중에서 1등이 누가될지 맞힌 시청자에게 큰 상금을 준다고 하면 당신은 누구를 고르겠는가? 당신이 가장 마음에 드는 후보를 고른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보다는 대다수 시청자(주로 20대 청춘남녀)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후보에게 한 표를 던져야 상금에 가까이 갈 수 있다. 집단의 뜻에 따르는 것이 현명하다는 말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우량주보다는 인기주에 투자하는 것이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이득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기업의 의사결정에서도 그렇다. 앞뒤 안 가리고 내 주장 펼치기보다는 회의장의 미묘한 분위기를 잘 읽고 대다수 참가자들이 선호하는 사안에 동조하는 것이 조직생활에 여러모로 유리하다. 어차피 대세를 바꾸지 못할 바에야 더욱 그렇다. 해마다 사외이사들에 대한 거수기 비난이 제기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사외이사들이 회의 준비에 소홀했거나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어 거수기가되는 것만은 아니다. 내부인도 아니고 외부인도 아닌 어정쩡한 입장에서 공연히 까다롭게 보일 필요는 없다. 실무 담당자가 어련히 알아서 잘 준비했을까라는 생각도 들게 마련이다. 어지간하면 찬성 쪽에 손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집단사고가 팽배한 곳에서 개인은 집단이 내린 결정 뒤로 몸을 숨긴다. 이제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게 된 집단은 훨씬 더 모험적인 의사결정으로 기울게 된다. 공동책임은 무책임이고 무책임은 고위험을 부른다. 결국 배는 산으로 가고 사공들은 먼산만 볼 수 밖에 없다. 집단사고의 문제점은 다양한 반대 의견이 은연 중에 억압된다는 것뿐만이 아니다.

침묵하는 반대 의견들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잠시 동안 잠수를 탈 뿐이다. 그러다 나중에 전체 구성원의 역량 결집이 필수적인 실행 단계에 가서 볼멘소리를 토해 낸다. 우리나라 기업조직에 유난히 ‘나중 딴소리’가 많은 이유는 한국인 특유의 연대감 때문에 사전에 ‘건방진’ 의견 개진과 ‘전투적인’ 토론이 억눌렸기 때문은 아닐까?

집단사고 바이러스는 결국 의사결정의 합리성보다는 조직의 결속을 먼저 생각하는 ‘친화력’의 산물이다. 그 연장 선상에 ‘줌인(Zoom in) 바이러스’가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도스타인 베블렌은 ‘훈련된 무능(Trained incapacity)’ 현상을 지적한다.

한가지 지식이나 기술에 관해 훈련 받고 기존 규칙을 준수하도록 길들여진 사람은 다른 대안을 생각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조직의 내부 인력만으로 신사업 아이템을 찾을 경우 기존에 익숙했던 생각의 틀에 갇혀 관점이 고착화된다. 그 결과 기존 제품을 약간 변형하는 수준을 넘지 못한다든지 신사업에 기존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억지로 입히는 우(愚)를 범한다.

높이 올라야 멀리 본다. 기존 사업을 운영하는 데에는 꼼꼼한 ‘줌인 시각(Worm’s eye view, 충감도)’이 필요하겠으나 신사업 발굴에 있어서는 보다 큰 ‘줌아웃 시각(Bird’s eye view, 조감도)’이 필수이다. 그동안 익숙했던 프레임과 레퍼런스에서 스스로를 해방시켜야 한다. 방송에서 쓰이는 지미짚(크레인에 장착된 공중 카메라)처럼 스스로의 처지를 객관화하고 타자화하는 것이 미지의 신사업 개척의 선결조건이다.

코카콜라가 스스로를 콜라회사로 인식한다면 신사업의 여지가 별로 없다. 고작해야 다이어트 콜라 정도이다. 그러나 음료 회사로 프레임을 넓히면 다양한 신사업의 장(場)이 열린다. 실제로도 코카콜라는 생수·커피 등 다양한 식음료 사업에 진출해 성공했다. 프로야구는 남성만을 위한 스포츠인가 여성도 참여하는 레저인가? 레스토랑은 외식사업인가 오락사업인가? 호텔은 숙박시설인가 문화시설인가? 세상을 보는 시각이 어떠한가에 따라 신사업의 진로가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갈등 제로’ 조직은 건강하지 않아집단사고와 줌인 바이러스를 막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악마의 옹호자(Devil’s advocate)’를 의도적으로 지정하고 언쟁을 유도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악역’을 맡기는 것이 영 꺼림직하다면 처음부터 구성원을 찬성과 반대 쪽으로 나누어 회의를 진행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최종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일반적 관행인 공개토론에서는 몇몇 빅마우스가 의사결정을 좌우할 수 있으므로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무기명 찬반투표로 진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반대 의견이 없다는 것은 매우 강력한 위험 신호다. 건강한 조직은 갈등 제로(Zero) 조직이 아니다. 오히려 갈등을 장려하고 포용해 다양한 의견이 표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일상대화에서 흔히 ‘다름’과 ‘틀림’을 같은 뜻으로 혼용한다. 하지만 ‘다름(different)’을 ‘틀림(wrong)’으로 간주하는 획일화된 문화 속에서는 창조의 꽃이 피지 못한다. 모두가 비슷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결국 아무도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방증일 뿐이다. 건설적인 갈등을 긍정적으로 보고, 그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신사업이 태어나고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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