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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TECHNOLOGY - 기술이 몸 안으로 들어온다

FEATURES TECHNOLOGY - 기술이 몸 안으로 들어온다

대형 컴퓨터부터 PC와 노트북, 휴대전화로 그리고 이제는 착용형 기기까지 기술이 점차 인체에 가까워진다



스마트 워치와 구글 글라스 같은 착용형(wearable) 기기들이 한 시대를 풍미하는 유행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겨질지도 모른다. 아마추어 무선통신(CB radios)이나 록밴드 듀란듀란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들은 실상 오랫동안 투자와 혁신을 이끌어 나갈 기술신시대를 알리는 중요한 초기 조짐들이다.

첨단기술 업체들이 착용형 기술제품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모두 조잡하며 정말 호응을 얻는 제품은 아직 하나도 없다. 삼성은 갤럭시 기어 스마트 워치를 열광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구글·애플·퀄컴 등의 기업들도 경쟁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 글라스에 쏠리는 세상의 관심도 뜨겁다. 그리고 하루 걸러 하나씩 또 다른 발명가가 신체건강 트래커, GPS 어린이 위치추적 팔찌, 또는 (정말로) 쌍방향 속옷을 선보인다.

이는 모두 도도한 흐름을 이루는 각각의 줄기들이다. 지난 40년 사이 디지털 기술은 꾸준히 우리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점차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먼 과거를 돌이켜 보면 대기업들은 뷰익자동차 만한 컴퓨터를 회사 뒷방에 설치해 놓았다. 거의 어느 누구도 손을 대지 않았다. 197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기술이 사무실 책상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 뒷방에 숨겨진 컴퓨터에 연결된 단말기로, 그뒤 초기 개인용 컴퓨터(PC)로 변신했다.

다음 단계로 우리는 그 디지털 기술을 집안에 들여놓고자 했다. 그래서 데스크톱 PC를 구입했다. 1980년대 중반 최초의 컴팩 모델 같은 ‘휴대형’ 컴퓨터가 등장했다. 손에 들고 다니는 서류가방 크기였으며 덩치 큰 어른을 업는 만큼 휴대하기에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노트북이 더 우수하고 작아졌다. 사상 처음으로 디지털 기술이 한 곳에 고정되지 않고 사람을 따라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우리는 기술이 항상 우리 곁에 있기를 원한다. 2007년 아이폰의 등장으로 현재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됐다. ‘우리 곁에(with us)’ 시대는 지금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IBM의 왓슨은 TV퀴즈쇼 ‘제퍼디!’에서 인간을 눌러 이겼던 기술이다. 지난 14일 IBM이 그 막강한 왓슨 컴퓨팅 기술을 클라우드에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일반 소비자가 스마트 기기로 그 기술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기술은 먼 곳으로부터 우리 가까이 그리고 이제 우리 곁으로 거침없이 접근해 왔다.

이제 기술이 갈 곳은 3군데만 남았다. 우리 몸 위, 우리 주위 사방, 그리고 우리 몸 안이다. “착용형은 다음 차례의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필립 칸이 말했다. 카메라폰 발명자인 그는 요즘 착용형 기술의 내부 구성요소를 개발 중이다. “앞으로 7년 뒤 2020년에는 착용형 분야에서 많은 혁신 기술이 등장하게 된다.”

어떤 제품이 살아남을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스크린을 착용한다고 할 때 안경은 누구나 뻔히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은 첨단기술 마니아(tech geek)처럼 튀어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구글 글라스를 감각적이고 세련된 디자이너 프레임 안에 안 보이게 내장할 수 있다면 대중의 관심을 끌지도 모른다.

텔레파시라는 벤처기업이 마이크로 프로젝터가 담긴 가느다란 팔 형태의 프레임을 개발 중이다. 이용자의 눈으로 이미지를 되쏘는 마이크로 프로젝터가 부착되어 있다. 또 한 가지 기술은 전방투영장치(heads-up display)처럼 이용자 앞쪽에 텍스트나 이미지 펼쳐 놓는 작은 프로젝터가 달린 기기를 개발하는 방안이다.

시계와 팔찌는 손목 위에 작은 스크린과 센서를 설치한다. 벤처기업 헥소스킨은 신체 모니터 기술이 내장된 건강의류를 개발 중이다. 의류나 장신구를 통해 데이터를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문자 메시지가 도착하면 신체의 특정 부위에 진동이 울리고, 엄마로부터 전화가 오면 또 다른 신체부위에 울리는 식이다.

일종의 촉각 링톤(ringtone)이다. 독일의 하소 플래트너 연구소는 신체의 일부를 이용하는 인터페이스를 실험해 왔다. 다른 손가락들을 눌러 전화번호 다이얼을 돌리도록 하는 식이다(이를 쌍방향 내의와 결합하면 뭔가 그럴싸한 발명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그 기술은 항상 몸의 일부를 이루면서도 거의 눈에 띄지 않게 될 것이다. 튀어 보이지 않으며 분명 패션 센스를 나타내려 시도하지도 않을 듯하다. 대신 이용자가 착용하고 휴대하는 물건에 자연스럽게 통합된다. 안경 이상으로 눈길을 끌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거리를 걸을 때 현실세계에 신경을 쓸 수 있다. 메시지와 데이터가 적시에 이용자에게 전달된다. 이용자가 스크린을 펼쳐 그것을 찾아볼 필요가 없다. 표시 화면을 보기 위해 시선을 아래로 깔지 않고 앞쪽을 계속 응시할 수 있다. 도시에서 길거리를 걸을 때 1980년대 콘서트에서 슬램 댄스를 추듯 사람들과 좌충우돌 하지 않아도 된다.

기술이 우리를 따라 다니게 되면서 예상 밖의 응용 기술이 탄생했다(모바일 차량 예약 서비스 우버, 음악 찾기 앱 샤잠, 스마트폰 메모 앱 에버노트 등). 마찬가지로 우리 몸 위에 기술이 부착될 때도 그런 현상이 일어날 듯하다. 그 기기들이 우리 신체 기능과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그 신시대가 우리의 건강관리와 운동능력에 큰 변화를 가져오리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다음에는 기술이 우리 주위를 에워싸게 된다. 기술로 작동되는 방들은 누가 안으로 들어오는지를 인식해 모든 표면을 이용자의 ‘스크린’으로 전환하게 된다. 사방에 메시지, 데이터, 비디오, 시뮬레이션이 펼쳐진다. 몸 동작으로 작동할 수 있다.

기술이 정말 우리 몸 속으로 들어갈까? 많은 과학자가 그렇다고 말한다. 40년 전에는 사람의 무릎이 망가질 때 인공 금속무릎으로 대체한다는 발상은 터무니 없는 소리로 여겨졌다. 앞으로 20여년 뒤 내 기억력이 떨어질 때 인공 메모리로 대체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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