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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혁신으로 불확실성의 한계 돌파

기술·혁신으로 불확실성의 한계 돌파

10대 그룹 신년사 전문 분석 … ‘창조경제’ 언급한 총수 드물어
지난해 12월 17일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준공식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전경련 회장단이 간담회를 하고 있다.



‘완만한 회복세가 기대되지만 세계경제는 여전히 불확실하고 위기는 지속될 것이다. 경영환경은 어렵지만 이럴 때일수록 성장동력을 발굴해 새로운 시장과 사업 기회를 찾아야 한다. 위기에 대응하며 동시에 체질을 바꾸자.’ 국내 10대 그룹(상호출자제한기업 중 자산총액 기준) 총수들의 올해 신년사에 담긴 메시지다.

이코노미스트가 10대 그룹 총수의 신년사 전문을 입수해 어떤 단어가 많이 쓰였는지 분석한 결과다. 올해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해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글로벌·세계·해외’였다. 36회 쓰였다. ‘위기·리스크(27회)’는 셋째로 많이 쓰였다. 녹록하지 않은 ‘경영환경·경영상황(19회)’을 강조한 총수가 많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지난해보다 올해 세계경제를 더 낙관적으로 보는 듯하다. 지난 신년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회복세·회복기’라는 단어가 11회 등장했다. ‘불확실성(11회)’과 함께 ‘버거운’ ‘난관’ ‘외부충격’ ‘저성장’ ‘험난한’ 등의 표현이 등장했지만 2012~2013년보다는 부정적인 표현이 줄었다. 내년 국내외 경제가 다소 회복될 것이라는 경제 전문기관들의 전망과 맥을 같이 한다.

올해 신년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짝 회복세를 보인 2011년과 유사했다. 한가지 특징은, 올해 10대 그룹 신년사에는 정부가 강조하는 화두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을 한창 강조하던 2010년 신년사에는 ‘그린·녹색·친환경’이 도배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올해는 박근혜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가 6회 등장하는 데 그쳤다. ‘일자리 창출’은 5회 등장했고, ‘경제민주화’를 언급한 총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사회·사회공헌(19회)’ ‘협력사·협력업체(10회)’ 등 2011년부터 총수들이 부쩍 강조한 단어들은 여전히 많이 언급됐다.



예년보다 ‘회복세·회복기’ 표현 늘어또 하나의 특징은 ‘기술·기술력(19회)’이 유독 강조됐다는 점이다. 매년 ‘성장 동력’ ‘신사업’ ‘신시장’이 강조되기는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올해처럼 ‘기술력’이 강조된 적은 없었다. 이와 함께 ‘경쟁력·경쟁우위(17회)’ ‘확대·확장·확보(13회)’ ‘역량·핵심역량(11회)’ ‘선도·선점(13회)’ ‘제품(10회)’ ‘성과(8회)’ 등의 표현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치를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성 현대중공업 회장은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시장에서 남보다 앞서 나가기 위한 기술 리더십의 기반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며 “사업본부와 연구소 간의 협력체제를 강화하고 인재 육성을 통해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자”고 강조했다.

체질 개선과 변화, 특히 소프트웨어 혁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컸다. 허창수 GS 회장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존에 해오던 방식만으로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창조적 변화를 통해 핵심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양호 한진 회장은 “조직의 업무 프로세스와 일하는 방식, 임직원의 마인드 셋 변화 등 소프트웨어 혁신을 통해 역동적인 조직역량을 구축해야 진정한 의미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이건희 회장은 “5년 전, 10년 전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는 과감하게 버리자”며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과 제도, 관행을 떨쳐 내자”고 강조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글로벌화 되어 있는 사업장과 관리체계를 혁신해 조직의 효율과 역동성을 확보함으로써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더욱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책임경영과 리더십을 강조한 총수들도 많았다. 계열사 경영진들이 바짝 긴장해야 할 대목으로 읽힌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변화하지 않는 리더들과는 두산 웨이(way)라는 길을 함께 갈수 없다”라며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음은 그룹의 방향과 가지 않겠다는, 즉 다른 언어를 쓰겠다는 의사 표시로 받아들일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고의 메시지다.

김창근 SK수펙스 의장은 “관계사의 자율책임 경영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관계사별 특성과 환경에 맞는 방법을 찾아내어 가장 적합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춰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한발 앞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업 책임자들이 반드시 책임지고 이러한 것을 최고 수준으로 확보해 달라”고 강조했다.



임직원 질타의 목소리도지난해 남긴 ‘오점’을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연비 과장 광고로 소비자들에게 거액의 합의금을 주기로 한 것을 의식한 듯, 정몽구 회장은 “특히 차량의 연비와 안전 성능을 더욱 강화하라”고 강조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공장에서 불산 누출로 사상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 “지난한 해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다”며 “삼성의 작업장은 가장 안전하고 쾌적한 곳이 되어야 하며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이 구속 수감 중인 SK그룹 김창근 의장은 “매출 등의 외형은 이전과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린 반도체 사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업실적이 부진했고, 일부 관계사들은 생존 조건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질타했다. 구본무 회장은 “선도 기업과의 격차를 크게 좁히지 못했고, 후발 주자들은 무서운 속도로 우리를 추격해 오고 있다”며 “지금이 위기임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연 회장이 구속 중인 한화그룹은 신년사마저생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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