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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MAN vs. NATURE - 화산재 속에서 피어난 희망

FEATURES MAN vs. NATURE - 화산재 속에서 피어난 희망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빌라 라 앙고스트라 주민들은 화산 폭발의 피해를 역이용한다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에 있는 인구 1만2000명의 오지 마을 빌라 라 앙고스투라. 이르마 만실라는 10여 차례의 작은 폭발음을 들었다. 그러곤 주변이 온통 어두워졌다. 그녀가 들은 작은 폭발음은 집밖의 파티장을 장식한 풍선에 불덩어리 주먹돌이 떨어지면서 나는 소리였다. 손자의 두 번째 생일이었다. 돌멩이와 재가 대기를 메우기 시작하면서 하늘이 검게 변했다. 숨 쉬기가 불가능했다. 환하고 생기 넘치던 동네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이곳 주민들에겐 2년 전 인근 칠레에 있는 푸예후에 화산의 폭발이 여전히 금기시되는 주제다. 당시 화산재 구름은 북동쪽으로 1600㎞ 떨어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번지면서 몇 주 동안이나 그 지역을 어둠으로 뒤덮었다. 빌라 라 앙고스투라는 몇 달 동안 2.5t 이상 되는 화산재에 묻혀 있었다. 비행기 운항이 금지됐고, 지붕이 붕괴했으며, 상점들은 장사를 못했고, 수십 명이 다른 곳으로 피신했다. 구호를 위해 군대가 파견됐고 1억 달러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에게는 그 끔찍한 화산 폭발이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현지 사업가인 호세 보에르는 그 화산 폭발이 있기 수년 전 자금난 때문에 관광 단지에 아파트를 짓다가 중단했다. 초기의 폭발이 가라앉자 보에르는 아일랜드 등 먼 외국에 나가 있던 세 자녀를 고향으로 불러들여 화산재를 치웠다. 화산재가 도로, 호수, 건물, 동상, 나무에 거의 30㎝나 쌓여 있었다. 그러나 일부 재는 그냥 남겨뒀다.

보에르는 오래 전의 이웃 주민 장-피에르 램동크의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다. 그는 1960년 화산 폭발에서 나온 재를 이용해 건물을 지었다. 보에르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렇다면 50년 뒤에도 그 작업을 재연할 수 있지 않을까?

보에르는 최적의 건축자재를 만들기 위해 매일 같이 화산재와 시멘트 비율을 달리하며 계속 실험했다. 마침내 황금 비율을 찾았다. 화산재(미세한 화산재와 가는 모래 비슷한 작은 경석)와 시멘트 비율을 12:1로 맞추고 거기에다 생석회를 한줌 뿌리면 최상이었다. 원래 사용하려 했던 벽돌보다 방음과 단열 효과도 컸다.

당시 모래 1㎥에 998달러였다. “그런데 갑자기 내게 화산재가 1500㎥나 생겼다”고 보에르가 말했다. “건축 비용 절감 효과가 매우 컸다.” 정확한 계산은 못하지만 원래 자재비의 절반을 줄일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현지 유기농 농장 에코우에르타스의 직원들은 화산재를 혐오했다. 화산재는 비가 오면 콘크리트처럼 무거워지고 단단해져 작물의 햇빛과 무기물 섭취를 방해하는 유해한 침입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산 폭발 후 첫 작황이 그 이전보다 더 좋았다. 출하량이 15% 늘었을 뿐 아니라 품질도 놀라울 정도였다. 1.8㎏짜리 감자, 사과만한 딸기… 에코우에르타스의 책임자 루크레시아 오초아는 지금도 출하량과 품질 양쪽에서 작황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화산재가 내리고 난 뒤 더 커지고 더 나아진 것은 농산물만이 아니었다. 마을에 동료애도 넘쳐났다. 주민들은 손수레를 끌고 나와 복구 작업을 거들었고, 다른 곳에서 들어오는 구호품을 분배하는데 힘을 합쳤다.

빌라 라 앙고스투라는 활기를 띠었다. 오초아는 “전기와 물, 기본 자재도 없던 시절에 생존의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창의적인 능력 면에서도 생기를 되찾았다”고 말했다. 예술가들은 화산재를 이용해 도자기를 구웠고, 청소년들은 화산 폭발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 데 관한 희망적인 노래를 지었으며, 기업가들은 화산재와 화산 관광사업을 개발했다.

그러나 화산 폭발의 부산물을 창의적으로 이용하려는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이르마 만실라도 화산재로 벽돌을 만들려고 했다. 그녀는 자신만의 배합 비율로 벽돌 3장을 만들었지만 예상보다 시멘트가 더 많이 들어 그만두었다.

만실라가 최근 자기 집을 찾아갔을 때 동네 가옥의 낮고 위태로운 지붕 위에는 아직도 화산재가 쌓여 있었다. 그녀가 만들었던 벽돌도 거푸집도 찾을 수 없었다. “화산재로 너무 많은 일을 벌이려고 했다”고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어수선한 테라스에는 깡마른 개들이 판지 조각 위에 웅크리고 있었다. 만실라는 “다른 자재가 없어서” 벽돌을 더 만들기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마을의 여러 곳이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 아마도 영원히 원상 복구되기는 힘들듯하다. 에코우에르타스 유기농장 주변의 숲지대는 여전히 화산재로 덮여 있다. 인근 해변은 거의 완전히 화산재뿐이다. 새파란 호수로 흘러가는 물도 화산재로 뿌옇다. 최근 어느 날 오후 사냥개 한 마리가 언덕을 수놓고 있는 화산재 위로 뛰어 다녔다.

그러나 운 좋은 몇 명은 화산재를 황금으로 변화시켰다. 보에르가 화산재로 만든 임대 아파트는 2014년 6월이나 7월 분양될 예정이다. 분양이 끝나면 그 관광단지의 수용 인원이 하룻밤 사이에 두 배로 늘게 된다. 그는 “빌라 라 앙고스투라를 계속 믿고 투자한 정신 나간 사람”이 된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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