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FEATURES one-child policy - 한 자녀 정책이 부른 중국의 성비 불균형

FEATURES one-child policy - 한 자녀 정책이 부른 중국의 성비 불균형

여성을 경시하는 오랜 전통과 가족계획법이 맞물려 초래한 비극,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연 성비 회복이 가능할지 미지수



중국어 단어 ‘유성(優生)’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건강한 아기’다. 중국 정부가 ‘한 자녀 정책’을 시행해 온 지난 35년 동안 14억 중국인 대다수에게 이 단어는 건강한 자녀를 한 명만 낳아 기르도록 하는 정부 정책을 반영하는 용어가 됐다. 하지만 ‘유성’은 ‘우생(좋은 유전 형질을 보존하여 자손의 자질을 향상시키는 일)’을 뜻하기도 하는데 논란 많은 중국 가족계획 프로그램의 의도치 않은 결과를 잘 드러내주는 말이다. 요즘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성비 불균형이 그것이다.

2013년 말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는 한 자녀 정책을 완화했다. 정부는 이 정책이 실수였다는 점을 정확히 인정하진 않았다. 중국 관리들은 이 정책이 신생아 약 4억 명의 출생을 막아 현대화를 촉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부모 중 어느 한쪽이 외자녀일 경우 자녀 두 명을 낳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이전에는 부모가 모두 외자녀일 경우에만 두 자녀가 허용됐다.)

이런 변화가 인구 급증을 초래하진 않을 듯하다. 런던대 세계보건연구소의 테레즈 헤스케스 박사는 뉴스위크에 “최근의 변화는 약간의 인구 증가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스케스는 중국의 인구가 약 100만 명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레바논이나 코스타리카 같은 나라에서라면 엄청난 규모지만 중국에서는 거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을 만한 수치다.

“많은 중국인이 이런 정책 변화를 국민의 선택권 증진으로 여겨 반긴다.” 콜비대의 인류학 및 동아시아학 교수 홍장이 뉴스위크와 가진 e메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하지만 ‘한 자녀 정책’이 초래한 심각한 인구학적 손상의 회복이 가능할지 미지수이며 가능하다 하더라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향후 20년 동안 중국에서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생식 가능 연령대의 성비 불균형이 꾸준히 악화할 전망이다. 젊은 성인 남자 중 약 12~15%가 결혼할 희망이 없는 “잉여남”으로 남게 될 듯하다.


“딸은 짐만 될 뿐”?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당시 중국 영토에 거주하는 인구는 5억4200만 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면적이 중국보다 약간 작은 미국의 당시 인구는 약 1억4900만 명이었다). 마오쩌둥이 사망한 지 3년 뒤인 1979년 중국 정부는 인구 억제를 위해 한 자녀 정책을 시행했다. 당시 중국 인구는 9억7500만 명으로 불어나 있었고 정부는 인구가 더 늘어날 경우 국민을 먹여 살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1980년대 초 한 자녀 정책의 시행은 중국 내에서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초기에는 농촌 마을에서 이뤄지는 강제적인 정책 시행에 관한 이야기들이 관심의 초점이 됐다. 강요에 의한 후기낙태와 불임수술, 그리고 둘째 자녀를 낳으려고 임신한 부부를 이웃이 신고하는 사례 등이 포함됐다. 중국 전역의 농촌 마을에서 반발이 일자 1980년대 중반 정부는 첫째 자녀가 여아이거나 장애아인 가정에는 둘째 자녀를 허용하는 쪽으로 정책을 수정했다.

“여아”와 “장애아”를 짝지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남성성은 중국 사회의 핵심이다. 중국 사회에서 아들은 가계를 이어나갈 뿐아니라 나이든 부모를 부양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딸은 결혼하면 남편의 가족에게만 헌신할 의무가 있다. 다시 말해 부모는 나이 들었을 때 딸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 이런 전통이 한 자녀 정책, 그리고 중국 농촌의 어려운 경제 형편과 맞물려 딸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문화를 부추겼다. “살아남으려면 아들이 필요하며, 딸은 짐이 될 뿐”이라는 인식이 사회에 확산됐다.

“중국 문화에서는 여아를 임신하는 것이 심각한 선천적 결손증을 지닌 아이를 임신한 것과 유사하게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따라서 사람들은 여아를 임신할 경우 낙태를 하는 편이 좋다고 여긴다.” 여성의 상황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는 ‘우먼스태츠(WomanStats) 프로젝트’의 조사관 밸러리 M 허드슨의 설명이다. 허드슨은 여성의 생명을 경시하는 중국의 오랜 전통과 한 자녀 정책이 맞물려 성비 불균형을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국가가 만들어낸 반이상향적 악몽이다.

인구학에서 출생성비(SRB)는 출생 여아 100명 당 남아 수를 나타낸다. 헤스케스에 따르면 SRB는 문화나 지리학적 위치에 상관 없이 “매우 일관적인” 경향을 보인다. 여아 100명 당 남아 103~107명이 일반적이다. 이런 자연적인 불균형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남아는 여아에 비해 질병에 더 취약하며, 조금 더 자랐을 때는 위험한 행동을 할 확률이 더 높다. 이 아기들이 생식 가능 연령에 도달할 때쯤에는 초기의 남아 과잉 현상이 점점 사라져 성인기의 남녀 비율은 거의 같아지게 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한 자녀 정책이 시행되는 동안 SRB의 불균형이 갈수록 악화했다. 1979년 106으로 거의 정상이었던 SRB가 1990년 111로 증가했고 2005년엔 121로 뛰었다. 일부 농촌 지역은 SRB가 130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에는 118로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매우 높다. 현재 중국에는 20세 미만 남자가 여자보다 3200만 명 더 많다.
사회정책 수정이 도움은 되겠지만 중국의 성비 불균형은 오랫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남자가 여자보다 4000만 명 더 많아의학과 기술의 발달이 남아 과잉 현상을 초래하는 데 주된 역할을 했다. “중국 정부는 제너럴 일렉트릭(GE)에서 발전기로 작동되는 이동식 초음파 검사기를 공급받기로 계약을 맺었다. 그래서 오지 마을에서도 태아의 성을 감별할 수 있게 됐다.” 허드슨의 설명이다. 태어날 자녀의 성별을 알 수 있게 되자 많은 부모들이 여아를 낙태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낙태는 중국의 여아 감소의 유일한 원인이 아니다.

펄 S 벅의 소설 ‘대지’에는 한 중국인 아버지가 갓 태어난 둘째 딸의 첫 울음 소리를 들은 직후 사방이 조용해지는 장면이 있다. 아버지는 다른 방에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볼 수 없지만 아내가 갓 태어난 딸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비록 소설의 한 장면이지만 중국 영아살해의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쓰인 이야기다.

호주 국립대학의 인구학자 겸 역학자 테렌스 H헐은 ‘중국 출생성비의 최근 경향’이라는 연구에 이렇게 썼다. “2세기 전 중국에서는 여자 아기를 내다버리는 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예수회 선교사들은 베이징 길거리에 버려진 수많은 아기들이 정기적으로 수거원들의 수레에 실려 시 외곽의 대형 공동묘지로 옮겨졌다고 기록했다.”

1851~1948년 중국의 여자 아기 약 5%와 남자 아기 2.5%가 이런 식으로 죽임을 당했다. 요즘은 여아 살해가 드물지만 여자 자녀의 의도적인 제거가 좀 더 은밀한 방식으로 여전히 일어난다. 서서히 굶겨 죽이거나 병든 여자 아이를 방치하거나 유기하는 등의 방식이 사용된다. 향후 20년 동안 중국에서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생식 가능 연령대의 성비 불균형이 꾸준히 악화할 전망이다. 젊은 성인 남자 중 약 12~15%가 결혼할 희망이 없는 “잉여남”으로 남게 될 듯하다.

중국 정부가 한 자녀 정책을 어떤 식으로 수정하든 그 폐해는 앞으로 오랫동안 중국을 괴롭힐 듯하다. 이 성비 불균형의 영향을 가장 잔인하게 느끼게 될 층은 결혼을 당연시하는 중국 사회에서 본의 아니게 총각으로 늙어갈 남자들이다. 이 잉여남 중엔 장애인(20%)과 문맹자가 많으며, 대다수가 돈 없이 농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헐벗은 가지’의 세계중국은 혈통을 중시하는 사회다. 나뭇가지 모양의 가계도를 연상케 하는 ‘헐벗은 가지’는 가문의 대가 끊기는 지점의 미혼 남성을 가리키는 용어다. 이 헐벗은 가지들은 사회에서 무시당한다. 시안의 자퉁대학에서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48%가 차별을 당한다(이런 차별은 그들의 부모에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이들에게 깊은 수치심을 유발할 뿐 아니라 비정상적으로 높은 스트레스나 알코올 중독 등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헤스케스는 중국인 미혼 남성 1059명과 유부남 1066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조사에서 미혼 남성이 우울증 수치가 더 높으며 자살 충동을 더 많이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공격적인 성향도 유부남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중국 사회에는 잠재적인 공격성이 만연해 있으며 그런 공격성은 작은 자극에도 쉽게 겉으로 드러난다”고 헤스케스는 말했다. 허드슨과 앤드리아 덴 보어는 공저 ‘헐벗은 가지’에서 “여성보다 남성의 비율이 높은 사회는 안정을 잃기 쉬우며 사회 안팎에서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썼다.

중국 사회에는 정신건강 문제도 확산되고 있다. 한 연구에서는 2000년 미혼 남성 중 14.7%가 매춘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유부남의 경우와 비교할 때 약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상업적 성관계에 노출될 확률이 높은 이들 남성은 여성 매매 시장의 성장을 부추긴다. 미얀마, 베트남, 라오스, 싱가포르, 몽골, 북한 등의 인접국을 포함해 세계 각지의 여성들이 상업적 성착취의 대상으로 중국으로 팔려간다. 그리고 그 숫자는 점점 늘어간다. 2013년 미 국무부는 중국을 세계 인신매매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중국 안팎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중국 정부는 최근 몇년 동안 성비 불균형의 영향 연구에 수백만 달러를 지원하고 사회정책을 수정했다. 소액 노령연금의 책정과 딸만 있는 가정의 자녀에 대한 대학입학 우선권 부여 등이 그 예다. 또 태아의 성별 파악이 가능해지는 임신 14주 이후의 초음파 검사를 집중 단속함으로써 현재 불법인 성별 선택적 낙태를 한층 더 어렵게 만들었다.

가족계획법 완화와 사회정책 수정이 어느 정도 도움은 되겠지만 중국의 성비 불균형은 앞으로 오랫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자연 성비의 회복은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중국이 인구 대국임을 감안할 때(그리고 역시 인구 대국인 인도 또한 남성의 비율이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성비 불균형은 세계적인 문제다. 허드슨의 말을 들어보자. “현재 세계 전체의 성비는 101.4로 기록상 최초로 지구상에 여자보다 남자가 더 많은 시대를 맞이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한국축구 40년만에 올림픽 좌절…홍준표, 한국축협회에 또 ‘쓴 소리’

2민희진 ‘노예 계약’ 주장에 하이브 반박 “논의 촉발, 보상 규모다”

3‘빅5’ 병원 ‘주 1회 셧다운’ 예고…환자들 “사직의사 명단 공개하라”

4尹대통령-이재명 29일 첫 회담…“국정 현안 푸는 계기되길”

5이부진 표 K-미소…인천공항 온 외국 관광객에게 ‘활짝’

6목동14단지, 60층 초고층으로...5007가구 공급

7시프트업, ‘니케’ 역주행 이어 ‘스텔라 블레이드' 출시

8데브시스터즈 ‘쿠키런: 모험의 탑’, 6월 26일 출시 확정

9‘보안칩 팹리스’ ICTK, 코스닥 상장 도전…“전 세계 통신기기 안전 이끌 것”

실시간 뉴스

1한국축구 40년만에 올림픽 좌절…홍준표, 한국축협회에 또 ‘쓴 소리’

2민희진 ‘노예 계약’ 주장에 하이브 반박 “논의 촉발, 보상 규모다”

3‘빅5’ 병원 ‘주 1회 셧다운’ 예고…환자들 “사직의사 명단 공개하라”

4尹대통령-이재명 29일 첫 회담…“국정 현안 푸는 계기되길”

5이부진 표 K-미소…인천공항 온 외국 관광객에게 ‘활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