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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DRINKS - 칵테일 제조 앱

culture DRINKS - 칵테일 제조 앱

스크린을 보고 따라만 하면 마법처럼 술이 완성되지만 아직 업데이트를 통해 보완해야 할 결함 많아



우리는 별난 세상에 산다. 우리 자신은 아쉬움을 느끼기는커녕 있는 줄도 몰랐던 삶의 측면을 개선하겠다며 갖가지 앱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 세상에서 브룩스톤이 ‘앱 기반 칵테일 시스템(The Perfect Drink App-Controlled Smart Bartending)’을 선보였다. 전에도 칵테일 앱은 많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저울에 부착되어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됐다. 어느 모로 보나 떨리는 손을 고정시켜 직접 칵테일을 제조하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이 세트를 주문하면 저울, 칵테일 셰이커, 실제 바텐더가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따르개(pouring spouts) 2개,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용 스탠드 하나가 담긴 박스가 배달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무료’ 앱이다. 그것이 없으면 이 박스는 사물함에 지나지 않는다. 앱을 내려받아야 비로소 마법이 시작될 수 있다.

앱을 내려받은 뒤 헤드폰 잭으로 저울을 휴대전화에 연결했다. 첫째 메뉴로 사이드카(위스키 레몬 주스 혼합)를 택했다. 내게는 아주 익숙한 칵테일이다. 과도하게 친숙하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여간 잔소리꾼들은 어디에나 있게 마련이다.

셰이커를 저울 위에 올려놓으면 자동으로 눈금이 조정된다. 칵테일 종류를 선택하면 ‘제조(build)’ 화면으로 안내된다. 각 재료가 하나의 박스로 표시되어 층층이 쌓여 있다. 지시에 따라 칵테일을 제조한 뒤 글라스 가장자리에 라임 주스를 두르고 테두리에 설탕을 뿌려 장식했다. 그뒤 지시대로 칵테일 한 잔 분량의 브랜디 2온스를 부었다. 그러자 화면 상의 박스가 마법을 부린 듯 갈색으로 차 올랐다.

마치 진짜 브랜디 같았다. 2온스에 이르자 크게 핑 소리를 내며 양이 모두 찼음을 알렸다. 그리고 계속해 트리플섹(오렌지로 만든 리큐르) 1온스를 부었다. 그러자 스크린 상의 박스가 오렌지색으로 차 올랐다. 여기까지 완성되자 내가 만든 칵테일에 약간 들떠 레몬주스를 1온스나 부었다.

앱에서 처방한 정량인 4분의 3온스를 넘겨버렸다. 또 다른 큰 핑 소리와 함께 “정량초과 감지”라는 빨간색 경고문이 화면에 등장했다. 앱은 브랜디와 트리플섹을 얼마나 더 부어야 다시 비율을 맞출 수 있는지 아주 친절하게 알려줬다(이 상냥한 미스터 바텐더가 과잉 서비스를 하는 건가? 아직 팁도 주지 않았는데!). 얼음을 추가한 뒤 셰이커 뚜껑을 닫고 흔들었다. 앱이 나를 대신해 10초 카운트다운을 했다.

그뒤 거품 이는 카라멜색 액체를 내 글라스에 붓고 조심스럽게 맛을 음미했다. 균형이 제대로 잡히고 시큼한 맛의 사이드카가 완성됐다. 앱을 토대로 칵테일을 10잔 이상 만들었다. 위스키사워(위스키와 레몬 주스 혼합) 사촌격의 워드 8(호밀, 오렌지주스, 레몬주스, 클럽소다, 그레나딘 시럽)이라는 칵테일은 남편에게, 애틀라스(진, 오렌지주스, 릴레 와인, 향료인 오렌지비터스)는 이웃사람, 그리고 1920년대 프랑스의 올림픽 펜싱 스타 이름을 딴 칵테일은 또 다른 운 좋은 친구에게 만들어줬다.

모두 만들기 쉽고 마시기는 더 편했다. 이들은 제대로 균형 잡힌 어른스러운 칵테일이었다. 온라인에서 가짜 신분증을 구입한 십대용의 젤로샷(젤리 넣은 칵테일)이 아니었다.

이 앱에는 몇 가지 멋진 기능이 있다. 그레나딘 시럽으로부터 달걀 흰자까지 집에 있는 칵테일용 재료를 모두 알려주면 그것으로 만들 수 있는 칵테일 리스트를 뽑아준다. 특정 재료가 부족하면(가령 스카치 위스키에 드람뷔 리큐르를 섞어 만드는 러스티네일을 제조하려는데 드람뷔가 부족할 경우) 거기에 맞춰 재료 용량을 재조정해준다. 또한 칵테일의 종류를 재미있는 항목으로 분류한다. 금주령 시대 칵테일, 유명한 영화나 소설 속 칵테일 같은 식이다. 그 음료들이 단순히 음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속이는데 유용하다.

시중에는 8000종 이상의 칵테일 제조법을 담은 칵테일 앱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종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브룩스톤 앱은 200~300여 종의 확실하면서도 다양한 메뉴를 제공한다. 맨해튼과 같은 표준 메뉴뿐 아니라 필시 앱 없이도 만들 수 있거나 또는 음주를 허용해서는 안 되는 종류도 있다(잭 대니얼 위스키와 코카콜라를 섞어 만드는 ‘잭&코크’ 제조법을 중학교 때 배우지 않았던가?). 그런 결점은 다양하고 흥미로운 덜 알려진 메뉴들로 벌충된다.

예를 들어 블러드&샌드(blood and sand)는 영화배우 루돌프 발렌티노가 좋아했다고 알려진 스카치 위스키 기반 칵테일이다. 일부 거부감을 주는 칵테일도 있다. ‘크림 드 비올렛’이 들어가는 두 종류가 대표적이다. (짐작했겠지만)제비꽃 향의 아페리티프(식전 반주)다. 할머니 그리고 그녀의 간호사와 함께 칵테일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 솜사탕 맛 보드카도 존재하는 세상에서 그 정도는 양반이다.

그 앱은 업데이트를 통해 일부 결함을 수정해야 한다. 그리고 가격이 69.99달러나 된다면 매주 업데이트가 필요할 듯하다. 탄탄하고 평평한 바닥 위에 올려 놓았는데도 저울의 균형이 잡히지 않았다고 짜증나게 몇 번이나 반복해 경고했다. 이용자 자신의 레시피를 추가할 수 없는 것도 큰 결함이다. 기존 칵테일의 조절만 가능하다. 그리고 그 과정이 번거롭고 어설프다.

스펠링 오류도 숱하게 많다. 능력 발휘할 기회를 잡지 못하는 교열 편집자들이 널려 있는데 이런 오류를 보면 나 같은 사람은 울화가 치민다. 적어도 칵테일 앱이라면 아르마냑(Armagnac, 프랑스산 브랜디)과 키르슈바서(kirschwasser, 버찌 증류주)의 스펠링 정도는 좀 제대로 써야 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그 유명한 스코틀랜드산 술은 원래 whisky로 적으며 그 사촌인 아일랜드산은 whiskey로 표기된다.

하지만 이 앱 세트는 어떤 파티에서든 환영 받을 듯하다. 바텐더 부르는 비용을 절약하게 된다(그리고 사람들이 안 볼 때 술을 마시지도 않는다). 대단한 도구는 아니지만 칵테일 제조기술을 연마하는 괜찮은 방법이다. 이 앱을 바텐더 훈련용 보조바퀴(training wheels)라고 생각하면 된다. 언젠가는 보조바퀴를 떼어내겠지만 그때까지는 넘어지지 않고 달리게 해준다. 다이키리(럼주 칵테일)가 제대로 만들어질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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