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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DIPLOMACY - 프랑스-미국 신밀월 시대 열리나

FEATURES DIPLOMACY - 프랑스-미국 신밀월 시대 열리나

올랑드와 오바마 돈독한 동맹관계 복원에 나섰다
2월 11일 미국-프랑스 정상회담 직후 열린 합동 기자회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2월 10~12일)은 주목할 만한 변화를 보여줬다. 미국이 급속히 프랑스가 돼가고 있으며 프랑스는 갈수록 미국을 닮는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사회당 총재인 올랑드는 요즘 툭하면 경제의 ‘공급’ 측면을 강조한다. 반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건강보험제도를 ‘사회 의료보장제’를 닮은 방식으로 개혁했다. 오바마 비판자들은 그런 점을 우려하는 반면 일부 지지자들은 실제로 그런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올랑드는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프랑스 부자들의 세금을 최고 75%까지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이제 그는 세율 인하를 이야기하며 공공지출 삭감을 다짐한다. 한편 오바마는 소득 불평등 문제의 해결을 이번 임기에서 중심 주제 중 하나로 삼았다. 프랑스는 이슬람 테러리스트들과 싸우기 위해 세계의 분쟁 지역에 파병하고 있다. 반면 “지상군 파병은 없다”는 것이 미국의 글로벌 위기 해결 방안에서 반복되는 명제다.

미국 터프츠대 외교전문대학원 플레처스쿨의 제임스 스타브리디스(퇴역 제독) 학장은 “올랑드의 대통령 취임 후 과거 프랑스가 영향력을 행사했던 지역에 적극적인 개입이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럽 연합군 최고사령관을 지낸 스타브리디스는 “미국과 프랑스는 두 나라 다 군사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며 다른 동맹국들처럼 두 나라도 앞으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민지 시대부터 얼마 전까지 강대국들은 독자적으로 전쟁을 벌였지만 지금은 “일방적인 군사행동의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고 그는 덧붙였다.

2000년대 초 당시 프랑스 외무장관 도미니크 빌팽도 그 비슷한 견해를 표명했다. 빌팽은 미국과 영국이 유엔 안보리의 사전 승인 없는 이라크 침공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훈계했다. 아울러 그는 안보리의 거부권을 가진 프랑스가 그런 행동을 결코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전쟁을 할 시점이 아니다. 평화에 기회를 줘야 한다.” 당시 미국과 영국, 그리고 여러 동맹국들은 국제법의 다른 조항을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그냥 전쟁을 밀어붙였다.

방미한 올랑드 대통령이 2월 10일 버지니아주 샬로츠빌의 토마스 제퍼슨 기념관을 방문했다.
올해 들어 아프리카에서 위기가 발생하자 프랑스는 처음엔 말리에, 다음에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병력을 보냈다. 두 건 모두 허약한 현지 정부가 프랑스의 개입을 요청했다. 유엔 안보리의 결의가 아닌 이런 요청이 개입의 법적 근거가 됐다. 말리의 경우 프랑는 여러 차례 성공적인 작전이 완료된 뒤에야 평화유지군 파견 형태로 안보리의 승인을 받았다.

프랑스는 2011년 미국의 지지를 업고 영국과 함께 리비아에 NATO 개입을 이끈 후 2013년 미라주 전투기 엔진을 다시 가동했다. 올랑드는 시리아의 화학무기 위협을 끝내기 위해 미국과 께 군사행동을 취할 준비가 돼 있었다.그러나 이번에는 미국이 올랑드를 말렸다. 오바마는 영국의 사례를 따라 상원에 시리아 개입 승인을 요청했다. 안보리 결의 대신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일한 법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거나 아니면 상원이 시리아 공격을 절대로 승인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알았을지 모른다.

아무튼 파리의 여러 소식통들은 올랑드가 자신의 위신을 잃을 각오를 하고(사실 지지율이 너무도 저조해 더 잃을 것도 없었다) 공격을 감행하려고 했지만 동맹국인 미국에 의해 저지당해 “낙담했다”고 전했다. 그 대신 동맹국들은 불확실성이 크지만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외교적으로 협상하는 길을 택했다. 아사드는 러시아의 보장을 받은 뒤 화학무기 협정에 서명하고 그들을 폐기하기로 동의했다.

올랑드는 이번 방미에서 오바마와 회담하며 시리아의 화학무기 폐기가 예상만큼 순조롭게 진척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주 길고 지루한 과정이다. 부분적인 폐기일 뿐 충분하지 않다.” 유엔 주재 외교관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시리아는 보유한 화학무기의 5%만 국외로 내보냈다. 그에 따라 아사드 정권이 가진 화학무기고 전체 분량의 폐기를 위해 설정된 아주 빠듯한 일정에서 상당한 차질이 빚어졌다.

올랑드와 오바마는 시리아의 인도주의 상황을 두고 “크나큰 좌절감”을 표했다. 3년 전부터 시작된 시리아 내전으로 13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만 명이 난민이 됐다. “현재로선 이 문제의 군사적 해결책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오바마가 말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어느 시점에 “프랑스와 미국은 시리아에 대한 군사행동을 개시하기 직전까지 갔다”고 스타브리디스는 말했다. 그 계획은 무산됐지만 “결국은 올랑드가 뜻대로 군사행동을 하게 될 듯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샤를 드골이 1958년 제5공화국을 수립한 이래 파리의 정치인들은 세계적인 문제에서 프랑스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영미의 영향을 받지 않는 프랑스어권 세계를 이끌었다. 그러나 2월 11일 올랑드와 오바마가 정상회담을 마치고 가진 백악관 합동 기자회견에서 한 프랑스 기자는 오바마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프랑스가 영국을 제치고 미국의 최고 유럽 동맹국이 됐는가?”

오바마의 답변은 상당히 외교적이었다. 그는 두 딸 사샤와 말리아 중 어느 한 명을 선택할 수 없듯이 영국과 프랑스 중에서 미국의 최고 유럽 동맹국 하나를 선택할 순 없다고 말했다. “모두가 나름대로 훌륭한 나라다.”

지난주의 우정 과시는 국내 지지도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오바마와 올랑드 모두에게 득이 됐다. 그들은 새로운 프랑스-미국 동맹을 “아름다운 우정의 시작”으로 표현했다.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전형적인 미국인 릭 블레인과 프랑스인 경찰 서장 루이 르노 사이의 우정을 연상케 하는 언급이다.

오바마와 올랑드는 워싱턴포스트지와 르몽드지에 동시 게재된 공동 기고문에서 자신들의 임기 중인 “지난 몇 년” 사이에야 미국과 프랑스의 동맹관계가 복원됐으며 그 관계는 “10년 전”에는 상상조차 못하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비록 조지 W 부시와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서로 불편한 관계였다고 해도 프랑스가 그 다음으로 선출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현대사에서 가장 친미적인 프랑스 대통령 중 한 명이었다.

부시와 사르코지는 유엔 안보리를 설득해 시리아를 레바논(프랑스가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 나라)에서 철수시켰다. 그러나 양국의 여러 협력 사례와 증진된 협력관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대중은 부시가 이끄는 미국을 ‘외톨이 카우보이’의 나라로 간주했다.

반면 미국인 다수는 프랑스를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고 조롱하며 아침식사로 고집스럽게 ‘프리덤 토스트’를 주문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프랑스가 군사행동에 반대하자 밥 네이 공화당 하원의원은 감자튀김인 프렌치 프라이를 ‘프리덤 프라이’로 바꿔 부르자고 제안했고, 그와 함께 우유와 달걀을 섞어 푼 것에 식빵을 적셔 프라이팬에 굽는 프렌치 토스트도 ‘프리덤 토스트’로 바꿔 부르자는 운동이 전개됐다.)

이제 프랑스가 서서히 미국화되고 미국 지도부가 프랑스식 감수성을 즐기면서 두 나라 사이의 나쁜 감정이 사라지는 듯하다. 그러나 그런 밀월 관계는 잠재적인 중요한 견해차에 의해 깨지기 쉽다. 백악관 합동 기자회견에서 오바마는 이란에 대한 국제 제재가 곧 풀릴 것이라는 생각에서 “차라리 일찌감치” 이란과 사업을 시작하려는 프랑스 회사들을 상대로 경고했다.

얼마 전 이란인들과 사업관계를 구축하려고 테헤란을 방문한 에너지, 자동차 등 주요 프랑스 기업 대표단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오바마는 그런 사업은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경고하며 “그런 업체들에게 엄중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사회주의 노선을 견지하는 올랑드(정부의 경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으로 출마했다)는 이란과 사업을 하려는 프랑스 기업들을 말리고 그들에게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이란과 포괄적인 핵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다려달라고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제할 수는 없다고 올랑드는 덧붙였다.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경영자 단체의 회장이 아니며 그런 감투를 쓰고 싶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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