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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달라이 라마가 설파하는 배려의 경영학

MANAGEMENT - 달라이 라마가 설파하는 배려의 경영학

자기중심적인 태도가 지배하는 비즈니스에서도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수익성을 높이는 데 유익하다
산타 클라라 강연에서 달라이 라마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모두 협력해야 성공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4일 달라이 라마가 강연차 실리콘 밸리를 방문했다. 그가 참석하는 공개행사가 대부분 그렇듯이 그 이벤트는 장사진을 이뤘다. 산타클라라 대학의 농구장 리비 센터에 적색 승복을 입은 그의 모습을 보려고 4000명이 운집했다. “사랑해요, 달라이라마!”라는 외침도 가끔씩 들렸다. 그밖에 수많은 사람이 온라인으로 생중계되는 스트리밍 방송을 지켜봤다. 강연 주제? 더 좋은 상사가 되는 법.

많은 직장인은 사무실 칸막이 뒤에서 장시간 컴퓨터 앞에 웅크리고 일하며 책상 앞에 앉아 점심을 먹고 다음 휴가까지 남은 날짜를 손꼽아 기다린다. 거기서 비롯되는 권태와 실존적 절망에서 친절함이 우러날 리 없다. 문제는 거기에 어떻게 변화를 가져오느냐다.

전통적인 기업적 사고에선 근로자들에게서 최대한 많은 성과를 뽑아내고 그 과정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일을 잘 해야 하고 성과를 올려야 한다는 압력을 느끼면 누구나 혈압이 상승하고 스트레스 지수가 치솟는다. 지나치게 몰아붙이는 상사나 경쟁적인 동료가 없더라도 마찬가지다.

달라이 라마는 당연히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심(compassion, 공감·배려로도 번역된다) 원칙의 옹호자다. 통렌(tonglen)은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행위를 뜻하는 티베트 말이다. 달라이 라마에 따르면 우리 개인의 행복은 주위 사람들의 행복과 긴밀하게 얽혀 있다. 우리 대다수는 깨어 있는 시간의 태반을 직장에서 보낸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야 과학자들이 직장에서 배려의 영향을 계량화하기 시작했다.

직장 내 스트레스·불안·우울의 전염으로 미국 기업계가 입는 피해 규모는 연간 2000억~30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생산성 감소와 직원 이직에 따른 비용, 그리고 법률·의료·보험 비용 등이다. 6년 전 달라이 라마는 배려·이타주의연구교육센터(CCARE)의 설립과 자금조달에 기여했다. 스탠퍼드대 의과대학원의 산하기관이다. “배려와 이타적 행동의 신경·정신·사회적 기반에 대한 엄격한 과학적 연구”의 실행을 사명으로 내세운다. 달라이 라마의 기부금 15만 달러는 티베트와 관련되지 않은 운동에 그가 기부한 금액 중 최대 규모였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직장 내에서 배려와 생산성 간의 관계를 탐구한다. 우리 몸은 직장에서 긍정적인 인간관계에 놀라울 정도로 건강하게 반응한다. 혈압과 심장박동이 낮아지고 면역체계가 강화되며 호르몬 수치가 최적화된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근로자의 경우 건강보험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 미국심리학회가 조사한 근로자 중 절반 이상이 만성적 스트레스 때문에 승진거부, 사직 또는 전직을 고려했다고 답했다. 직장 스트레스가 있을 때 높은 이직률이 뒤따른다. 그밖에 신입사원 훈련에도 추가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사회 친화적(pro-social)’이 된다는 말은 가령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동료를 돕거나 다른 사람의 실수를 용서해준다는 뜻이다. 그럴 때 두뇌 속의 보상 센터가 자극을 받는다. 2013년 봄에 열린 CCARE 배려·비즈니스 회의에서 얻은 하나의 결론이다. 그리고 이타적 행위의 생리적인 영향에 대한 조사 결과, 남에게 베풀면 내 기분도 좋아진다. 돈(또는 음식이나 섹스)을 받을 때와 같은 두뇌 부위가 활성화된다.

다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돕는 모습을 볼 때 행복감이 고조된다. 과학자들은 이를 고양감으로 부른다. 비즈니스 환경에서 상사가 공정하고 헌신적일 때 부하 직원들의 사기도 높아진다. 그에 따라 그들도 더 행복하게 느끼며, 더 애착을 갖고 성실하게 일하며, 특별한 이유 없이 남에게 도움을 주려 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친절함의 직장문화 조성은 전염성이 강하며 사업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직장 동료들이 더 배려심을 갖도록 가르칠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그렇다고 말한다. 배려는 연습을 통해 양성하고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체 단련과 같다. 자신이 행복해지는 곳을 찾는 훈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CCARE의 연구팀은 8주간의 배려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부분적으로 티베트 불교 수련법과 사회심리학 원리에 기초했다.

그 프로그램은 협력·회복탄력성·명상 기법에 초점을 맞춘다. 그에 대한 연구에서 그 강습을 받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이 공감하고 행복하고 만족하며, 스트레스와 외로움을 덜 느꼈다. 이 프로그램의 인기는 엄청나다. 강습은 보통 몇 주 전에 정원이 차며 첨단기술자와 교사들로부터 의사와 호스피스 근무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이 등록한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유도명상 훈련을 실시한다. 그리고 실험실에서 검증된 특정한 운동으로 강습을 뒷받침한다.” 스탠퍼드대에서 4년간 배려 프로그램을 실시한 선임 강사 모니카 핸슨이 말했다. 예컨대 까다로운 사람이나 상황에 접근하는 법을 가르치는 강좌도 있다. 직장에서 일상적으로 부닥치는 일이다.

직장에서 일이 틀어질 때 사람들은 종종 자신을 가장 많이 탓한다. 따라서 또 다른 강좌의 수강생들은 자신의 아픔에 동정을 나타내는 편지를 쓴다. 수강자들은 자신이 잘못 대처했다고 느끼는 현실세계의 어려운 상황들을 떠올린 뒤 자신의 또 다른 자아에게 도움과 위안을 주는 편지를 쓴다. 자신의 결함에 관해 이해심을 갖기는 다른 사람에게 이해심을 나타내기보다 더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이 훈련은 효과가 있다. 최근 캘리포니아대(버클리) 연구팀이 ‘자기배려가 자기계발의 동기를 강화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시험에 낙제한 뒤 스스로를 위안하도록 격려 받은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려는 의욕이 강했다.

핸슨은 이 같은 사고가 마법을 발휘하지는 않는다고 신중하게 지적한다. 관건은 실천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티파니 리본을 두르지는 않았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러나 이 기법을 적용하면 과거 그들이 막혔던 일에 다시 맞닥뜨릴 때 색다르고 의미 있고 유용한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다.” 그녀 자신도 가끔씩 회의가 생길 때가 있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련을 했더니 정말 효과가 있었다.”

남의 말을 경청하고, 도전을 수용하는 법을 배우고, 까다로운 동료와 협력하는 법에 관해 생각하면서 배려 능력을 키우는 훈련은 대수롭지 않아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상당히 실용적이다. “직장에서 더 행복하게 일하도록 할 뿐 아니라 명확한 우선순위와 실효성 의식을 갖고 업무에 더 몰입하도록 한다”고 핸슨이 말했다. “과거 회피와 장애물뿐이던 영역에서 도전을 받아들이고 일을 추진해 나가는 의지를 키운다.”

산타 클라라 강연에서 달라이 라마는 현대 직장생활을 우리 모두가 속한 “하나의 커다란 기계”로 묘사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모두 협력해야 성공한다고 그가 말했다. 강연하는 동안 그는 모든 사람과 최대한 시선을 마주치려고 신경을 썼다. 비즈니스는 자기중심적인 태도가 지배하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오히려 수익성을 높이는 데 유익하다. “다른 사람을 돕는 쪽이 오히려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고 그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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