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AUTOS | Cars for women - 강남 여성 이 차에 꽂혔다

AUTOS | Cars for women - 강남 여성 이 차에 꽂혔다

서울 강남거리를 누비는 수입차의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엔 아우디 A6,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이보크, 폴크스바겐 골프 2.0 TDI 블루모션이 대세다. 이들 모델도 흔해지면 언제 인기가 시들해질지 모른다.
강남 미혼여성들의 첫 수입차로 꼽히는 폴크스바겐의 골프2.0 TDI 블루모션.



지난 7월 2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티역 인근 학원가. 롯데백화점 강남점 건너편으로 다닥다닥 붙은 학원 간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업체가 입점한 건물의 1층을 제외하곤 4~5개층 대부분은 학원이 들어서 있다. 논술, 영어, 수학, 예능뿐 아니라 입시컨설팅 학원도 즐비하다.

학원 1000여 곳이 문을 연 대치동은 ‘사교육 1번지’로 불린다. 학원이 끝나는 밤 10시를 기점으로 교통정체가 극심하다. 이날도 학원 건물 주변 도로는 자녀를 데리러 온 엄마들의 자동차로 붐볐다. 주차한 차량 10대 중 5~6대는 수입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20d, 포르셰의 카이엔과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등이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아우디 모델. 수입차 브랜드 넷 중 하나는 아우디, 그것도 대부분 A6 모델이었다. 역삼동 래미안펜타빌아파트에 산다는 홍모씨(45)는 5년 동안 BMW 528i를 타다가 지난해 아우디 A6 3.0 TDI 콰트로로 바꿨다. 홍씨는 “학원 앞에서 기다리는 엄마들 차 중에서 지난해부터 A6 모델이 부쩍 늘었다”며 “상대적으로 BMW·벤츠 모델은 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SUV(스포츠 유틸리티차량)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오후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둘째를 데리러 학원 앞에 가면 카이엔, 레인지로버 등 1억원이 넘는 SUV를 끌고 온 엄마들을 자주 보게 된다.”

서울 강남은 수입차 트렌드를 주도하는 곳이다. 마케팅 인사이트가 지난해 신차를 구매한 소비자 78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서울에서 5명 중 1명꼴로 수입차를 구입했다. 강남3구(서초·강남·송파)는 4명 중 1명, 강남구는 3명 중 1명이 수입차를 선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청 자동차등록팀에 따르면 하루 평균 구청에 등록되는 신규차량 약 210대 중 170대 정도가 수입차다. 강남구에 등록된 10만여 대의 차량 중 수입차는 4만 대를 넘어섰다.

강남 여성들이 선호하는 승용차도 유행이 있다. 2000년대 초반엔 현대차 ‘그랜저XG’와 르노삼성자동차 ‘SM520’ ‘SM525V’가 인기였다. 2000년대 중반 일본차를 중심으로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렉서스 중형세단 ‘ES350’이 급부상했다. 안전하고 정숙한 데다 가격이 5000만원대 후반으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중형 세단(8000만 원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독일 업체들이 가격을 낮추고 체급이 낮은 차량을 선보이면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특히 ‘E220’과 ‘520d’가 인기를 끌었다. 수입차들이 거리에 홍수를 이루자 ‘강남 쏘나타’ ‘강남 싼타페’라는 말도 나왔다. 장을 보거나 학원에 아이를 데리러 올 때 몰고 다녀 ‘흔하게 보이는 차’라는 뜻이다.

최근엔 ‘아우디 A6’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폴크스바겐 골프 2.0 TDI 블루모션’이 대세다. 기혼 여성은 아우디 A6를, 학부모가 되면 레인지로버를, 미혼 여성은 골프를 주로 선택한다. 각각 ‘강남 쏘나타’ ‘강남 쏘렌토’ ‘강남 모닝’으로 불리기도 한다.

여성적인 우아함을 갖춘 아우디 A6는‘ 강남 사모님’ 차로 통한다.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넓은 수납공간과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학부모들에게 인기다.
올 상반기 베스트셀링 모델은 여전히 BMW 520d이다. 하지만 강남에서만큼은 아우디 A6이 턱 밑까지 쫓아왔다는 평가다. 아우디 A6은 지난 5~6월 전국적으로 월 평균 500대가량이 팔리며 메르세데스-벤츠 E220 CDI, BMW 520d를 밀어냈다. 특히 2011~2013년 전체 판매 물량 중 30%가량이 강남 3구에 위치한 아우디 청담·송파·대치·서초 전시장에서 팔렸다. 수입차업계에서는 “남성적인 BMW가 여전히 대세이긴 하지만 여성적인 우아함을 가미한 아우디 A6가 이른바 ‘사모님’ 차로 각광받고 있다”고 분석한다.

아우디 코리아 측은 아우디 기술력이 집약된 엔진과 안전을 중시하는 여성 운전자의 성향에 맞는 상시 4륜구동 시스템, 경쟁사 대비 우수한 운전 편의성 등을 A6의 인기비결로 꼽고 있다. 아우디 코리아 관계자는 “2012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강남구에선 A6 6개 세부 모델 중 A6 3.0 TDI 콰트로가 가장 많이 팔렸다”고 했다. 학부모 홍씨는 “강남엔 의외로 언덕이 많은데 아우디 A6의 4륜구동이 안정감을 준다”며 “과하지 않으면서 우아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모델 바꾸며 트렌드 주도1억원이 넘는 고가의 SUV도 서울 강남의 유명 영어유치원이나 사립 초등학교 주변, 강남 대로변에서 자주 눈에 띈다. 특히 ‘사커 맘’에게 인기다. 사커 맘은 자녀의 교육과 방과 후 활동을 위해 정신 없이 뛰어다니는 열성적인 엄마를 가리킨다. 그동안 SUV는 큰 차체 때문에 여성이 운전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안전성에 연비가 높고 실내가 넓어 최근 30∼40대 여성 운전자, 특히 학부모에게 인기다.

같은 날 오후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학원가에서 만난 박모씨(42)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다. 올초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산 그는 “아이가 일주일에 두 번 아이스하키를 배우는데 오후에 학원 끝나고 이동하기엔 넉넉한 수납공간을 갖춘 SUV가 최고”라며 “학교 등하교부터 학원, 예체능 개인 교습까지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부지런히 차로 실어다나르는 것이 강남 엄마들의 주 업무”라고 귀띔했다. “세단을 몰던 강남 엄마들이 SUV로 차를 바꾸는 시기가 바로 첫 아이 초등학교 입학 시점이다. 무조건 수입차로 바꾼다. 차 모델을 통해 강남 주민이라는 소속감을 나타내는 것 같다.”

최근엔 ‘강남 쏘렌토’ 자리를 두고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와 포르셰의 카이엔이 경합 중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여성에게 인기다. 특히 배우 이민정의 차로 알려지면서 여성 구매자가 늘고 있다. 2012년 베이징모터쇼에서는 영국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의 아내 빅토리아가 디자인에 참여한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부드러운 외관에 고급스러운 내부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양손에 짐을 들고도 쉽게 트렁크를 열고 닫을 수 있는 파워 테일 게이트, 주차를 돕는 후방 카메라와 전·후방 주차 센터도 모든 모델에 기본으로 장착됐다.

최근 랜드로버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판매량이 2012년 1916대에서 2013년 3103대로 62% 성장했고, 올 1~5월까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 상승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입차시장 점유율은 2010년 0.3%에서 지난해 1.7%로 올랐다. 랜드로버 코리아 관계자는 “부드러운 드라이빙과 넓은 수납공간 때문에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랜드로버 내에서 베스트셀링 2위 모델로 올해 5월까지 443대가 팔려 전년 동기 대비 33% 성장했다.”

미혼여성 등 20~30대 젊은 여성에겐 폴크스바겐 7세대 골프 2.0 TDI 블루모션이 인기다. 지난해 20~40대 연령층의 신규 등록에서 폴크스바겐이 1만6361대로 BMW(1만3176대), 아우디(7222대), 벤츠(7075대)를 모두 앞질렀다. 올 1분기에도 20~30대 젊은이들은 폴크스바겐을 가장 많이 찾았다. 올 상반기 강남지역에서 가장 높은 판매고를 기록한 폴크스바겐 모델 역시 7세대 신형 골프 2.0 TDI 블루모션이다.

가격 3000만원대의 골프는 수입차 엔트리카(첫 차)의 대표주자다. 폴크스바겐 코리아 관계자는 골프 2.0 TDI 블루모션이 강남 미혼 여성에게 인기가 높은 이유로 편안한 주행환경과 인포테인먼트를 꼽았다. 7세대 신형 골프는 운전자의 성향을 반영해 주행환경을 조절하는 드라이빙 프로파일 셀렉션을 탑재했다.

차를 컨트롤하기 쉬울 뿐아니라 짧은 후면 디자인으로 주차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특히 프리미엄 모델에는 가죽시트와 스마트키 시스템, 17인치 휠, 하이패스 단말기 등이 추가돼 감성품질을 구현했다. 자동차업계에선 “폴크스바겐은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디젤의 친환경 개념을 가장 먼저 마케팅한 브랜드다. 소형 수입차의 아이콘이 된 골프는 젊은 층의 충성도가 상당히 높다”고 평가한다.

‘강남 쏘나타’의 빠른 세대교체는 희소성과 차별화를 중시하는 분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억대 수입차를 소유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튜닝 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최근 리스나 할부 등 금융기법 활용으로 고객입장에서 비용 부담이 줄어든 것도 모델 교체 주기를 단축시킨 요인이다.

희소가치가 떨어지면 상류층 소비자의 구매욕구도 감소한다. 반면 희소성이 강한 력셔리 브랜드인 포르셰나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판매가 늘어난다. 서울대 소비트렌트 분석센터 전미영 연구교수는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상위계층이 럭셔리 브랜드로 담을 쌓으면 대중은 다리를 놓고 부지런히 쫓아간다. 그러면 상류층은 소비 취향을 다시 바꾸는 ‘담쌓기’를 진행한다. 루이뷔통이 ‘3초 백’으로 불리며 흔한 명품 취급을 받자 상류층이 로고가 잘 드러나지 않는 브랜드로 옮겨간 것과 비슷하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비트코인 "반감기 끝나면 오른다고 했는데..." 9000만원 아슬아슬 줄타기

2잘 만든 가전·TV, 알려야 ‘보배’…LG전자, 고객 ‘접점 늘리기’ 전략 활발

3카카오가 환경부와 손잡고 하는 일

4원빈 'T.O.P', 16년만에 S.T.O.P. 동서식품과 광고 계약 종료

5가입만해도 돈 번다?…G마켓, 연회비 4900원에 3배 캐시백

6中, 유인우주선 ‘선저우 18호' 발사 성공

7“유치한 분쟁 그만” 외친 민희진, 하이브 주가 하락도 멈출까?

8아일릿은 뉴진스를 표절했을까

9홍콩 ELS 타격에…KB금융 순익 전년比 30% ‘털썩’(종합)

실시간 뉴스

1비트코인 "반감기 끝나면 오른다고 했는데..." 9000만원 아슬아슬 줄타기

2잘 만든 가전·TV, 알려야 ‘보배’…LG전자, 고객 ‘접점 늘리기’ 전략 활발

3카카오가 환경부와 손잡고 하는 일

4원빈 'T.O.P', 16년만에 S.T.O.P. 동서식품과 광고 계약 종료

5가입만해도 돈 번다?…G마켓, 연회비 4900원에 3배 캐시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