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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와 소통이 진정한 추석 선물

화해와 소통이 진정한 추석 선물

추석입니다. 대형 유통점의 광고 전단지와 길거리 점포 앞의 화려한 선전문구들이 요란하네요. 우리 회사에 여행 문의 전화소리가 요란해진 것도 그렇고요. 일부 기업에 국한되긴 하지만대체휴가제가 시행되는 첫 해라 사업하는 입장에선 기대가 큽니다. 올해는 이상기온과 윤달 때문에 중추절이라는 이름이 무색합니다. 계절적으로 가을이라 하기엔 이르고, 여름이라 보기엔 좀 민망한 아무튼 어중간한 날입니다. 그래도 추석이 왔음은 분명합니다.


달에 옥토끼가 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추석을 맞는 감흥이 영 시들해지긴 했어도 저에게 추석 느낌은 여전히 따뜻합니다. 흩어져있던 가족이 부모님 앞으로 모이고, 이런 저런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날, 오고 가는 술잔과 대화, 낯설었던 가족과의 일상이 다시 평범함으로 회귀하는 날이기도 하겠죠. 물론 요즘은 이런 명절의 의미보다 휴일이란 의미가 더 부각되긴 하지만요. 그래도 아직 추석은 추석입니다.

추석이라고 하니 줄다리기, 소싸움, 강강수월래 같은 전통놀이도 떠오르네요. 사실 요즘은 추석 때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어린 시절 소풍 가는 날이 돼야만 먹을 수 있었던 김밥이 가장 손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일용식이 된 것처럼요. 줄다리기부터 볼까요? 줄다리기는 원래 여러 사람이 편을 갈라 굵은 밧줄을 마주잡고 당겨서 어느 한쪽으로 당겨질 때 승부가 결정되는 놀이입니다. 그런데 포털사이트에 검색을 해보면 이 민속놀이보다는 각종 이해집단 간의 다툼을 표현하는 기사들이 먼저 검색됩니다. 기업 간, 관련 부처 간 줄다리기가 한창이라는 기사가 보이고, 증시에선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 간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모양입니다. 여의도에서 광화문으로 전장을 옮긴 여야의 줄다리기도 빼놓을 수 없겠죠.

소싸움은 어떻습니까? 최근 소싸움으로 유명한 청도 소싸움장에선 운영 주체 간의 다툼이 벌어져 행사가 중단됐답니다. 소싸움이 ‘사람 싸움’ 때문에 멈춰선 거죠. 소가 들으면 웃을 일이겠지요. 멀리 소싸움장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밀리면 죽는다’는 건곤일척의 전쟁이 매일 벌어집니다. 학부모와 교육청, 소비자와 제조업체, 지자체 간 기간시설 유치 다툼, 지역 개발을 둘러싼 이권 다툼. 모두 양보 없이 앞만 보고 돌진하는 소싸움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강강수월래도 생각합니다.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용병술로 활용했다는 강강수월래는 적으로 하여금 우리 군사가 월등히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집단을 이뤄돌고 도는 강강수월래 역시 요즘 세태를 반영합니다. 시작은 있으나 끝은 없고, 결론 없이 돌고 돕니다. 남의 말엔 귀를 닫고 자기 주장만 앞세우죠. 씨름의 샅바싸움에선 여야 간, 노사 간, 계층 간, 세대 간 분열이 먼저 떠오르는 군요.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한국도 중요한 사회 문제들이 있고 정치적 분열, 경제적 불평등 관심사들로 씨름하고 있다.” 얼마 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입니다. 그는 소통과 화해를 추석선물로 주고 떠났습니다. 올 추석 선물 무엇으로 할지 고민 많으시죠? 날 속상하게 했던 이들에겐 용서를, 평소 소원했던 이들에겐 대화를, 다퉜던 이들에겐 양보를 선물하는 건 어떨까요? 그래야 진짜 명절의 의미가 되살아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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