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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 네트워킹을 아시나요

메시 네트워킹을 아시나요


인터넷에 형체가 없는 듯하지만 실재로는 주로 지하에 묻혀 있거나 전신주 사이에 매달려 있다. 케이블이라는 말을 들을 때 우리가 떠올리는 이미지와 비슷하다. 위성 인터넷은 귀하고 비싸다. 이 글을 온라인으로 읽는 사람이라면 거의 분명히 광대역 통신망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할 것이다. 컴캐스트나 타임워너케이블 같은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가 설치한 굵은 케이블 선으로 가능해진 연결 서비스다.

케이블 설치에는 많은 돈이 든다. 그런 까닭에 ISP가 결국 독점체제를 형성한다. 현재 미국 이용자 중 3분의 1은 광대역 통신 서비스의 선택권이 없다. 또 다른 3분의 1은 양자택일만 가능하다. 광대역 통신 시장의 이 같은 독과점 체제는 일종의 차별적 부당이득 서비스로 이어진다. 막강한 케이블 독점업체들이 부유층에는 가격을 인상하는 한편 영세민들에게는 어떤 인터넷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는 식이다. 연 소득 7만5000달러 이상인 사람의 88%가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반면 3만 달러 이하 소득자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54%에 불과하다. 2013년 시장조사 업체 퓨 리서치가 발표한 통계다.

하지만 케이블 인프라가 강요하는 제약에서 벗어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이 ‘메시 네트워킹’의 바탕을 이루는 비전이다. 토마스 데이비드 페티트가 개발한 이 기술은 대안적인 인터넷 접속 인프라 역할을 할 수 있다. 그 앱을 깔면 휴대전화의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해진다. 마치 가정에서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는 형식의 무선 라우터 같은 기능을 한다. 그러나 기존의 무선 라우터와는 다른 점이 있다. 이 앱 기반 휴대전화(메시 네트워크에선 ‘노드’라 불린다)는 서로 직접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노드가 존재하는 곳이면 어디서든 무선 액세스망을 형성한다. 광대역 통신 인프라가 전혀 필요 없다.


충분한 숫자의 사람이 자신들의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해 메시 네트워크 노드로 만들면 된다(가령 한 도시 인구). 그럴 경우 광대역 인터넷의 비중이 갑자기 크게 감소한다. 유튜브 동영상과 페이스북 업데이트 데이터가 휴대전화 간에 직접 송수신된다. 지하 케이블 인터넷망에 의존하거나 또는 편승할 필요조차 없다.

기존 광대역 서비스 비용이 터무니 없이 비싼 여러 시골 지역에선 메시 네트워킹 서비스가 이미 출범했다. 스페인 카탈루냐 농촌의 상당 지역이 귀피닷넷이라는 이름 아래 네트워크로 연결됐다. 한편 멕시코의 비야 탈레아 데 카스트로라는 마을도 독자적인 메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멕시코 최대 통신업체 아메리카 모빌이 서비스를 거부한 뒤였다.

하지만 이 기술은 대체로 태동 단계에 있다. 코모션이나 ‘세버럴 메시’ 같은 무료 메시 네트워킹 서비스 업체는 노드간 최대 연결 한도를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상이한 기기를 거치며 반복되는 과정에서 신호품질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잠재력에 관한 한 메시 네트워크는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네트워크 통신에 DIY 정신이 도입되면 마침내 사람들이 다시 인터넷 연결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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