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고령화? 너무 쫄지 맙시다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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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고령화? 너무 쫄지 맙시다

저성장·고령화? 너무 쫄지 맙시다

업계 모임에 참석했다. 반가운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자연스레 최근 경제 상황과 기업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시기적으로 지금은 기업이 한창 내년 계획을 수립하고, 인력 채용 등 살림살이를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 준비하는 때다. 이런 게 걱정, 저런 게 걱정. 다들 진지한 표정이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옛날 어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겨울 김장 걱정을 하던 모습이 문득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러나 막상 대화 속으로 들어가니 웃음기는 싹 사라졌다. 대화 내용이 너무 심각했기 때문이다. 경제 여건이 워낙 안 좋다 보니 다들 어려움을 토로하는 분위기였다. 너나 할것 없이 내년 사업 계획은 ‘성장을 위한 계획’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계획’을 짜야 할 판이란 이야기를 했다. 순간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가 말한 ‘위기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떠올랐는데 많은 CEO들은 다가올 위기와 불확실성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다.

이코노미스트가 1259호에서 ‘살아남을 기업의 비밀’을 커버스토리로 다룬 것은 시의적절했다. 특히 “기업이 변신을 시도하면 생존 확률이 60~70%지만 변신하지 않으면 반드시 죽는다”는 챨스 홀리데이 전 듀폰 CEO의 말은 새겨둘 만했다.기업이란 ‘계속기업(going concern)’과 ‘이익 창출’이란 두 가지 명제를 지닌 생명체임을 경영학개론에서 귀가 아프도록 들었다. 그런데 이게 어려워진다니 그 충격은 실로 엄청난 것이다.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다. 시장 확대가 어려워져 경쟁이 한층 심화되면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는 시기가 찾아올 것이다. 정보를 공유하자며 만든 업계 모임이 철천지원수들의 모임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경영 우화 하나가 떠올랐다. 사업을 하는 친구 두 명이 산에서 호랑이를 만났는데 한 친구가 잽싸게 등에 맨 배낭에서 운동화를 꺼내 갈아 신었다. 다른 친구가 생사가 걸린 마당에 ‘네가 호랑이보다 빠르냐?’고 핀잔하자 운동화를 신은 친구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보다 빠르면 되지.”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100세 시대’니 ‘초고령화 사회’라는 표현에서 축복이나 기쁨을 떠올리기보다 고단한 노후와 외로움을 떠올린다. 노후를 행복하고 건강하게 보내는 방법이라든가 100세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라는 이야기가 많다. 결론은 더 아끼고, 더 많이 저축하라는 얘기다. 보험사는 물론 정부까지 나서서거든다. 그리 탄탄하지 않은 우리의 연금 환경과 사회안전망 때문이겠지만 이것이 과도하게 공포를 조장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과한 걱정은 현재를 우울하게 만든다. 이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점증돼 개인과 사회 전체를 더욱 어둡게 채색한다. 나는 암담한 미래를 자꾸 언급하면 정말 미래가 암담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착실하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도 참으로 대단하지 않은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과도한 걱정으로 현재를 옥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가올 미래는 미래의 나에게 맡기고, 지금의 나는 오늘의 나에게 보다 충실하면 어떨까? 기업도 개인도 모두가 어렵다지만 이제껏 그래왔듯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너무 쫄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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