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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Book |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라

Business Book |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라

저자 : 에릭 슈미트 외 지음 / 옮긴이 : 박병화 / 출판사 : 김영사 값 1만5800원
구글의 경영방식과 성공비결을 다룬 책은 많다. 하지만 막상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밝혀주는 책은 드물다.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의 저자는 에릭 슈미트 구글 CEO다. ‘내부 사정을 이처럼 상세히 밝혀도 될까’라는 걱정이 들 정도로 구글을 속속들이 이야기한다. 많은 기업이 구글의 성공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싶어한다. 막상 책을 읽어보면 지나치게 파격적이어서 선뜻 흉내내기 힘든 것이 많다. 하지만 ‘이처럼 혁신적인 방법으로 기업을 경영할 수도 있구나’하는 깨달음은 얻게 될 것이다. 이상적 기업 경영의 방법과 기준 그리고 원칙을 보여주는 책이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추천사를 통해 책의 핵심 메시지를 간단하게 정리한다. ‘구글은 세상의 통념을 받아들이기보다는 기본원리와 물리적 현실 세계에 맞춰 생각할 자유를 주는데 초점을 맞춘다.’ 그의 말처럼 구글은 생각의 자율성을 모든 일에 적용하고자 노력한다. 책은 구글의 문화·전략·재능·결정·소통· 혁신을 세부 장으로 다룬다. 각 주제에서 구글식 경영을 보여주는 풍부한 사례와 메시지를 담았다. 그중 인상적인 내용 몇 가지를 소개한다.

구글의 특징 중 하나는 사무실 크기가 지위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히포의 말을 듣지 마라’는 구호로 구글의 경영 방식을 표현한다. 하마를 뜻하는 ‘히포’는 자신의 영역에 적이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누구든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면 가차없이 죽인다. 구글이 주목하는 것은 회사 내에 있는 히포(최고 급여를 받는 사람)다. 의사결정권은 급여나 사무실의 크기와는 본질적으로 무관하다. 오로지 그 의견이 설득력이 있을 때만 가치가 있다.물론 구글에도 히포는 존재한다. 그런데 구글의 직원들은 히포의 목소리에 주눅이 들지 않는다. “데이터가 있다면 데이터에 따르자”며 반박한다. 결국 지위가 높은 사람도 객관적 근거(데이터)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을 설득해야 한다. 회사 내에는 자연스럽게 ‘실력주의’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구글은 사무실 공간에 대해서도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한다.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는 회사 내 편의시설의 시작은 창업자들의 스탠퍼드 대학교 기숙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는 구글을 대학교와 유사한 환경을 만드는 작업에 몰두했다.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보다 사람들이 북적이고 어질러진 칸막이 방을 생각했다. 조직 구성원의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대부분 회사의 편의시설이 자투리 공간 활용과 정숙성에 중점을 두고 설계한다. 직위가 높을수록 더 많은 공간을 사용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던 실리콘밸리에까지 이런 분위기가 점점 퍼지고 있다. 구글은 끝까지 자신들의 방식을 고집한다. ‘전문성과 창의력을 가진 직원은 상호작용이 원활한 환경에서 자란다. 이들이 자주 부딪히도록 한 곳에 채워 넣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는 연소성이 강하다. 계속해 상호작용을 하도록 왕래가 빈번하고 붐비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집단의 방해를 받지 않고 조용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구글은 카페·간이주방시설·소회의실·테라스 등을 활용해 일종의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

래리 페이지는 2002년 5월 한 가지 고민에 빠진다. 검색어를 칠 때마다 쏟아지는 연관성 없는 광고가 눈에 거슬렸다. 예를 들어 일본 오토바이 ‘가와사키 H1B’를 검색했는데, 그와 전혀 상관없는 ‘H-1B’ 미국 비자 광고가 줄을 잇는 것이다. 보통의 회사라면 담당자에게 전화해 화를 내며, 즉각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소리를 쳤을 것이다. 래리는 그러지 않았다. 그 인터넷 페이지를 인쇄해 회사 휴게실의 게시판 벽면에 붙였다. ‘이런 광고는 너무 너절해!’라고 써놓았다. 이 문제에 관해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았고, 긴급회의를 소집하지도 않았다.

그날 새벽 5시 구글의 한 검색 엔지니어가 래리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자신을 포함한 다섯 명의 동료가 래리의 의견에 공감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문제를 언제까지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약속도 없었다. 그 주말 다섯 명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결국 문제를 해결했다. 조직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나서 일을 하는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우선 과제가 무엇인지를 알고 자유롭게 뛰어들어 해결했다.

설사 실패했다고 해도 그들을 질책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성공을 거두었다고 이들의 수훈을 질투하지도 않았다.’ 래리 페이지는 이들을 구글의 닌자(해결사)라고 부른다. 구글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작업도 이런 닌자를 회사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지시와 통제로만 돌아가는 회사와 조직원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끌어내도록 하는 회사가 싸운다면 누가 승리하겠는가? 그 답은 뻔하다.

공병호 : 자기계발과 인문 고전에 대한 폭넓은 독서와 글쓰기로 지식의 지평을 계속 확장해 온 자유주의 경제학자. 자기경영아카데미를 운영한다. 저서로는 <고전강독> 시리즈 등 10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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