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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 남자의 변신도 무죄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 남자의 변신도 무죄

사진: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제공
두툼한 몸체에 강렬한 인상. 울퉁불퉁한 오프로드도 거침없이 달리는 차. 랜드로버의 럭셔리 SUV 레인지로버가 주는 이미지다. 소형 SUV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남자와 힘의 상징으로 불렸던 차가 너무 예뻐진 까닭이다. 뒤는 쿠페형 자동차를 연상시키는 듯 세련되게 깎였다. 둥글게 자리잡은 전면부는 부드러운 이미지가 담겼다. 급작스런 변화에 호불호가 갈렸다. 아무리 꽃미남이 대세라곤 하지만 레인지로버만은 올드한 남성의 멋을 대변해주기 바란 사람들이 있었다. 더러는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변절자’라 부르기도 했다.

도박에 가까운 변신이었지만 결과는 나쁘지 않다. 적어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예상외의 폭발적 반응에 없어서 못 파는 차가 됐다. 젊은 소비자, 심지어는 여성 운전자들까지 이 차에 매력에 빠졌다. 오프로드를 벗어나 도심을 달려도 어색하지 않은 차라는 인식이 퍼지며 소비층이 확대되는 결실을 맺었다.
 젊은층·여성으로 소비층 넓혀
심플한 느낌의 센터페시아 가운데 다이얼식 기어박스가 눈에 띈다.
시승한 모델은 2.2L 디젤엔진을 장착한 이보크 SD4 5도어 모델이다. 콤팩트 SUV로 분류되지만 전혀 작다는 느낌이 없다. 선은 유해지고 몸매는 늘씬해 졌지만 여전히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카리스마를 가졌다. 두툼한 보닛과 우람한 바퀴, 날카로운 눈매가 매력을 더한다. 외관에서 받은 인상은 실내까지 이어진다.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실내 인테리어다. 기어박스가 동그란 다이얼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특별히 독특한 부분은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 센터페시아를 크롬 재질로 둘러 포인트를 줬다.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요소다.

직접 앉아본 실내는 다소 좁은 느낌이다. 밖에서 본 그 큰 덩치는 어디다 팔아 먹었는지 막상 확보된 실내 공간은 넉넉하지 못하다. 뒷좌석은 성인이 충분히 앉을 수는 있지만 넉넉하다는 느낌이 없다. 콤팩트 SUV라는 카테고리를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하다. 외관의 커다란 덩치에 너무 큰 기대를 한 탓에 실망감도 크다. 대신 운전석부터 뒷좌석까지 루프 전체를 덮은 파노라마 선루프가 답답함을 없애준다. 직접 열리지 않아 약간의 아쉬움은 남지만 푸른 하늘을 고스란히 담고 달리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시승한 디젤모델의 최고출력은 190마력, 최대토크는 42.8kg·m이다. 수치로만 봐도 부족할 게 없는 넉넉한 힘이다. 최대토크가 1750rpm(분당 엔진 회전 수)에서 걸리는데 초반부터 치고 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큰 덩치를 가볍게 밀고 나가는데 오히려 힘이 남아 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9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돼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신속하게 반응해 엔진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 저속부터 시속 150km가 넘는 고속까지 전구간 스트레스 없이 달려 준다. 레인지로버 이보크에 처음 적용된 전자식 스티어링 휠의 느낌도 나쁘지 않다. 예전에 비해 견고한 맛은 조금 떨어지지만 역동적인 주행을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연비는 L당 13.3km다.
 오프로드에서 진면목 드러내
이보크의 진면목은 오프로드에서 드러난다. 울퉁불퉁하고 경사진 길에서도 알아서 반응해 균형을 잡는다. 간단한 버튼 조작만으로도 험로·눈길에서 최적화된 주행을 할 수 있다. 오프로드 경험이 부족한 운전자라도 이보크만 있으면 자신 있게 새로운 길을 개척해도 좋을 듯하다. 문제는 국내 도로 사정상 이런 오프로드를 달릴 일이 흔하지 않다는 점이다. 럭셔리 SUV로 불리는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라인업에 따라 6000만원 후반부터 1억원에 가깝다. 오프로드에 특화된 특수한 기능들이 가격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도심에서만 사용한다면 차가 가진 능력의 절반만 쓰는 셈이니 다소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이얼식 기어 형태도 아쉽다. 험로를 달리다 기어를 바꾸기 위해 손가락으로 다이얼을 돌리는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출시 후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310만대 넘게 팔렸다. 세계 최초로 ‘쿠페형 SUV’ 영역을 개척한 모델로 평가 받는다. 랜드로버 브랜드의 이미지 변신에도 크게 기여했다. 또 어떤 변신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할지 이보크의 다음 진로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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