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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 - 맛집 찾듯 펀드에 따라 운용 잘하는 운용사 찾아라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 - 맛집 찾듯 펀드에 따라 운용 잘하는 운용사 찾아라

이스트스프링 자산운용은 기업의 가치보다 장기적인 성장성에 더 주목한다.
2014년 대한민국의 최고 주식운용사는 어디였을까? 1995년 설립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최초 금융전문 월간지인 아시아 에셋매니지먼트(Asia Asset Management)는 ‘2014 베스트 오브 베스트 어워즈’를 통해 지난해 대한민국 최우수 주식 운용사로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을 선정했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 어워즈’는 매년 한국을 포함한 중국, 홍콩, 인도, 싱가포르 등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금융기관 중 운용성과가 뛰어난 자산운용사를 선정해 상을 준다.

사실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낯설 수도 있다. 국내 대기업 계열의 자산운용사도 아닌데다 그렇다고 이름을 알리기 위해 광고나 홍보를 많이 하는 회사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운용사의 성과는 놀랍다. 대표 펀드인 ‘이스트스프링 코리아 리더스’펀드와 ‘이스트스프링 업종일등’ 펀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각각 연 7.45%, 7.3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5.34%)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지난 2월에는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이스트스프링자산 운용의 주식운용 정성평가 등급을 기존 ‘A+’에서 ‘AA’로 상향 조정하며, “회사 운용 철학과 운용 방향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광고나 홍보 없이 성과로 말하겠다”는 박천웅(53)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의 경영 전략이 취임 4년 만에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자꾸 이름을 부르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이 이스트스프링이란 긴 이름을 자주 부르게 하려면 저희 회사를 먼저 믿고 좋아하게 해야 합니다.” 박 대표는 투자자들의 신뢰와 믿음을 얻는 길은 좋은 성과밖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 성과를 내는 밑거름인 투자 철학도 성과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신생 자산운용사가 아니다. 160년 역사를 가진 영국 푸르덴셜금융그룹의 계열사로, 이미 아시아 11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한국 진출 10년째인 2012년 ‘제2 한국 진출’을 선언하며 지금의 사명으로 바꿨다. ‘동쪽(East) 아시아’에서 ‘부가 샘솟는다(Spring)’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박 대표가 취임한 것도 이때쯤이다. 그가 취임 후 가장 신경 쓴 일은 이스트스프링만의 투자 철학을 만드는 일이었다.

당시 국내 투자시장에서는 기업의 가치에 주목하는 투자 방식이 투자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지금은 그 정점을 찍어 ‘가치투자’가 마치 고유명사처럼 사용처럼 사용되고 있다. 박 대표는 여기에 편승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트렌드를 거스를 필요는 없지만 거기에 묻혀서도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기업의 가치보다 먼저 기업의 성장성에 주목하기로 했다. 이게 바로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최우선 투자 원칙인 ‘그로스(성장) 인베스트먼트’다. 그렇다고 투자 기업 선택에서 가치를 배제하는 건 아니다. 다만, 우선순위에 있어 성장을 먼저 보고 그다음으로 가치를 따지겠다는 거다. 박 대표는 이 순서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에 주목
하지만 이스트스프링이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의 성장성 역시 가치만큼이나 다른 자산운용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다. 차별성이 뭘까? 박 대표는 “기업의 성장성이라는 틀 안에서 기업을 어떻게 남다르게 볼 것인지를 항상 고민한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6개월에 한 번씩 ‘롱텀 인사이트 포럼’을 연단다. 이 포럼은 이스트스프링의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가 참여해 각자 분야에서 5년 이상 투자가 유망한 기업을 분석해 발표한다. 그리고 치열한 토론이 이어진다. “기업 분석을 통해 저희가 얻고자 하는 건 그 기업이 속한 산업의 트렌드를 잡아내는 겁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변화시킬만한 구조적 변화를 찾아내다 보면 그 시장을 이끌 기업도 보입니다.”

이 포럼 결과는 펀드 운용에도 큰 영향을 준다. 3년 전이었다. 그가 대표로 취임하고 막 이 포럼을 시작한 2012년 당시 셰일가스(shale gas)는 중요한 주제 중 하나였다. 당시 포럼에서 셰일가스가 상품(commodity)시장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쳐 석유·화학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결론이 나왔다. 이에 따라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운용 중인 펀드 포트폴리오에서 상품 관련 투자 비중을 줄여나갔다. 그 뒤 셰일가스 이슈가 확대되면서 국내 주식시장은 물론 글로벌시장에서 석유·화학 관련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펀드는 상품의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어 큰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박 대표가 중요하게 여기는 또 하나는 바로 ‘공유’다. “저는 직원 모두가 역사의 참여자라는 공감대를 갖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역사를 만든다는 공유 의식은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데 있어 너무 중요합니다.” 그는 특히 정보가 중요한 펀드 운용에서 개인의 역량이 팀의 역량을 이기기 어려운 만큼 공유가 가능한 분위기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래서일까. 이제 ‘공유’는 현재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자랑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금융 중심지에서 투자를 배우다
박 대표의 이러한 투자 철학은 다양한 경험에서 나왔다. 그는 국내 증권사에 입문해 홍콩과 싱가포르, 미국, 영국 등 세계 4대 금융 중심지를 골고루 누볐다. 시작은 1988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이코노미스트였다. “증권사에 입사하면 박사과정을 밟기 위한 돈을 빨리 모을 수 있을 거란 얕은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그는 말했다. 당시 그의 꿈은 대학 교수였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로서 분석보고서를 쓰기 위해 닫아뒀던 경제서적을 다시 펼쳐 들며 학부와 석사 6년 동안 배운 계량 경제학 이론이 현장에서는 쓸모없다는 회의감이 들었다고 했다. “실물경제에 있으면 학교에서보다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교수가 되겠다는 꿈을 버렸습니다.” 그때의 결정이 지금의 그를 있게 했다. 이후 그는 메릴린치인베스트먼트매니저스(MLIM) 자산운용 싱가포르 펀드매니저, 모건스탠리증권 한국 리서치센터장을 두루 역임했다. 이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사업부· 해외사업부 대표와 미래에셋자산운용 국제마케팅부문 대표,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대표를 거쳤다.

그곳에서 배운 건 선진 금융그룹의 운용전략만이 아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안타까웠던 건 100세 시대가 다가오자 여기저기서 은퇴 준비에 대해 이야기하는 점이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금융시장이 선진화된 곳에서는 어릴 때부터 금융교육을 받습니다. 그래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금융 계획(파이낸셜 플래닝)을 짭니다.” 그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은퇴 이후를 걱정하면서도 정작 젊은 세대들은 여전히 금융 계획을 짜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젊었을 때부터 금융 계획을 세워 실천해 나가면서 나이에 따라 포트폴리오만 조정하는 게 가장 현명한 투자 방법이라는 거다.

박 대표에게 트렌드를 좇지 않고 펀드 투자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경제나 주식시장의 상황에 따라 새로운 트렌드가 제시되고, 이에 맞은 투자 상품이 이슈화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모든 상품에는 유행이 있고, 소비자들은 또 그 유행을 좇아 구매하죠. 이건 시장의 역학(다이내믹)입니다. 펀드도 상품이라는 관점에서 다를 바가 없죠.” 다만, 펀드는 트렌드를 좇아 투자할 때 실패 확률이 높다. 따라서 모든 투자를 포트폴리오로 접근하면 실패 확률이 낮아진다고 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배당펀드의 경우 수익률이 높다거나 많이 회자된다고 해서 투자를 결정하지 말고, 꼭 필요한 상품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거다. 그러고 나서 배당펀드를 가장 잘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를 찾아 펀드에 가입하라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김치찌개 잘하는 집이 된장찌개까지 맛있기는 어렵습니다. 운용도 마찬가지죠. 모든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잘하는 운용사를 찾아가야 합니다.” 맛집을 찾아가 줄을 서서 그 음식을 먹듯 투자하려는 펀드를 가장 잘 운용하는 운용사를 찾아가라는 이야기다.

그럼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운용을 잘하는 펀드는 뭘까. 대표펀드는 업종 일등기업을 골라 투자하는 ‘이스트스프링 업종 일등’펀드이지만 최근에는 차이나펀드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스트스프링차이나드래곤 AShare증권자투자신탁(H)[주식]펀드’는 지난 2월 24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주최한 ‘2015 대한민국 펀드어워즈’에서 중국주식형부문에 선정돼 상을 받았다. 이 펀드의 클래스A형의 경우 지난 2월 23일 기준으로 최근 1년 수익률이 42.36%다. 최근 3개월 수익률 역시 27%를 웃돈다. 박 대표는 앞으로 중국에 많은 투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꾸준히 다른 시각에서 중국을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중국 13억 인구의 소비에 주목한다. 특히 중국의 중산층이 어떻게 부를 늘려가고 어디에 소비하는지, 또한 그들의 소비자 우리나라 기업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요즘 그의 최대 관심사다.

- 글 정혜선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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