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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보다 자전거로 죽을 확률 높다

비행기보다 자전거로 죽을 확률 높다

자전거 사고로 1년 사이 사망할 확률은 34만1794분의 1이다.
켄 콜로시는 하루 종일 당신이 어떻게 죽을지 연구한다.

그가 당신을 싫어해서는 아니다. 아니, 당신을 알지도 못한다. 그것이 그의 일일 뿐이다. 콜로시는 미국안전협회(NSC) 통계부 관리자다. 아침 9시 출근 이후 오후 5시까지 주로 ‘부상 자료집(Injury Facts)’의 편집을 담당한다. 비영리단체 NSC가 해마다 미국 내 우발적인 부상과 사망 데이터를 집대성하는 210쪽 분량의 자료집이다. 일리노이 주에 위치한 NSC는 이 책을 부상과 사망 통계, 그리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에 대한 ‘믿을 만한 정보원’으로 평한다. 질식사부터 익사, 그리고 개에 물리는 사고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예기치 못한 원인으로 인한 연간 및 평생 사망 확률에 관한 데이터도 거기에 포함된다.

‘부상 자료집’이 독자에게 겁을 줘 탄력벽이 설치된 방(난폭한 환자 등을 격리·보호하는 방)에 틀어박혀 지내도록 만들려는 취지는 분명 아니다. 그보다 콜로시와 NSC는 자신들의 데이터로 우발적인 사고를 방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우발적인 사고는 미국 내 제4위의 주요 사망원인이다. 90여년의 역사를 가진 그 발행물은 가장 중대한 안전 위협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려는 의도로 제작됐다. 그럼으로써 이상적으로는 사람들의 행동을 바꿔 예기치 못한 불행한 사고의 위험을 낮추려는 목적이다.

‘부상 자료집’ 중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부분은 아마도 ‘사망 확률(Odds of Dying)’ 관련자료일 듯하다. 언론에 가장 많이 보도되는 내용이다(2013년엔 자동차 사고 사망확률은 8938분의 1, 천재지변 같은 폭풍우 사망확률은 501만8409분의 1). ‘사망 확률’이 ‘부상 자료집’ 프로젝트의 핵심은 아니라면서도 “우리도 종종 틀린 정보를 전할까봐 두렵다”고 NSC는 말한다. 프로젝트의 일차적인 취지를 간단명료하게 설파하는 능력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말이다.

사람들의 온갖 사망원인을 조사하고 통계 내는 일이 켄 콜로시의 담당 업무다.
예를 들면 1년 사이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할 확률(1100만 분의 1)보다 자전거 사고 사망확률(34만1794분의 1)이 훨씬 더 높다. 이와 같은 유의 정보를 이해하지 못할 경우 행동을 교정해 장수할 가능성이 떨어진다. “사람은 실제로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콜로시가 말했다. “인생에서 자신의 선택에 따라 이 같은 식으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콜로시는 정중하고 조심스러울 뿐 아니라 온화하다. 자칭 ‘따분하게’ 옷을 입는 스타일이다. 서류 가득한 그의 사무실에서 독창적인 장식이라곤 선반 상단에 놓인 작은 봉제 돼지 완구뿐이다. 소극적인 듯하지만 데이터 왜곡을 막는 데 필사적이라고 동료들은 말한다. 잘못된 해석은 NSC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어 위험하다고 그는 말한다. “콜로시는 부상과 사망 분야의 클라크 켄트(영화 ‘슈퍼맨’ 캐릭터) 격”이라고 NSC의 데보라 허스먼 대표가 말했다. “필요한 상황에서는 주저하지 않고 슈퍼맨으로 변신한다. 팩트 보호에 관한 한 그는 정말로 주장이 강하다. 데이터의 수호자다.”

그렇다면 콜로시는 이들 섬뜩한 통계를 어떻게 분석할까? NSC의 연구 과학자 한 명과 함께 미국 국가건강통계센터(NCHS)에서 최신 연간 사망 관련 데이터를 입수하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미국 내 모든 사망 관련 기록을 보관하는 기관이다(질병통제예방센터 소속인 NCHS는 장례식장·병원·검시관이 제출하는 사망증명서에서 데이터를 얻는다). NSC는 그 밖에도 30여 개 정보원으로부터 추가로 사망 관련 정보를 입수한다. 예를 들어 미국도로교통안전국과 미국 노동통계국 등의 기구다. NSC는 다수의 데이터 집합을 토대로 사망과 관련해 최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

예컨대 자동차 관련 사망 사고를 단순히 도표화하는 대신 음주·약물복용 운전(DUI) 사망자가 몇 명이고, 운전 부주의로 인한 사망자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안전 증진에 핵심적인 세부정보다. 콜로시는 1년간 특정 원인으로 사망할 확률을 계산할 때 간단히 미국의 총 인구를 특정한 사고의 사망자 수로 나눈다. 평생의 확률을 구할 때는 이들 1년간의 사망확률을 평균 기대수명으로 나눈다. 평균 기대수명은 미국 인구조사국에서 입수한다.

‘부상 자료집’ 편집에는 1년가량 소요된다. NSC는 1921년부터 그 책을 발간해 왔다. 주요 동향을 신속히 찾아낼 수 있다. 2013년 우발적인 부상으로 인해 13만557명이 사망했다(2013년은 NCHS 데이터가 발표된 가장 최근 연도다). 미국 역사상 최고 기록이라고 콜로시가 말했다. 이 불행한 추세는 “대체로 진통제 관련 중독 사망에서 기인한다”고 그는 분석했다.

이는 10년간의 비교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2003년에는 중독 관련 사망이 총 2만8700건이었다. 이 중 2080건이 헤로인 관련인 반면 8517건은 모르핀 등의 오피오이드 진통제와 관련된 사망이었다. 2003년 마약 관련 중독 사망은 총 2만5785건이었다. 반면 2013년에는 중독 관련 사망이 총 4만8545건이었다. 그해 우발적인 사망의 최대 원인이었다. 이 중 8257건이 헤로인 관련인 반면 오피오이드 진통제 관련은 무려 1만6235건이었다. 같은 해 전체 마약관련 중독 사망은 총 4만3982건이었다.

‘부상 자료집’을 통해 이 같은 추세가 공표되면 운동가들이 적극적으로 활동을 펼치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 3월 말 NSC는 텍사스 주 오스틴을 방문했다. 아편 약제 과다복용 해독제인 날록손의 보급을 확대하는 법안뿐 아니라 운전 중 문자 메시지 금지안의 홍보가 목적이었다. 인구 전체적인 측면에서 어떤 원인으로 사망할 확률과 특정 개인이 똑같은 비극으로 사망할 확률이 같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콜로시는 곧바로 주의를 준다. 개인의 주변환경이 이 같은 확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동차 사고 관련 사망의 경우 음주운전이나 과속을 하지 않는 사람의 사망확률은 크게 낮아진다.

물론 리스트 아래 쪽에는 희한한 사망원인들이 있다. 예방하기 어려운 요인들이다. 예컨대 2013년 예기치 않은 사망이 ‘잠옷에 불이 나거나 녹아(ignition or melting of nightwear)’ 3건, ‘함몰, 쏟아져 내린 흙과 기타 물질로 인한 호흡 곤란’으로 27건이 발생했다. 말하나마나 NSC는 이들 불행한 사망원인의 예방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려 하지 않는다.

조직심리학 석사 학위 보유자인 콜로시는 1993년 NSC 연구원 일을 시작하면서 사망학 연구의 길로 들어섰다. 대학원을 갓 졸업한 그는 직장 안전을 조사하는 일을 했다. 2001년 NSC를 떠나 수년간 기업 교육관리 분야에 종사했다. 그러나 2009년 ‘부상 자료집’ 제작을 담당할 기회가 있다는 소식에 즉시 지원했다. 그 일을 맡게 되면 자신의 성격이 더 과민해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리고 깨어 있는 시간 내내 ‘영원한 수면’을 조사하다 보면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이 될지 모른다고 시인한다.

“남들이 어떻게 죽는지를 다룬 책을 펴내기 때문에 다소 걱정이 많은 편일지 모른다”고 콜로시가 말했다. 자신은 음울한 록음악을 많이 듣고 록그룹 ‘더 큐어’를 좋아하지만 “내가 정말로 고스(goth, 주로 종말·죽음·악을 주제로 한 록음악 형태) 팬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토킹 헤즈’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 식의 균형 잡힌 접근방식이 그가 하는 모든 일에 뚜렷하게 드러나는 듯하다. “이런 일을 하려면 상당히 낙관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그가 평한다. “세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필경 자연스럽게 다른 일자리로 옮기게 된다.”

NSC에서 콜로시가 담당하는 걱정 많은 업무가 필시 다른 누구보다도 그의 13세 아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우리 동네에서 자전거 헬밋을 착용하는 아이는 그 녀석뿐이다. 내가 하는 일을 핑계 삼는 듯하다”고 콜로시가 우스갯소리를 한다. “녀석은 ‘우리 아버지가 안전협회에서 일한다’고 말한 뒤 여느 십대들처럼 웃긴다는 듯 눈동자를 굴린다.”

아들이 더 어렸을 때 엄마가 이끄는 컵스카웃(보이스카웃의 유년단) 소속 조직의 일원이었다. 콜로시는 아이들에게 안전 시범을 보이기로 했다. 어느 봄날 작은 수박 2개를 구입했다. 아들이 검정색 샤피 형광펜으로 수박에 얼굴을 그렸다. 콜로시는 행복한 얼굴이 그려진 수박에 자전거 헬밋을 씌웠다. 찡그린 얼굴이 그려진 수박에는 헬밋을 씌우지 않았다. 자택 차량 진입로에 방수포를 깔고 대략 1.2~1.5m 높이에서 헬밋 씌운 수박을 떨어뜨렸다.

“헬밋과 수박이 튀어 올랐지만 수박은 멀쩡했다”고 콜로시가 말했다. “그 다음 헬밋을 안 씌운 수박을 들어올려 떨어뜨렸더니 산산조각이 났다. 아이들 모두 달려들어 방수포 위에 흩어진 수박을 집어먹었다. 그 뒤 다른 수박도 떨어뜨렸다. 교훈을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아이들이 분명 수박은 맛있게 먹었다.”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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