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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대표 화이트 와인 ‘샤블리’] 생굴과 먹으면 최고의 궁합

[프랑스의 대표 화이트 와인 ‘샤블리’] 생굴과 먹으면 최고의 궁합

키메르지안 토양 견본으로 부싯돌 향이 느껴진다.
프랑스 화이트 와인을 대표하는 ‘샤블리(Chablis)’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와인’ 선호도 조사에서 늘 상위권에 오른다. 와인을 조금이라도 마셔본 사람이면 샤블리 한 잔쯤은 기억이 날 게다. 와인 소재 만화인 <신의 물방울> 에서도 예찬이 가득하다. 국내 와인 애호가에게는 생굴과 최고의 궁합으로 알려져 있다. 굴껍질 성분의 미네랄이 풍부한 떼루아(토양)에서 생산해서다.

프랑스 파리와 본 사이에 위치한 샤블리 지역은 화이트 와인의 주요 품종인 샤도네이의 고향이다. 부르고뉴 지역의 입구에 해당한다. 세렝 강가에 20개의 마을에 약 6000만㎡ 달하는 포도밭이 펼쳐져 있다.
 미네랄의 원천인 키메리지안 토양
‘라 샤블리지엔’의 자비에 미고 본부장.
샤블리는 등급에 따라 네 가지로 나눠진다. 최우수 등급인 그랑 크뤼를 시작으로 프리미어 크뤼, 샤블리, 쁘띠 샤블리 순이다. 쁘띠 샤블리는 1~3년, 샤블리는 2~5년, 프리미에 크뤼와 그랑 크뤼는 5~10년의 숙성이 필요하다. 쁘띠 샤블리는 입문용이다. 산도가 느껴지는 과실향이 풍부하고 2~3년 숙성 가능하다. 샤블리는 가장 많이 생산(약 60%)되는 등급이다. 신선함과 각이 살아 있는 미네랄 풍미가 대표적이다. 섬세함과 복합성을 특징으로 한다. 출시 초기 1~3년에 마시기 좋다. 3~8년 사이엔 미네랄이 약해지면서 풍부한 향과 복합성을 보여준다.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는 포도밭마다 독특한 특징을 보여준다. 미네랄 이외에 꽃 향이 더 많이 느껴진다. 6~8년 숙성 후 정점에 이른다. 그랑 크뤼는 5년~8년 정도 숙성을 필요로 한다. 보다 개성이 드러나고 미네랄과 과실 향의 균형을 이뤄 우아하다.

샤블리 와인을 유통하는 거대 협동조합인 ‘라 샤블리지엔’의 자비에 미고 수출담당 본부장이 수입사인 신동와인 초청으로 지난 5월 한국을 찾았다. 새로운 2012 빈티지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미고는 디종대학에서 농업 공학을 전공한 뒤 20여년간 와인업에 종사했다. 소믈리에 자격증도 갖고 있다.

샤블리 지역은 여러 세기 동안 오직 샤도네이 품종으로 훌륭한 와인을 생산해 왔다. 12세기 시토(Citeaux)회 수도사들이 샤도네이 최적지임을 밝혀냈다. 이후 수백년 동안 가장 적절한 포도 재배와 양조 방법을 연구했다. 켈트어로 ‘강의 언덕’을 의미하는 샤블리는 이에 걸맞은 토양을 보여준다. 바로 비탈진 강가에 펼쳐진 키메리지안(Kimmeridgian) 토양이다.

샤블리 토양은 크게 두 가지다. 키메리지안은 샤블리 가운데 고급으로 통하는 프리미에 크뤼 이상을 생산한다. 약 1억3000만년 전 쥐라기 지질 연대에 생성됐다. 진흙, 석회질, 굴 껍질 같은 화석화된 해양 생물로 구성된다. 석회질이 풍부해 칼슘 함량이 높다. 미네랄 성분이 강하게 표현된다. 아울러 과일 향이 풍부하고 균형감을 지닌 샤도네이를 생산한다. 굴 껍질이 포함돼 굴과 가장 어울리는 와인으로 샤블리가 꼽히는 이유다. 프틀랜디언(Portlandian)은 쁘띠 샤블리 및 대부분의 샤블리를 생산하는 토양이다. 산미와 미네랄 풍미가 강하다. 미고 본부장은 “두 토양의 구분은 성분보다는 지질 연대의 표현이 다른 것일 뿐 큰 차이가 없다”며 “샤블리 품질은 토양 이외에 햇빛의 방향이 큰 영향을 미쳐 남동 또는 남서향이 최적”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남동·남서향이 포진한 세렝 강 우측에서 그랑 크뤼와 프리미에 크뤼 샤블리가 나온다. 상대적으로 좌안은 프리미에 크뤼와 샤블리가 많다.
 프랑스 최초의 와인 조합 라 샤블리지엔
샤블리 양조는 수확해 발효한 후 6~10개월간 효모 접촉(Sur Lie)을 한 뒤 블렌딩을 한다. 일반적으로 오크 숙성을 거의 하지 않는다. 프리미에 크뤼는 3분의 1정도 오크 숙성을 하지만 새 오크통은 일절 쓰지 않는다. 오크향을 죽이기 위해서다. 그랑 크뤼는 토양의 특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새 오크통을 사용한다.

라 샤블리지엔(La Chablisienne)은 1923년 샤블리 지역 농부들이 모여 만든 프랑스 최초의 와인 협동조합이다. 라 샤블리지엔 이름은 와인 소비가 가장 큰 파리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파리지엔’처럼 명명한 데서 비롯됐다. 샤블리 전체 생산량의 25%를 차지하는 가장 큰 유통 채널이다. 250여 생산자가 속해 있고 포도원 규모만 4070만㎡에 달한다. 연간 400만병을 생산하고 5000만 유로(약 65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세계 50개국에 수출한다. 라 샤블리지엔의 와인은 매년 20개 이상 와인 스펙테이터 평가에서 85점 이상을 획득한다. 2012년 빈티지는 우아하고 섬세한 와인이 생산된 좋은 해로 평가된다. 마고 본부장은 “초창기에는 샤블리의 우아함을 강조했지만 2000년 이후 신대륙에서 샤도네이 와인이 쏟아지면서 방향을 바꿨다”며 “세계 어느 곳도 따라올 수 없는 키메리지안 토양을 홍보한다”고 말한다. 토양의 특성을 살려 ‘천(天)-지(地)-인(人)’의 뜻에 따라 생산한다는 것이다. 그는 말끝마다 키메리지 안을 언급한다. 심지어 토양 견본을 직접 보여주면서 기자에게 냄새를 맡게 했다. 이어 그는 “미국 같은 신대륙이나 부르고뉴의 샤도네이와 비교했을 때 샤블리가 과실 향이 적을지는 모르지만 토양의 탁월한 미네랄과 우아함은 절대 따라올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작황이 좋지 않을 때 토양의 힘이 제대로 발휘된다”고 말한다. 샤블리의 빈티지 차이가 크지 않은 게 키메리지안 토양 덕분이라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도 샤블리가 생굴과 잘 어울리는 대표 와인으로 꼽히는지 물었다. 그는 “한국의 굴을 먹어본 적이 없지만 프랑스 해안에서 딴 생굴에 레몬즙을 살짝 뿌려 샤블리와 먹으면 금상첨화”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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