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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의 새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 소녀 뇌 속의 5가지 감정[기쁨·분노·혐오·두려움·슬픔] 의인화

픽사의 새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 소녀 뇌 속의 5가지 감정[기쁨·분노·혐오·두려움·슬픔] 의인화

<인사이드 아웃>에선 라일리의 머리 속에서 5가지 감정이 의인화돼 등장한다. 왼쪽부터 분노·혐오·기쁨· 두려움·슬픔.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는 1995년 [토이 스토리]로 영화계에 두각을 나타냈다. 픽사는 그동안 쥐·자동차·장난감·로봇·물고기·괴물을 숱하게 의인화해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그런 측면에서 픽사의 신작 [인사이드 아웃](7월 9일 한국 개봉)이 사람에 관한 영화라는 사실은 매우 뜻밖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춘기가 되기 전 정서적 혼란에 빠진 아이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귀여운 라일리(11)는 아버지의 사업 때문에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하면서 새로운 환경의 충격에 빠진다. 그래서 라일리는 반란을 꾸민다.

줄거리의 윤곽은 그렇다. 하지만 액션의 대부분은 라일리의 머리 속에서 일어난다. 그 아이의 관점에서 상황을 본다는 뜻이 아니라 실제로 그 아이의 뇌 속에 우리가 들어간다. 라일리의 뇌 속에서 인간의 다섯 가지 감정(기쁨·분노·혐오·두려움·슬픔)이 의인화된다. 의인화된 그 감정들이 한 팀으로 뭉쳐 라일리의 기억저장 장치를 뒤지며 심리 상태를 안정 시키려 애쓴다. 초현실적인 뇌의 풍경과 목소리 연기자들이 잘 먹히지 않을 듯한 그런 상상의 세계를 우리 마음에 와닿게 해준다. 이 작품은 실제로 감정에 충실한 영화다. 기쁜 동시에 슬프고, 또 두렵다.
 슬픔도 필요한 감정임을 잘 묘사
주요 영화 중 아이의 심리 내면을 직접 다룬 작품은 [인사이드 아웃]이 유일할 듯하다. 그래서 아동정신학자 6명에게 각자 이 영화를 보고 인터뷰에 응해달라고 부탁했다. 아이의 심리를 묘사한 이 영화를 과연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놀랍게도 그들은 아주 좋아했다. [인사이드 아웃]은 비 과학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어린이 정서 발달의 이해를 돕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아동정신과 의사 패디 하다드 박사는 “뇌에 관해, 특히 아이의 뇌에서 감정 부분을 다룬 영화는 난생 처음 봤다”고 말했다. 뉴욕 맨해튼에서 진료실을 운영하며 미국에서 아동정신과 응급실을 처음 갖춘 그는 라일리의 다양한 감정 간의 혼란스런 상호작용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분노와 슬픔을 동시에 느끼고, 기쁨과 두려움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개념은 그냥 말로 해선 아이가 이해할 수 없지만 이 영화는 그런 감정을 잘 그려냈다.”

아동정신과 의사로 컬럼비아대학 메디컬센터에서 수련생들을 가르치는 엘리자베스 거스리 박사는 아이들과 상담할 때 이 영화를 이용할 계획이다. 거스리 박사는 “느낌을 말로 표현하는 게 도움이 된다. 아이들이 자신의 느낌을 알고 그런 감정을 얘기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면 효과가 클 것이다. 슬퍼한다거나 과잉행동을 하는 아이가 이 영화를 본다면 그 내용을 중심으로 대화를 풀어갈 수 있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성가시고 우울하게 하는 캐릭터 ‘슬픔’도 존재 가치를 입증한다. 캐릭터 ‘기쁨’은 ‘슬픔’ 없이 라일리가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전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여러 전문가가 그런 점을 강조했다. 하다드 박사는 “기본적으로 ‘슬픔’이 이 아이의 삶을 구했다는 발상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슬픔 같은 감정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이 영화의 멋진 대단원이다. 우리를 가족, 끔찍한 사건, 친구, 공감의 의미와 연결시켜주는 것이 바로 슬픔이다.”

모건스탠리 아동병원의 어린이·청소년 정신과에서 일하는 임상 심리학자 에리카 친 박사는 “긍정적이고 행복한 감정만이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도 중요하다는 점을 이 영화가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영화가 슬픔을 느껴도 좋고 슬픔은 필요한 감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다.”

아동정신과 의사 케빈 캘리코 박사도 그 말에 동의했다. “아이가 늘 행복하기를 바라는 부모가 많지만 행복이 반드시 좋은 건 아니다.” 그러나 그는 이 영화가 사람마다 감정이 다르다는 점을 좀 더 부각시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똑같은 감정 조절기를 갖고 태어나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은 선천적으로 행복을 더 많이 느끼고,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짜증을 더 잘 낸다.” 맨해튼에서 진료소를 운영하는 어린이·청소년 전문 정신과 의사 주디스 조셉 박사는 라일리의 특정한 감정 구성으로 볼 때 “어린이 우울증에 해당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사춘기 전에 아이가 우울해 하고 사회적으로 옴츠러들고 친구가 없는 상황을 말한다.”

기억에 관한 내용도 나온다. [인사이드 아웃]은 기억을 ‘색으로 암호화됐고 둥근 구슬처럼 생겼으며 거대한 저장 시설에 들어 있다’고 상상한다. 무엇보다 고착되지 않았다는 게 중요하다. ‘슬픔’이 찾아오면 행복한 기억들이 슬퍼진다. 신경과학자들은 그 점을 높이 산다. 친 박사는 “정확한 묘사”라고 말했다. “기억은 굳어 있지 않다. 이 영화는 기억이 재구성될 수 있다는 점을 아주 잘 포착했다. 치료사들이 ‘이 기억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느냐?’고 자주 묻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비과학적 요소도 존재
하다드 박사는 라일리가 자신의 행복한 기억 때문에 혼란스러워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 아이는 미네소타주로 돌아가면 자신을 행복하게 해준 가족 없이도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다드 박사는 “부모와 싸우고 가출한 아이들이 있지만 그들은 가족이라는 유대가 자신을 행복하게 해줬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 캘리코 박사는 [인사이드 아웃]이 잠재의식을 묘사했다는 점을 특히 맘에 들어 했다. “뇌의 모든 부분을 시각적으로 명료하게 설명한다.”

마찬가지로 꿈은 급조된 세트장에서 만들어진 초현실적인 작품으로 그려진다. 배우들이 뛰어들어갔다가 나오는 세트장 말이다. 그 결과 꿈은 행복에서 슬픔으로, 두려움으로 급변한다. 뉴욕프레스비테리언 병원에서 아동·청소년 정신과 수련의 훈련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올리버 스트로 박사는 “이 영화처럼 우리 마음 속엔 모든 감정이 병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필터를 사용한 것이 아주 절묘했다. 객관적 실재가 있다고 추정되지만 우리 마음 속에서 그 실재가 왜곡된다.”

모든 정신과의사들이 이 영화를 좋아했지만 일부는 비과학적 요소를 경계했다. 조셉 박사는 “아이의 머리 속에 버튼을 누르고 감정을 조절하는 작은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상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의 기본 정신은 옳다고 생각한다.” 캘리코 박사는 “사람의 뇌에 있는 수많은 시냅스(신경세포 연접부)가 웃기는 꼬마들과 산, 구멍, 건물, 섬 등으로 압축된 것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 영화가 의과대학의 신경해부학을 대체할 순 없지만 재미있고 유익한 건 분명하다.”

- 자크 숀펠드 뉴스위크 기자 - 번역=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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