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장 미셸 까사롱가 벨루티 수석 슈메이커

장 미셸 까사롱가 벨루티 수석 슈메이커

프랑스 최고급 남성 수제화로 명성을 쌓아온 벨루티 최고의 구두 장인을 만났다. 전 세계를 돌며 소수의 VIP들을 위한 특별한 구두를 만들고 있는 장 미셸 까사롱가가 그 주인공이다.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스케치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앤디 로퍼의 매력에 빠져 구두와 인연을 맺은 벨루티 수석 슈메이커 장 미셸 까사롱가. 그만의 개성이 묻어나는 창의적인 구두는 전 세계 벨루티 애호가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12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벨루티의 DNA는 바로 ‘비스포크 슈즈(bespoke shoes)’다. 벨루티의 비스포크 슈즈는 오랜 시간 동안 축적해온 브랜드 고유의 기술력과 예술적 감각이 녹아 있는 궁극의 영역이다. 1895년 창립자 알렉산드로 벨루티를 시작으로 4대에 걸쳐 벨루티의 상징이 된 비스포크 슈즈는 전 세계 벨루티 애호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현재 벨루티의 비스포크 라인은 본사 최고의 구두 장인이 세계 각국을 순회하며 맞춤 구두를 주문받아 제작해주는 비스포크 세션(bespoke session)을 통해 이루어진다.

지난 7월 15일, 한국의 고객들에게 벨루티 장인의 예술혼이 담긴 구두를 선사하기 위해 방한한 장 미셸까사롱가(Jean Michel Casalonga)를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자리잡은 벨루티 부티크에서 만났다. 그는 “벨루티의 모든 수제화는 장인들의 진심과 열정으로 탄생한다”며 “예술의 경지에 오른 구두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벨루티의 수석 슈메이커로서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구두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나는 원래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그러다 우연히 벨루티의 전설로 불리는 ‘앤디 로퍼’의 독창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구두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스물네 살이 되던 2002년 슈메이킹을 배우고자 무작정 벨루티의 파리 공방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벨루티의 오랜 역사와 구두 미학에 점점 빠져들게 됐다. 벨루티에 몸담은 지도 벌써 14년이 됐다.



슈메이커가 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


벨루티 슈메이커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나의 경우 벨루티 공방에서 1년 정도 인턴 생활을 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라스트(last, 구두 디자인을 위한 신발 틀) 만드는 법을 배우기 전에 1년 6개월 동안 매장에서 일을 했다. 그 기간 동안 수많은 고객들의 발 모양을 경험하고 피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이 과정은 슈메이커에게 정말 중요하고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벨루티의 수석 슈메이커로서 자부심이 클 것 같다.


벨루티의 일원이라면 누구나 ‘세계 최고의 구두를 만들고 있다’는 자긍심이 대단하다. 좋아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오랜 세월 벨루티가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벨루티는 비스포크 슈즈의 전통을 이어가는 동시에 창의적인 도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벨루티의 4대 계승자인 올가 벨루티가 개발한 파티나 기법이 대표적이다. 가죽의 색감과 투명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벨루티만의 독창적인 파티나 기법은 나만의 컬러를 지닌,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구두를 가능케 한다. 최근에는 비스포크의 노하우를 접목시킨 스니커즈도 출시했다.



타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벨루티 비스포크 슈즈의 강점은.


벨루티는 120년 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제작되는 우드 라스트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다른 브랜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비스포크 슈즈의 생명과도 같은 라스트 작업은 구두의 모양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자 편안한 구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장인과 고객이 빚어내는 완벽한 하모니
120년 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제작되는 벨루티의 우드 라스트. 구두의 모양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최고의 장인이 열정을 담아 만들어내는 비스포크 슈즈는 그 정성만큼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장미셸 까사롱가는 “보통 6개월 동안 장인의 손을 무려 250번 이상 거쳐야 비로소 구두 한 켤레가 완성된다”고 말한다. 벨루티는 그 과정을 단순히 구두 제작 공정이 아닌 품격과 문화, 그리고 장인들의 영혼까지 조합하는 과정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비스포크 슈즈의 시작은 고객과 장인의 만남에서 비롯된다. 장인은 고객과의 상담을 통해 고객의 발 모양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고객은 가죽에서부터 구두의 색감, 그리고 디자인까지 직접 선택해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비스포크 슈즈를 소유할 수 있다.”



비스포크 슈즈의 제작 과정은 어떻게 되나.


고객의 입장에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우선 장인과의 미팅을 통해 치수를 재고 여러 가지 요구 사항을 체크한다. 그리고 그 내용을 토대로 만든 트라이얼 페어(trial pair)를 3개월 뒤에 신어볼 수 있다. 흔히 가봉이라고 불리는 과정이다. 그때 다시 한 번 착화감과 스타일, 디테일에 대해 결정한다. 이렇게 재검토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우드 라스트를 바탕으로 구두가 제작되고 염색 과정을 거쳐 다시 3개월 후 완성된 슈즈를 만날 수 있다.

가죽의 컬러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파티나 기법. 유니크하면서도 아름다운 빛을 발산하는 나만의 구두를 가능케 한다.


편안한 착화감을 위한 피팅은 어떻게 구현하나.


한 켤레의 구두를 완성하기 위해 치수를 재는 것부터 패턴 커팅, 조립, 검토 등 각 단계마다 숙련된 장인이 필요하다. 특히 비스포크 슈즈의 기본 과정인 치수 재기에서는 다양한 것들이 고려된다. 발의 크기와 모양은 물론 다리 길이나 대칭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발에 실리는 중량 배분도 편안한 착화감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비스포크 슈즈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벨루티 비스포크 슈즈는 4개의 손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4개의 손이란 장인과 고객의 손을 의미한다. 그만큼 고객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고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구두를 신을 상황과 장소에 대해 공유하고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야 한다. 그러면 고객이 미처 인지하지 못한 부분까지 알게 된다. 벨루티 비스포크 슈즈는 고객과 장인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완성된다. 두 파트너의 끊임없는 교감을 통해 완벽에 가까운 형태와 아름다운 색감, 그리고 자신만의 취향을 녹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장인들의 진심과 열정이 벨루티의 힘
총 250단계의 공정을 거치는 벨루티 비스포크 슈즈는 모두 장인의 손끝에서 이루어진다.
1년 단위로 계획된 스케줄에 맞춰 전 세계 고객들을 만나고 있는 장 미셸 까사롱가는 한국을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미국을 각각 3개월에 한 번씩, 1년에 총 네 번 정도 방문한다. 예약 고객이 많고 국토가 넓은 중국은 특별히 1년에 여섯 번 정도 찾는다. 대략 한 달에 열흘에서 보름 정도는 해외에서 지내고 있다는 그는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고객들이 내가 만든 구두에 만족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며 “슈메이커를 천직이라 생각하고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다면.


굉장히 많다. 그 중에서 10년째 단골이자 올해 나이가 94세 된 최고령 고객, 바쁜 스케줄 때문에 요트 위에서 발 치수를 재야만 했던 고객, 똑같은 스타일의 구두를 열다섯 켤레 주문한 고객 등이 기억에 남는다. 한번은 홍콩에서 고객과 함께 맥라렌 슈퍼카를 타고 드라이브를 즐긴 적도 있다. 드라이빙 슈즈를 만들려면 슈메이커가 차를 직접 타봐야 하지 않겠냐는 고객의 권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어서 무척 힘들었다. (웃음)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국 고객들만의 특성이라면.


한국은 이번이 네 번째 방문이다. 아직 한국 고객들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는 못했다. 다만 한국 고객들은 아직 비스포크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모험적이거나 과감한 디자인보다는 우아하고 포멀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것 같다.



당신에게 구두는 어떤 의미인가.


열정이다. 슈메이커가 되기로 마음먹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열정적으로 구두를 만들어왔다. 나뿐만 아니라 벨루티의 장인들은 모두 열정적으로 구두를 만든다. 장인들의 진심과 열정, 그것이 바로 벨루티의 힘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계획은.


현재 전 세계를 순회하는 벨루티 슈메이커는 나를 포함해 단 세 명뿐이다. 조만간 한 명이 더 추가될 예정인데 이를 계기로 파리의 공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 공방에서 오래도록 나만의 구두를 만들고 싶다.

-글 오승일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목동14단지, 60층 초고층으로...5007가구 공급

2시프트업, ‘니케’ 역주행 이어 ‘스텔라 블레이드' 출시

3데브시스터즈 ‘쿠키런: 모험의 탑’, 6월 26일 출시 확정

4‘보안칩 팹리스’ ICTK, 코스닥 상장 도전…“전 세계 통신기기 안전 이끌 것”

5신한금융 1분기 순익 1조3215억원, 전년 동기 比 4.8%↓

6LG유플러스, 실속형 스마트폰 ‘갤럭시 버디3’ 공식 출시

7하나금융 1분기 순익 1조340억원…1년 전보다 6.2% 감소

8농협금융 1분기 순익 6512억, 전년 동기 比 31.2%↓

9우리금융 1분기 순익 8245억원, ELS 배상에 전년比 9.8%↓

실시간 뉴스

1목동14단지, 60층 초고층으로...5007가구 공급

2시프트업, ‘니케’ 역주행 이어 ‘스텔라 블레이드' 출시

3데브시스터즈 ‘쿠키런: 모험의 탑’, 6월 26일 출시 확정

4‘보안칩 팹리스’ ICTK, 코스닥 상장 도전…“전 세계 통신기기 안전 이끌 것”

5신한금융 1분기 순익 1조3215억원, 전년 동기 比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