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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좋은 길만 찾아 다닌다

공기 좋은 길만 찾아 다닌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높은 사망률 문제는 접어두고, 그 비율의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공기정화 대책이 시급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해미시 스튜어트는 자전거를 타고 런던 거리를 달릴 때 셔츠 칼라나 바지 호주머니에 소형 디지털 기기를 부착한다. 주행 거리나 칼로리 소비를 확인하는 착용형 기기가 아니다. 대신 출퇴근길에 자동차·버스·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독성 오염물질이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한다.

기기가 수집한 데이터는 모두 크라우드소싱(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작업방식)으로 작성되는 대기질 지도에 올려진다. 적색·황색·청색으로 도시 중 미세먼지 농도가 특히 높은 지역을 나타낸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천식발작, 그리고 장기적으로 폐와 심장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스튜어트는 자전거를 타거나 어린 딸을 데리고 집밖에 나서기 전에 스마트폰으로 컬러 지도를 확인한다. “정말 오염이 심한 길이 있다.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갈 때는 그쪽 길로 가지 않는다”고 그가 말했다. “시내의 특정 지역은 피해 다닌다.”

스모그로 뒤덮인 베이징 시내를 달리는 차량들. 지구온난화로 스모그·검댕·오존 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스마트한 대기질 모니터링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스튜어트는 ‘환경 측정장치(enviro-tracker)’의 얼리 어답터다. 조아(Tzoa)라는 샌프란시스코 신생 벤처 기업이 개발한 개인형 대기질 모니터다. 이용자를 시민 과학자로 탈바꿈시키는 일단의 장치와 앱 중 하나다. 매일 아주 작은 지역 단위의 측정치를 수백 건씩 수집한다. 착용자가 유해 오염물질에의 노출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 수면 패턴, 조깅 거리, 심장 박동수를 기록하는 방식과 똑같다.

도입 초기 단계의 이들 기기는 일상생활의 평범한 데이터를 측정하는 또 다른 방식을 뛰어넘는 의미가 있다고 개발자들은 말한다. 그들은 대형 대기 모니터보다 더 싸고 간편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일상적인 이용자가 오염 노출을 줄일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이다.

대중에게서 데이터를 크라우드소싱하면 정부 센서가 빠뜨린 공백을 채울 수도 있다. 정부 센서는 일부 분산된 지역의 표본을 수집하지만 지역 전체를 측정하지는 못한다. “부실한 모니터링은 청정 대기 프로그램의 감추고 싶은 비밀”이라고 존 월키가 말했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천연자원보호협의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의 청정대기 국장이다. “우리 환경의 대기오염은 지리적으로 아주 널리 분산돼 있다. 표준 모니터가 제공하는 지역 대기질 정보는 상당히 빈약하다.”

도시마다 스모그·검댕·오존 농도 억제에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대기질 모니터링 기술을 향상시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몇몇 가장 깨끗한 도시에서도 대기 오염 수준이 여전히 높아 사람들의 건강을 상당히 위협한다”고 앤서니 웩슬러가 말했다. 캘리포니아대학(데이비스) 대기질 연구소 소장이다. “이 같은 사실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기가 어렵다. 그들은 창밖을 바라보며 ‘깨끗해 보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의 목숨을 빼앗거나 허파를 망가뜨리는 대기오염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왼쪽 사진 부터) 조아의 환경 측정장치(가운데)와 부속 스마트폰 앱. 이용자의 대기 오염 노출도를 측정할 수 있다. 휴대전화가 청색·베이지색·오렌지색 순으로 공기 오염도를 나타낸다. 조아는 착용형 환경 측정장치와 짝을 이루는 리서치 급의 대기질 모니터도 개발 중이다. 브리조미터 앱의 스냅샷 이미지. 지난 4월 뉴욕시 퀸즈 지구의 대기질 수준을 보여준다.
실내외 공기 오염으로 매년 어림잡아 800만 명이 사망한다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추산한다. 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가 높은 수준의 대기오염에 노출된다. 지구온난화로 대기질 악화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그 비율이 더 높아질지 모른다고 기후학자들은 경고한다.

따라서 개인형 대기질 모니터의 등장에 과학자와 연방 환경 당국자들이 열광한다고 웩슬러 소장은 전한다. “보통 한 도시에 공식 모니터 한 대 또는 어쩌면 몇 대 있는 정도다. 하지만 한 블럭만 바뀌어도 대기오염이 크게 달라질지 모른다”고 그가 말했다. 신기술은 “각 도시에서 그런 편차를 통제하기 위한 노력”이다.

일반 소비자가 개인의 오염 노출 측정에 얼마나 관심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최근 미국에서 실시된 갤럽 여론조사에선 공기 오염에 관해 ‘상당히’ 우려한다고 답한 비율이 38%에 그쳤다. 지난해의 46%에서 8%포인트 감소했다.

착용형 기술 자체는 아직 초기 단계다. 이 기기가 신기한 물건으로 남을지 아니면 스마트폰만큼 널리 보급될지는 불확실하다. 올해 기업들이 출하하는 ‘스마트 착용형 기기는 2600만 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안드로이드·애플·윈도 등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14억 대로 시장조사업체 IDC는 예상한다.

조아의 공동창업자인 케빈 하트는 3년 전 환경측정 기술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한 공업단지에서 전기 기술자로 일할 때였다.

작업 요원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규소 분진을 흡입하지 않으려고 종이 마스크를 착용했다. 체내에 들어가면 폐암과 규폐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스크를 하면 덥고 불편했다. 따라서 작업자들은 분진 농도가 낮다고 생각될 때 가끔 마스크를 벗었다. “우리가 위험한 상황인지 아닌지 단순히 추측에 의존하는 실정이었다”고 하트가 돌이켰다.

공기질 모니터는 선택지가 아니었다. 기기가 너무 비싸고 사용법이 복잡했다. 그리고 공업단지 여기저기를 끌고 다니기에는 너무 무거웠다. 따라서 하트는 밴쿠버에 있는 엔지니어, 그리고 물리학자 친구들과 팀을 이뤄 작고 가벼운 초기모델을 개발했다. 핏비트 손목밴드(활동량 모니터 기기)나 애플 워치와 같은 크기였다.

이 탈착형 기기는 미니 팬을 이용해 공기를 빨아들인다. 미세물질과 꽃가루가 일렬로 배열된 작은 레이저 기반 센서를 통과한다. 센서들은 광산란(light-scattering) 기술과 알고리즘을 이용해 입자 숫자와 크기를 파악한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좌표를 이용해 데이터를 크라우드소싱 기반 지도와 일치시킨다. 내부 기압계가 온도·습도·기압을 감지한다.

부속된 앱이 이용자의 실내외 공기 질을 개선하도록 구체적으로 권장 사항을 제시한다. 예컨대 카펫을 세탁하거나, 요리할 때 환풍기를 틀거나, 특히 스모그가 많은 날에는 힘든 활동을 피하도록 하는 식이다.

런던의 해미시 스튜어트는 환경 측정장치 베타판을 테스트하는 10명의 ‘대사’ 중 하나다. 완성판은 139달러로 사전주문 가능하며 내년 4월부터 출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아는 올여름 이미 400대의 추적장치를 사전 판매했다.

조아는 고급형 리서치 모델도 개발 중이다. 최근 소셜펀딩 사이트 인디고고에서 그 모델의 개발 자금으로 8만5000달러를 조달했다. 현재 캐나다 과학자들이 인도에서 난로로 땔감·석탄·가축분뇨를 태울 때 발생하는 공기 오염을 조사하면서 그 기기를 테스트하고 있다.

대기질 분야의 신생 벤처기업이 모두 독자적으로 기기를 개발하지는 않는다. 브리조미터(BreezeoMeter)는 이스라엘 엔지니어 3명이 개발한 스마트폰 앱 겸 플랫폼이다. 정부 대기질 모니터로 측정한 공개 데이터를 입수한다. 그 뒤 독자 알고리즘과 데이터 분석법을 이용해 그 측정치를 한층 정밀하게 가공한다. 실시간으로 거리와 지역까지 파고들어간다고 브리조미터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인 지브 라우트먼은 설명한다.

브리조미터의 CEO 랜 코버가 3년 전 살림집을 구하던 중 그 앱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고 한다. 코버 CEO의 부인은 천식이 있었고 당시 임신 중이었다. 그래서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아내와 태어날 아기에게 적합한 동네를 찾고자 했다.

코버 CEO는 당시 이스라엘 환경부에서 근무 중이던 라우트먼 CMO에게 전화해 특정 지역의 대기질 측정에 관해 물었다. “무엇보다 데이터가 상당히 일반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라우트먼 CMO가 돌이켰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정말로 내게 영향을 미치는 데이터를 구하고 싶었다.”

이들은 대기확산 모델링과 소프트웨어에 관한 지식을 활용해 브리조미터 앱을 개발했다. 현재 미국·유럽·이스라엘·중국 각지 100개 도시에서 대기질을 측정한다. 브리조미터는 최근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소를 신설했다. 건강에 초점을 맞춘 신생 벤처 대상의 사업 양성 프로그램에 속해 있다.

브리조미터는 또한 정부 당국자들과 공동으로 도시의 구체적인 오염원을 찾아내고 거기에 공기정화 노력을 집중하도록 돕는다. “우리는 스마트 도시를 위한 미래의 물결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그가 말했다. 대기질을 콜레스테롤 수치나 체질량지수 같은 유용한 건강 지표로 만들려는 목표다.

“다음번 병원을 찾아갈 때는 실제로 공기 오염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알 수 있다”고 라우트먼 CMO가 말했다. “심박수와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는 개발됐다. 다음은 환경의 모든 요소를 측정하는 단계다.”

- MARIA GALLUCCI IBTIMES 기자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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