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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아반떼, 준중형차 시장의 구원투수 될까

신형 아반떼, 준중형차 시장의 구원투수 될까

SUV 시장 확대와 수입차에 대한 관심 증가로 국산 준중형차 시장이 갈수록 줄어든다. 현대차가 지난 9월 신형 아반떼를 내놓고 초특급 구원투수 역할을 맡겼다.
현대차가 신형 아반떼를 내놓고 국산 준중형차 시장의 반전을 노린다. 이밖에 기아 K3, 쉐보레 크루즈, 르노삼성 SM3가 경쟁한다.
국산차의 승용 차종 분류는 매우 간단하다. 경차·소형차·중형차·대형차가 전부다. 유럽은 A~F 여섯 단계로 구분한다. 미국은 유럽과 비슷한데 알파벳 대신 콤팩트·미드·라지·풀 등 설명적 단어로 표현한다. 경우에 따라 세그먼트를 쪼개서 세분화하기도 한다. 국산차를 네 개 등급으로 전부 표현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자동차 업체가 만들어낸 구분이 준중형이나 준대형 같은 틈새 차종이다. 정부 기준이 아닌 업체의 마케팅 용어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정규 세그먼트처럼 다가온다.

준중형은 소형차와 중형차 사이에 위치한다. 현대 아반떼, 기아 K3, 쉐보레 크루즈, 르노삼성 SM3가 대표적인 준중형차다. 현대 i30와 벨로스터, K3 유로 등 해치백도 마찬가지로 준준형에 속한다. 국산 준중형차의 시초는 1990년 나온 현대 엘란트라다. 당시 현대 쏘나타 같은 중형차는 ‘성공한 중산층’이 타는 차였다. 소형차는 가족차로 타기에는 작았다. 엘란트라는 그 사이를 절묘하게 파고 들었다. 중형차를 사기에는 부담이 되고 소형차로는 성이 차지 않는 사람이 준중형으로 몰렸다. 소형차와 준중형차는 엔진도 같았기 때문에 세금도 차이가 없었다. 소형차 살 돈에 조금만 더 보태면 준중형을 살 수 있었다. 큰 차 좋아하는 심리를 자극해 젊은 사람들도 엔트리카로 준중형을 택했다. 준중형의 등장으로 소형차는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준중형은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의 대표 모델로 자리 잡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준중형은 가족차의 대명사로 꼽혔지만, 2000년대 들어 중형차에 자리를 빼앗겼다. 1998년부터 르노삼성이 SM5로 중형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중형차 시장이 커졌다. 소득 수준 향상으로 큰 차 좋아하는 취향으로 바뀌면서 준중형에서 중형차로 옮겨갔다. 현대 쏘나타는 국민차라고 불릴 정도로 베스트셀러 자리를 유지하며 중형차의 번영기를 이끌었다. 지난 10년 동안 준중형과 중형의 판매량을 보면 준중형이 중형을 넘어선 적이 한 번도 없다. 2005년에는 준중형과 중형의 판매대수는 15만대와 22만4000대로 중형이 7만4000대 앞섰다. 2006~2008년에는 그 차이가 평균 10만대로 벌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2009년에는 준중형과 중형의 판매대수가 25만7000대와 26만7000대로 1만대로 바싹 좁혀졌다. 이후 4만대로 벌어진 2010년을 제외하고는 1만~2만대로 좁혀졌다.

준중형과 중형의 차이가 좁아진 이유는 준중형의 선전이라기보다는 중형의 인기 하락이다. SUV가 잘 팔리면서 중형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고, 중형차의 가격 상승으로 수입차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늘었다. 문제는 중형차 못지않게 준중형차도 시장이 갈수록 작아진다는 점이다. 준중형차와 중형차는 운명을 같이 한다. 경기에 따라 베스트셀러 차종에 일부 역전이 생기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비슷한 판매 곡선을 그린다. 지난 10년 동안 판매를 보면 준중형과 중형 모두 2010년까지 상승세를 그리다가 내리막길을 걷는다. 2005년 20만대였던 중형차는 2010년 31만대까지 올랐다가 2014년 다시 20만대로 떨어졌다. 준중형은 15만대에서 27만대로 늘었다가 19만대로 줄었다.

준중형과 중형의 하락세는 SUV의 선전 때문이다. SUV는 준중형과 중형과는 반대다. 2005년 29만대(2003년 42만대, 2004년 34만대)에서 2008년 21만대까지 떨어졌다가 2014년 41만대로 늘었다. 올해 1~9월 준중형 판매량은 12만3000대 가량으로 월평균으로 계산하면 연말까지 16만5000대를 예상할 수 있다. 중형은 14만4000대로 올해 예상 누적 판매량은 19만2000대다. 중형은 그런대로 지난해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지만, 준중형은 3만5000대 정도 감소가 예상된다. 물론 변수는 있다. 지난 9월 9일 선보인 신형 아반떼의 신차효과다. 신형 아반떼는 디자인이나 성능 모두 호평을 받는다. 출시 9일 만에 계약대수 1만대를 돌파했을 정도로 인기다. 9월 아반떼는 8805대가 팔렸다. 국산차 판매 1위다. 아반떼는 8월에도 8806대가 팔려서 1위에 올랐다.
사진 각 사 제공
 소형차에 이어 준중형차도 위기 도래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아반떼의 5월~7월 판매량은 각각 6620, 7023, 6891대였다. 8월에 이례적으로 큰 폭으로 뛰었다. 모델 체인지를 앞두고 구형을 할인판매 했기 때문이다. 1위를 차지한 9월 판매량도 사실상 구형과 신형을 합한 수치다. 신형은 5576대이고, 나머지는 구형 판매량이다. 판매 일수가 한 달을 다 채우지는 않았지만, 신차효과를 고려할 때 그렇게 잘 팔렸다고 할 수 없는 대수다. 예전 모델인 XD·HD·MD의 초기 판매량과 비교하면 많이 떨어진다. 요즘 현대·기아차 특히 세단의 신차효과는 예전만 못하다. 쏘나타는 엔진 라인업을 늘렸지만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완벽한 디자인 튜닝을 내세운 기아 K5도 신차효과를 별로 누리지 못한다. 아반떼 역시 상품성과 완성도는 좋아졌지만 시장을 뒤엎을 만한 매력적인 요소는 찾기 힘들다. 더군다나 조만간 풀모델 체인지를 앞둔 기아 K3와 쉐보레 크루즈 등이 큰 폭의 할인 프로모션을 하는 중이라 관심이 분산된다.

아반떼는 그래도 판매 상위권에 오르는 등 사정이 나은 편이다. 다른 준중형차들은 판매가 저조하다. 올해 1~9월 아반떼 판매량은 6만4011대로 전체 2위다. 기아 K3는 3만2132대로 아반떼의 절반이다. 쉐보레 크루즈는 1만 2654대, 르노삼성 SM3는 1만1977대에 불과하다. i30는 2511대, 벨로스터는 1053 대로 최하위권을 맴돈다. 준중형차의 주요 구매층인 요즘 젊은이들은 아예 차를 사지 않거나, 수입차로 눈을 돌린다. 수입 준중형차는 국산 준중형차보다 가격이 비싼데도 수입차 베스트셀러 10 위권에 항상 오를 정도로 잘 팔린다. 수입 준중형차의 차종이 늘고 가격이 떨어지면서 이들 차종으로 눈을 돌리는 구매자는 점점 늘어난다. 준중형차와 가격대가 비슷한 소형 SUV가 늘면서 이탈에 가속이 붙는다. 준중형이 소형차의 전철을 밟을까. 준중형 위기의 시대다.

- 임유신 모빌리스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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