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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전문기자의 ‘Car Talk’ 폴크스바겐을 위한 변명] 리콜로 더욱 강해진 도요타 따를까

[김태진 전문기자의 ‘Car Talk’ 폴크스바겐을 위한 변명] 리콜로 더욱 강해진 도요타 따를까

사진:중앙포토
독일 최대의 자동차 회사인 폴크스바겐 그룹의 디젤 배기가스 조작 사건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9월 18일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폴크스바겐이 배기가스 검사를 통과할 목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그동안 은폐됐던 각종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문제가된 소프트웨어는 검사를 할 때는 배기가스를 줄여주는 후처리장치(EGR)를 정상 작동시키다가 일반 주행 때는 꺼줘 발암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허용한도의 40배나 배출한다.

한 달이 넘어가면서 진정될 기미가 보이는 듯했지만 이번에는 소송전으로 점화하는 모양새다. 한국을 비롯, 미국 유명 로펌이 소비자를 대신해 거액의 배상금을 노리고 앞다퉈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이다. 기자 주변에도 소송에 참가한 일부 소비자는 사실에 근거한 이해보다는 로펌에서 자극한 배상금에 혹해 대리 소송 사인을 한 경우가 적지 않다. 현재 폴크스바겐이 미국 환경보호청에 내야 할 벌금만 최대 180억 달러(약 21조원)에 달한다.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보도가 쏟아지면서 10월 폴크스바겐코리아의 판매 대수는 전월 대비 40%나 급감한 것으로 알려진다. 3년 만에 최저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폴크스바겐 디젤차 싸게 살 기회?
독일인의 몸에는 ‘가솔린 피가 흐른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자동차나 기계공학에 관한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국가다. 폴크스바겐은 이런 독일의 1등 자동차 업체다. 무려 10개의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이미 한국에 진출한 폴크스바겐·아우디·포르셰·벤틀리·람보르기니 브랜드뿐만 아니다. 스페인의 세아트, 체코의 스코다, 시속 300㎞가 넘는 수퍼카 업체인 부가티를 속속 인수해 장바구니에 넣었다. 이외에 트럭 메이커인 만·스카니아와 폴크스바겐상용차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자동차 업체 가운데 폴크스바겐 그룹은 대중차부터 프리미엄 브랜드, 스포츠카, 트럭·버스까지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이번 디젤 사태로 폴크스바겐 그룹이 1, 2년간 적자를 낼 수 있지만 ‘V자’ 빠른 회복을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전체 판매대수에서 가솔린 비중이 디젤보다 더 많은데다 워낙 기술력과 내구성에 대한 신뢰도가 커서다. 가솔린 엔진도 요즘 연비가 좋아 인기인 터보 직분사에 일가견이 있다.

폴크스바겐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진정한 세계 최강 업체로 재도약하는 시험대로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이남석 중앙대(경영) 교수는 “폴크스바겐은 기술력이 뛰어난데다 브랜드 파워와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강점”이라며 “경직된 조직 문화만 쇄신한다면 4, 5년 후 더 무서운 경쟁력으로 재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도요타가 리콜 사태를 겪고 4년 만에 문제점을 치유해 세계 1위로 복귀한 게 한 예다. 도요타는 2010년 미국발 리콜사태 직후 약 3개월 동안 판매가 30% 가까이 줄었다. 이후 개선에 나서 부품 업체의 품질 관리를 위해 신차 개발 기간을 늘리고 자체 모의 테스트를 강화하는 등 경쟁력을 재정비했다. 그 결과 2014년 세계 자동차 1위에 복귀했다.

기자의 주변에서도 비슷한 소리가 들려온다. “김기자, 이 기회에 폴크스바겐 디젤차 싸게 살 수 있는지 알아봐 주게나. 차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잖아. 사람이 다치는 리콜도 아니고…”

어찌 보면 이런 질문을 하는 소비자가 가장 솔직하게 속마음을 드러낸 것일지도 모른다. 소프트웨어 배기가스 조작의 대표 차량인 2.0TDi 디젤 엔진을 단 해치백 골프나 부동의 수입차 1위 SUV인 티구안은 20% 할인만 하면 즉각 구매하겠다는 문의가 폴크스바겐 전시장에 끊임없이 온다고 한다. 현재 시판하는 이들 차량은 모두 유로6 배기가스 규제를 만족시킨 차다. 기존 문제가 된 차량은 올해 8월 말까지 판매된 유로5 차량이다.

폴크스바겐 차량의 중고차 가격 역시 큰 변동은 나타나지 않는다. SK엔카닷컴(www.encar.com)이 폴크스바겐 매물의 시세를 분석한 결과 10월 기준으로 골프, 제타, 더 비틀, 티구안, 파사트의 2014년식 시세는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터지기 이전과 비교해 평균 1.9% 하락했다. 2013년식은 1.5% 하락했다. BMW의 시세가 같은 기간 2014년식 0.5%, 2013년식 1.1%, 벤츠 2014년식 1.0%, 2013년식 0.5% 시세가 하락한 것과 대비했을 때 조금 높은 수준이다. SK엔카닷컴 임민경 홍보팀장은 “비인기 차종인 제타, 비틀, 파사트의 하락률에 전체적인 영향을 준 것 일뿐 인기 차종인 골프와 티구안은 하락폭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배출가스 문제가 안전이나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알고 있어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9월에 독일 유력 매체가 조사한 소비자 설문에서도 “폴크스바겐이 이번 사태를 해결하고 재기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50%를 넘었다. 아울러 “앞으로 폴크스바겐 차를 재구매하겠다”는 의사는 60%에 달했다.
 ‘No’는 없는 상명하복 문화
세계 1위 자동차 업체가 어떻게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상명하복(上命下服)으로 유명한 폴크스바겐의 조직문화와 ‘No’를 인정하지 않는 지배구조를 원인으로 꼽는다. 디젤 사태가 터진 이후 잇단 내부 고발자들은 “배기가스 규제를 저렴한 비용에 해결하지 못하면 옷을 벗어야 하는 경직된 기업 문화가 원인”이라는 비판적인 제보를 잇따라 냈다.

이런 경직된 조직문화는 한국 지사인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폴크스바겐 그룹은 2005년 한국에 진출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우디가 한국 시장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해 대중 브랜드인 폴크스바겐 대신 아우디를 사명에 먼저 표기했다. 실제로 2012년까지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아우디가 폴크스바겐보다 많이 팔렸다.

수입차가 대중화한 2010년 이후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에서는 본사 출신 임원과 한국인 직원 사이에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갈등의 원인은 ‘한국인에 대한 불신’이었다. 이 회사 전직 임원은 “본사 직급이 과·차장 정도인 독일 직원이 한국에서 고위 임원직을 맡아 ‘한국인은 믿을 수 없다’는 독설을 퍼부은 경우가 여러 번”이라며 “이런 스트레스로 퇴직한 한국인 간부가 여럿”이라고 말한다.

박동훈 전 폴크스바겐코리아 사장(현 르노삼성 영업총괄 부사장)은 “폴크스바겐의 조직문화는 상당히 경직됐다”며 “기술 최고주의를 앞세우면서 한국처럼 작은 시장은 대놓고 무시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한다. 이어 “한국에서 폴크스바겐이 잘 팔리는 것은 제품이 좋아서라는 식으로 한국인 임직원의 노력과 열정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기억했다.

- 김태진 기자 kim.taeji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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