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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가는 슬픔을 마케팅한다

나이 들어가는 슬픔을 마케팅한다

아델은 데뷔한 지 7년 만에 베스트셀링 가수 대열에 올라섰다(왼쪽). 아델의 3집 앨범 ‘25’의 커버 이미지.
영국 팝스타 아델(27)은 지난 11월 20일 3집 앨범 ‘25’를 발표했다. 이 앨범은 발매 4일 만에 미국에서 판매량 243만 장을 기록해 발매 첫 주 판매량에서 엔싱크의 앨범 ‘No Strings Attached’가 2000년 세운 기록(241만 장)을 15년 만에 깼다.

‘25’에서 아델은 젊은 시절을 회상한다. 슬프고 애석한 느낌의 향수는 그녀의 기본적인 감정이다. 그녀는 앨범 도입부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난 캘리포니아에서 우리가 누구였는지를 생각하네/ 더 젊고 자유로웠던 시절의 우리를(I’m in California dreaming about who we used to be / When we were younger and free).’

앨범 제목의 25는 현재 아델의 나이가 아니라 이 비통한 분위기의 앨범에서 그녀가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의 상태를 반영한 나이다. “20대의 한가운데인 25세가 내겐 전환점이었다”고 그녀는 한 공개 서한에서 말했다. “좋든 나쁘든 과거의 모든 것이 그립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아델의 스타일이다(그녀의 바로 전 앨범 제목은 ‘21’이었고 그 전 앨범은 ‘19’였다). 하지만 새 앨범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 구슬픈 코러스와 현란한 R&B 비트 위로 흐르는 그녀의 목소리는 잃어버린 사랑에 대해 ‘이제 난 잊었어/ 아니, 아직은 아냐(yes-I’ve-moved-on/wait-no-I-haven’t)’ 하는 식의 집착을 드러낸다. 흥미로운 건 아델의 노래들이 여느 팝스타의 젊음에 대한 태도와는 정반대의 입장을 취한다는 점이다. 그녀는 칼리 레이 젭슨(‘E·MO·TION’)처럼 열병 같은 사랑에 대한 기대로 들뜨거나 흥분하지 않는다. 또 테일러 스위프트처럼 22세의 젊음에 즐거운 찬사를 보내지도 않는다. 아델에게 ‘슬픔’은 단순한 감정을 넘어 마케팅 전략이다. 그녀는 젊음을 자신이 잃어버린 뭔가로,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순수함으로 노래한다.

아델은 이제 스물일곱 살밖에 안 됐다. 하지만 새 앨범 ‘25’에서 그녀는 자신을 아주 늙은 영혼으로 묘사한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감상적인 발라드로 가득 찬 이 앨범 안에서도 가장 감상적인 ‘When We Were Young’에서 아델은 아련한 향수에 젖는다. ‘네 모습은 영화 같고/ 네 목소리는 노래 같아/ 그러고 보니 생각나네/ 우리가 젊었을 때가(You look like a movie / You sound like a song / My God, this reminds me / Of when we were young)’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그녀는 겁에 질려 외친다. ‘난 제정신이 아냐, 늙어가고 있어/ 갈수록 무모해져(I’m so mad I’m getting old / It makes me reckless).’

‘Send My Love (To Your New Lover)’는 히트곡 제조기로 불리는 프로듀서 맥스 마틴이 프로듀싱한 레게풍의 노래다. ‘우리는 모든 나쁜 기억을 잊어야 해/ 이제 우린 아이가 아니라는 걸 우리 둘 다 알아(We gotta let go of all of our ghosts / We both know we ain’t kids no more).’ 아델은 물론 그런 기억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이번 앨범에서는 말이다.

‘Million Years Ago’는 ‘When We Were Young’의 후렴처럼 들린다. 어쿠스틱 아르페지오와 감상적인 현악기 반주 위로 후회에 찬 아델의 외침[‘마음이 시키는 대로 했어/ 젊었을 때 난(I let my heart decide the way / When I was young)’]이 들린다. ‘내 인생은 쏜살같이 흘러가 버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냥 지켜보면서 우는 것뿐(I feel like my life is flashing by,” she sings, “and all I can do is watch and cry).’

아델! 당신은 늙지 않았어요! 다 잘될 거예요! 하지만 나이 드는 것에 대한 아델의 강박관념과 아쉬운 감정은 팝 음악의 일반적인 정서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57세인 마돈나는 여전히 충격적인 뭔가를 보여주려고 노력하며 젊음의 샘에 목을 축이고 싶어 한다. 그녀의 최근 앨범 ‘Rebel Heart’에는 파격적인 스타일로 주목 받는 여성 래퍼 니키 미나즈와 공동 작업한 ‘Unapologetic Bitch’같은 곡들이 실려 있다. 역시 57세이며 나이를 잊은 듯한 프린스에게서도 향수 같은 감정은 찾아볼 수 없다. 젊은 여성 프로젝트 밴드 3RDEYEGIRL과 공동 작업하며 최근엔 인스타그램에 푹 빠졌다.

어쩌면 나이보다 더 젊은 척하는 데 관심 없는 아델의 태도가 수백만 장의 음반을 파는 데 도움이 됐을지도 모른다. 세대차를 뛰어넘어 그녀를 나이 든 소비자들(‘25’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아랑곳하지 않는 세대)과 연결시켜 줌으로써 말이다. 아델은 나이보다 더 성숙하고 현명해 보인다(노래에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그녀는 이제 엄마가 됐다. 그녀는 모성에 관한 노래를 앨범 1장 분량이나 작곡했지만 너무 지루해서 다 없애버렸다고 말했다).

아델에게 좀 명랑해지라고 말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까지 그런 말을 많이 들어 왔다. ‘River Lea’에서 그녀는 이렇게 노래한다. ‘난 명랑해지는 법을 배워야 해, 젊게 사는 법을(I need to learn to lighten up and learn how to be young).’ 이번 앨범에서는 안 되겠지만 혹시 다음에 ‘28’이라는 앨범을 내게 되면 그때는 한번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 ZACH SCHONFELD NEWSWEEK 기자 / 번역 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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