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전면 중단 그 후] 입주 기업들 “정부 탓에 피해 커져”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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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전면 중단 그 후] 입주 기업들 “정부 탓에 피해 커져”

[개성공단 전면 중단 그 후] 입주 기업들 “정부 탓에 피해 커져”

북한이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에 대해 2월 11일 남측 인원 전원 추방과 군사통제구역 선포, 자산동결로 맞불을 놓았다. 이에 따라 공단 현지에 잔류해 있던 남측 인원 280명이 이날 밤 늦게 전원 철수했다. 북한은 2010년 초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회담이 결렬될 당시에도 금강산 지구 내 남측 자산을 몰수·동결한 적이 있다.



남북경협의 상징이냐 북한의 ‘달러 박스’냐 :
개성공단은 2004년 12월 가동 직후부터 북한의 ‘달러 박스’가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왔다. 지난해 기준 개성공단 근로자는 약 5만 5500명이다. 이들이 매달 받는 급여 총액은 700만~850만 달러(약 83억~101억원)에 달한다. 지급 방식은 북한이 가장 선호하는 현금이다. 기본 수당 외 보너스 등을 합하면 매년 1억 달러 이상의 현금 다발이 북한에 들어간다. 북한의 입장에선 개성공단이 합법적으로 달러를 공급받을 수 있는 창구인 셈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2월 10일 “지난해에만 1320억원이 개성공단을 통해 지급됐다”고 밝혔다. 연평균 600억원가량을 벌어들였던 금강산 관광의 두 배 수준이다.

그동안 개성공단에 입주한 124개 기업의 생산액은 5·24 대북제재조치에도 매년 성장세를 이어갔다. 2005년 1491만 달러(약 168억원)를 기록했던 연 생산액은 10년 간 약 35배가량 불어났다. 지난해 1~11월에만 5억1549만 달러(약 6172억원)를 기록했다. 지난 10년 간 누적 생산액은 31억8523만 달러(약 3조8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남북 간 총 교역액 27억 1349만 달러(약 3조2494억원)의 99% 수준이다.



남한이 이득이냐 북한이 이득이냐 :
이번 조치에 따른 득실에 대한 반론도 나온다. 북측에 지급하는 금액이 1억 달러인데 비해 우리 기업들의 매출은 5억 달러를 넘기 때문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인건비로 들어가는 돈이 연간 1억 달러(약 1200억원) 정도인 데 반해 공단 전체 매출액이 지난해 5억1500만 달러(약 6100억원)를 넘었다”며 “공단 가동이 중단되면 오히려 우리 쪽에 손해라는 현실적인 계산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개성공단의 가동 중단이 임금으로 지급돼온 1억 달러 이상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근로자 5만5000여 명과 이들의 가족 20만여 명이 생계에 직접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또 개성공단에 공급하는 수돗물이 개성시에도 제공돼온 것을 감안할 때 민심이 악화될 수도 있다.

북한의 외자유치 활동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까지 총 26개 지역을 경제개발구로 지정하고 외자유치에 노력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개성공단의 가동 중단은 북한 리스크를 더욱 키워 외자도입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수석연구 위원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유무형으로 북한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을 통해 지급돼온 달러의 군비 전용 논란은 수그러질 전망이다. 그동안 서방에선 공단 근로자 임금의 상당 부분이 북한 당국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2006년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대북인권특사는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실제 임금은 하루 2달러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후 남북은 ‘임금직불제’를 도입했지만, 미 정계의 보수파들은 여전히 “개성공단 임금의 대부분이 미사일 개발 및 핵실험에 쓰이고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 업체 망연자실 :
막다른 길에 몰린 개성공단기업협회는 2월 12일 공단 전면 중단과 관련한 비상총회를 열고 ‘정부의 후속 대책으로 기업의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 이뤄지길 촉구한다’는 결의문까지 발표했다. 협회 측은 정부의 피해 ‘지원’이 아닌 ‘보상’을 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엄중한 상황 인식을 이해하지만 전시 상황도 아닌 상태에서 군사작전을 하듯 설 연휴에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결정한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이에 따른 기업 피해에 대한 모든 책임이 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 측에선 ‘국가를 상대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기업이 강경한 이유는 지난 2013년 개성공단 중단 때보다 기업들의 피해 금액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개성공단 입주기업 234곳이 162일 간 공단 폐쇄로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금액은 1조566억원이었다. 이번 공단 가동 중단으로 인한 피해액은 당시 피해 금액의 배 수준인 2조원 이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당시엔 물자와 자산을 상당 부분 갖고 나왔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며 “사실상 개성공단에 사망선고가 내려진 상태여서 기업들의 영업권 자체가 없어져 이에 대한 손실까지 감안하면 2013년에 비해 피해액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중견 패션 업체 관계자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도 생산량이 늘면서 원·부자재 물량을 많이 투입했다”며 “투입 물량 기준으로 2013년 때보다 2배 정도의 원·부자재가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허둥지둥 정부 대책 :
정부합동대책반은 2월 12일 오전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을 위한 범정부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 대책은 경협보험금 지급과 긴급 경영자금 지원, 세금 납부 유예, 대출 만기 연장 등 4가지다. 이 가운데 세금 납부 유예와 대출 만기 연장은 소극적 지원책이다. 적극적 지원책은 경협보험금 지급과 긴급 경영자금 지원 등 두 가지인데 재원인 남북협력 기금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남북협력기금 잔액은 70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여기서 올해 기업에 대출금·보험금으로 전용이 가능한 금액의 비율은 전체 기금의 9.9%에 불과하다. 기준대로라면 현재 700억원가량의 재원만이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금으로 전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가 국회 동의 없이 증액 가능한 비율인 20% 증액을 감안해도, 최대 지원 가능 재원은 85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가 강조하는 ‘경제협력사업 보험금(경협보험) 즉시 지원’도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 경협보험은 입주기업 영업 손실에 대해선 전혀 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일부에 투자 증명서류를 제출해 지분·사채·설비자산권이 있다고 입증된 사항에 대해서만 보상한다. 가입 기업도 많지 않다. 1월 현재 286개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경협보험에 가입한 기업은 110개(38.5%)에 불과하다. 신동호 상명대 보험경영학과 교수는 “경협보험 약관에 따르면, 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가동 중단에 따른 영업 손실은 경협보험 보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공언한 대로 신속하게 경협보험금이 지급될지도 미지수다. 지난 2013년 4월 개성공단 중단 사태로 인해 정부가 입주업체에 지급한 보험금 중 일부는 사건 발생 2년이 지난 지난해 5월~6월에야 지급됐다.

- 서재준·구희령·곽재민·문희철 기자 suh.jaej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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