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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리더 | 데이비드 아브람스 서버러스 대표] “유럽 은행이 팔아야 하는 NPL에 기회”

[자본시장의 리더 | 데이비드 아브람스 서버러스 대표] “유럽 은행이 팔아야 하는 NPL에 기회”

데이비드 아브람스 서버러스 대표. / 사진:오상민 기자
“지금처럼 경제 성장이 둔화한 때엔 부실자산에서 투자 기회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특히 유럽 부실채권(NPL)이 위험 대비 수익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290억 달러(약 36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세계적인 사모투자펀드(PEF) ‘서버러스(Cerberus)’의 데이비드 아브람스 대표의 말이다. 그는 3월 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NPL과 사모투자(PE) 전략을 설명했다. 1992년 설립된 서버러스는 부실 유가증권이나 자산, 경영상의 문제를 겪는 회사나 사업 부문, 부동산 등을 인수한 뒤 정상화해 되파는 전략으로 수익을 내는 사모펀드 회사다. 국내에도 외환위기 당시 거액을 투자한 적이 있다. 현재 600여 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서버러스는 최근 부실자산 중에서도 유럽 은행들이 내놓는 NPL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3개월 이상 은행에 이자를 납부하지 못해 부실화된 채권을 사들인 뒤 담보 물건을 경매에 넘겨 배당받거나 낙찰받는 투자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은행들은 여신건전성 확보를 위해 수익성이 있는 NPL을 할인된 가격에 매각한다. 서버러스는 이를 매입해 변제 절차를 거친 뒤 담보물을 시장에 되판다. 올해 초 아브람스 대표를 영입한 것도 NPL 투자 강화의 일환이다. 아브람스 대표는 27년 간 크레딧스위스와 사모펀드 아폴로매니지먼트 등을 거치며 경험을 쌓은 부실자산 및 NPL 투자 전문가다.



이번 방한 목적은.


“최근 한국 기관투자가들이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들과 장기적인 관계를 맺는 차원에서 한국을 찾았다.”



주요 사업 분야는?


“크게 세 가지 전략을 운영한다. 부실자산, PE, 부동산 투자다. 세 전략이 완전 독립적이기보다는 복합적으로 운영된다. 부실 자산 부문은 부실채권, 주거·상업용 모기지, 회사채, 구조화 여신 등을 취급한다. PE 부문에서는 경영상 문제가 있는 기업이나 자회사, 비핵심·부실 사업을 인수해 수익을 낸다. 지금처럼 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시기에 많은 기회가 생기는 영역이다. 특히 서버러스는 아시아 외환위기, 닷컴버블, 미국 금융위기 같은 다양한 경제위기 상황을 거치면서 기회포착적 투자접근 전략을 발전시켜왔다.”



여러 투자처 중 유럽 NPL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던데.


“현재 유럽 은행들은 규제로 인해 NPL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발표된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건전성평가(AQR)에 따라 유럽 은행들은 요구자본을 472억 유로(약 63조원) 증액해야 한다. 이 같은 규제가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커서 은행들은 NPL 비중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 것이다. 바젤III 시행도 은행들이 향후 수 년 간 규제자본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실적이 부진한 여신을 매각하는 동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유럽 각국 은행들이 조금씩 자국으로 회귀하는 추세다. 이 과정에서 부실자산 위주로 매각을 시작하고 있다. 유럽 은행들은 최대 2조4000억 유로(약 3200조원)의 자산을 비핵심·비전략 자산으로 분류했고,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부실자산일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의 은행이 자국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유럽의 은행은 미국과 다른 점이 있다. 미국 은행은 여신 업무에서 발생한 채권을 상품화하는 데 익숙하다. 이와 달리 유럽 은행은 전통 여신 기능에 충실한 편이다. 이로 인해 관련 자산 규모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다 지금처럼 규모가 지나치게 커졌다고 판단이 되면 사업의 곁가지를 쳐내고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하려고 하는데, 그게 지금 자국 회귀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은행은 자산유동화 회사에 여러 NPL을 묶어 풀(Pool) 형태로 매각한다. 절차를 줄이고 위험한 채권을 안전한 채권에 끼워 팔 수 있어서다. 매입하는 입장에서는 위험요소일 수도 있는데.


“특별히 위험을 헷지하지는 않는다. 그저 실사를 깊고 철저하게 하는 편이다. 풀 안에 1만 개의 채권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 모두를 하나하나 평가한다. 채무자와의 법적 관계, 담보물의 평가 가격, 상환 가능한 시점 등을 세밀하게 분석한다. 내부에서 정리한 엑셀 파일을 보면 개별 물건에 대한 평가 항목이 한 줄 한 줄 빼곡히 적혀 있다. 이 모든 걸 종합적으로 판단해 자산을 매입한다. 채권 감정도 중요하지만, 인수 후 관리작업도 중요하다.”



기업을 인수하는 PE 부문에서도 관리작업이 강조될 것 같은데. 어떻게 관리하나.


“COAC(Cerberus Operations and Advisory Company)라는 별도의 글로벌 운영 팀이 있다. 140여 명의 경영 전문가와 각 기업에서 채용한 팀원으로 구성했다. 생산·공급망·전산·인사·재무 등 여러 사업 부문의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인수한 기업의 이사회 구성원이나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경영을 지원하고 문제점을 개선한다. 이렇게 경영에 깊게 참여해서 회사를 정상화하는 데 집중한다.”



부실자산이나 기업을 인수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뭔가.


“하방 안정성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투자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를 최우선적으로 본다. 정상화 과정에서 우리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지를 살핀다. 우리 역량으로 관리가 가능할 때에만 거래한다는 얘기다. PE 부문도 비슷하다. 보통 PE는 산업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부분에 기대지 않는다. 특정 산업의 성장은 우리의 통제 밖이다. 그것과 상관 없이 우리가 세울 계획과 개선 방안이 실행됐을 때 적정 수익이 나온다는 계산이 나오면 투자를 결정한다.”

-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ECB 자산종합평가(AQR): 유럽중앙은행(ECB)이 진행 중인 유럽 은행 자산 종합 평가의 3단계 가운데 두 번째 단계. 경기와 금융시장 상황을 반영해 필요한 자본 비율을 산정해 각 은행에 적정 자기자본비율을 요구한다.



바젤Ⅲ: 국제결제은행(BIS)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한 국제은행자본규제 기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금융회사의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 보통주 자본비율 4.5% 이상, 기본자본비율은 6% 이상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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