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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등급 판정 기준 바꾸는 백종호 축산물품질평가원장] 마블링이 절대기준은 아니죠

[쇠고기 등급 판정 기준 바꾸는 백종호 축산물품질평가원장] 마블링이 절대기준은 아니죠

취임 한 달을 맞은 백종호 축산물품질평가원장은 “소비자의 등급 편향을 불러왔던 서열식 쇠고기 등급 명칭을 수평적이고 육질 특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명칭으로 변경하겠다”고 말했다.
품질 좋은 쇠고기와 아닌 쇠고기를 가르는 기준은 20년 넘게 ‘마블링(근내 지방)’이었다. 붉은 근육 사이 눈처럼 내려앉은 마블링이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최하 3등급부터 최고 1++등급까지 순위가 매겨졌다. ‘1++등급 한우’하면 고급·고가 쇠고기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이 등급을 매기는 기관이 축산물 품질평가원이다. 축산물 품질평가원은 1989년 세워진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기관이다. 쇠고기·닭고기·돼지고기에서 시작해 계란까지 각종 축산물의 등급을 매기고 유통 실태를 광범위하게 조사하는 업무를 한다.

올해 3월 4일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새 원장을 맞았다. 제10대 백종호(56) 원장이다. 백 원장은 취임하자마자 어려운 숙제를 맡았다. 2014년부터 정부와 축산물품질평가원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쇠고기 등급 판정 기준 개편이다. 쇠고기 등급 판정 기준은 1993년 제정 이후 20여년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쇠고기 등급 판정 기준 발전 방안’을 마련할 자체 태스크포스(TF)팀을 지난해 11월 가동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TF팀을 중심으로 2014년 12월 출범한 전문가 협의회와 함께 개편 초안을 만드는 작업을 한창 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백 원장을 4월 12일 만났다. 백 원장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쇠고기 지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마블링을 늘리기 위한 곡물 사료 때문에 축산 농가의 경영비도 상승 중”이라며 쇠고기 등급제 개편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1~3등급과 1+등급, 1++등급으로 구성된 현행 등급 명칭을 어떻게 바꿀지, 언제부터 시행할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백 원장의 ‘난해한 매듭 풀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란 얘기다. 그는 “그동안 소비자의 등급 편향을 불러왔던 서열식 등급명을 수평적이고 육질 특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명칭으로 변경해 소비 합리화를 이끌어 내겠다”며 “대국민 공모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취임 한 달여가 지났다.


“아직은 취임 초기이기 때문에 바로 세부 계획을 세우거나 섣부른 행동에 나서기보다는 기관 안팎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들으려 하고 있다. 현안 업무와 현장 상황을 파악하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10개 지원을 방문했다. 사안의 경중을 가려 하나씩 해결해 나갈 계획이다. 첫 단추가 바로 쇠고기 등급 판정 기준의 보완이다.”



현행 쇠고기 등급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소비자의 욕구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처음 쇠고기 등급 판정을 시작했을 때 소비자는 더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한 쇠고기를 원했다. 그런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등급 기준이 설정됐다. 그러나 소득이 증가하고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소비자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있다. 지금 소비자는 부드러움보다 쇠고기 고유의 맛을 찾고 있고 친환경·동물복지·무항생제 등 다양한 정보도 원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소비자의 기호에 등급 기준도 맞춰가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있었기에 등급 기준의 보완이 논의됐다. 현재까지의 등급 판정 기준은 근내 지방도가 중심이 돼 쇠고기에 대한 획일화된 인식을 확산했다는 점에서 보완의 필요성이 충분했다. 더불어 서열식 등급 명칭으로 인한 소비의 쏠림이 심해졌기 때문에 앞으로 장기적인 보완 작업을 통해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6월에 나올 개편 방향은.


“우선 근내 지방도 항목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낮추기 위해 조직감 항목을 더욱 세분화할 예정이다. 육색·지방색·성숙도 항목에도 등급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기존에 근내 지방도에 편중되는 문제점을 고치기로 했다. 이로써 종합적인 육질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또 근내 지방에 대해서도 양적 평가에서 벗어나 지방 입자의 균일성과 분포 정도를 추가로 평가할 계획이다. 시각적 상품성은 물론 소비자 선호 변화에도 맞게 쇠고기 품질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쇠고기 등급 판정 기준에서 평가하지 않는 보증·인증 등의 품질 요인도 등급 정보와 함께 제공해 소비자 편익과 만족도를 높이겠다.”



‘마블링' 중심으로 오랜 기간 소 품종을 개량하고 키워낸 축산 농가의 반발이 벌써부터 크다.


“그 문제 때문에 장기적인 보완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소비자와 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생산 농가와 축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면밀한 검토가 중요하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선 생산·소비·학계·정부 관계자가 참여하는 전문가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 협의회를 통해 생산 농가와 소비자의 의견 등을 절충하며 양측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도출된 기준을 축산 현장에 시범 적용하고, 추가로 보완한 등급 판정 기준을 통한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축산 농가가 달라진 기준에 적응하기까지 최소 10년이 걸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지금도 섬세한 지방을 만들어내는 축산 농가가 있다. 현장 조사 결과 횡성 한우도 일본에 뒤쳐지지 않는 섬세한 지방을 자랑한다. 관리를 중점적으로 잘 한다면 10년은 안 걸릴 거라 생각한다. (개편안 발표 후) 3~4년 정도면 될(시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쇠고기 등급 판정 개편 외에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중점 추진 과제는.


“축산업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농림축산업 생산액 가운데 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도 커졌다. 동시에 국내산 축산물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 시장 개방 여건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축산물 등급제와 이력제, 유통 정보 조사·연구 등을 맡은 기관으로서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역할과 의무는 커지고 있다. 이런 변화에 맞춰 사업 체계를 개편해 기관의 가치를 높이려고 한다. 축산물 이력제 사업의 경우 고유의 목적을 유지하면서 축산물 이력 정보의 통계적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내실화 하겠다. 또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맡은 정책 지원 업무 가운데 유통 분야는 아직 개척의 여지가 많은 부분이다. 축산물 유통 분야에 기관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기관 전문성과 누적된 축산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보유하고 있는 생산·도축·유통·소비 정보를 국민은 물론 타 기관과 공유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

-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백종호 - 1960년 1월 경북 고령군에서 태어났다. 달성고와 경북대를 졸업했고 1984년 기술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에 발을 디뎠다. 농림부(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농정국·유통국·식량국 등을 거쳐 소득안정추진단장을 지냈다. 농산물품질관리원장과 산림교육원장을 역임했고 올해 3월 축산물품질평가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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