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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의 ‘한국 경제 구하기’(6)] 해외 투자로 국부 늘리자

[김영익의 ‘한국 경제 구하기’(6)] 해외 투자로 국부 늘리자

구조조정은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 거의 모든 산업에 해당된다. 여기서 살아남는 기업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전망이다. 구조조정이 한창인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우리나라 해운업과 조선업 등 주요 산업에서 구조조정 이야기가 언론에 자주 나온다. 구조조정은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 거의 모든 산업에 해당된다.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산업에서 초과 공급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살아남는 기업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전망이다.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사업 분야에 집중 투자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기회다. 또한 연간 1000억 달러가 넘는 경상수지 흑자를 해외 유망 기업이나 증권에 투자에 국부를 늘릴 시기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진국들이 재정 및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면서 경기를 부양했다. 이에 따라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면서 세계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됐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9년 세계 경제는 마이너스(-) 0.4% 성장했지만, 2010~15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이 3.7%로 과거 평균(1994~2008년 3.8%)에 거의 접근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동안 경기 회복을 주도했던 미국 경제를 중심으로 다시 위축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경제마저 위축될 조짐
문제는 이제 수요 측면에서 경기를 부양할 정책 수단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이미 선진국 정부는 부실해졌고, 정책금리는 더 이상 내릴 수 없는 제로 금리 수준이다. 결국 공급 측면에서 뼈아픈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난 다음에야 세계 경제는 새로운 성장을 모색할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가계의 과소비와 기업의 과잉 투자였다. 위기가 시작되자, 이들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하면서 소비와 투자를 줄였다. 그래서 2009년에는 선진국 경제가 마이너스(-) 3.5% 성장하면서 세계 경제가 침체(-0.4%)에 빠졌다. 이에 따라 우선 정부가 나서 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줄여 경기를 부양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가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에 63%였으나, 2013년에는 100%(2016년 1분기 106%)를 훌쩍 넘어섰다.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선진국도 정부 지출을 크게 늘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정부 부채도 사상 처음으로 110%(2013년 평균)를 초과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더 적극적이었다. 이미 일본이 제로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연방기금 금리를 금융위기 전의 5.25%에서 0.00~0.25%로 재빨리 인하했고, 뒤따라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렸다(미국이 지난해 12월 정책금리를 0.25~0.50%로 인상했지만, 각국의 중앙은행은 저금리 정책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도 5.0%에서 1.25%로 낮아졌다.

이와 더불어 이른바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돈을 대규모로 찍어냈다. 2008년 한 해에 미국이 본원통화를 99%나 증가시켰는데, 이는 최근 경제사에서 볼 수 없는 일이다. 2013년부터는 일본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2%’라는 정책 목표를 내세우고 디플레이션을 탈피하기 위해 거의 무한정 돈을 찍어내고 있다. 일본의 본원통화가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46%와 37%씩 증가했으며, 2015년에도 25%나 늘었다. 이와 더불어 유럽중앙은행(ECB)도 ‘돈 풀기 경쟁’에 끼어들었다. ECB는 2015년 3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매월 600억 유로씩 1조1400억 유로를 풀 계획이다. 지난해 말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유로존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돈을 더 공급해야 한다고 언급한 후, 올해 4월부터는 매월 통화공급 규모를 600억 유로에서 800억 유로로 확대했다.

이런 적극적 재정 및 통화 정책으로 주가와 집값 등 자산 가격이 상승하고 소비가 증가하면서 세계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됐다. 2010년 세계 경제가 5.2% 성장했으며, 그 이후에도 과거 평균에 근접하는 3%대 중반 성장을 하고 있다. 선진국 중에서는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가장 빨리 진행되었는데, 2016년 1분기 미국 GDP가 금융위기 발생 직전이었던 2008년 2분기보다 10%포인트 성장했다. 같은 기간 일본과 유로존 경제가 1%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미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되었다. 그러나 미국 경제마저도 아직 디플레이션 압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 의회 추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재 미국의 실제 GDP가 잠재 GDP보다 2.1% 낮다. 2009년의 7%에 비하면 많이 줄었지만, 미국 경제가 그만큼 능력 이하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미국 경제에서 공급이 수요를 2% 정도 초과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미국보다 회복 속도가 느린 일본이나 유로존 경제에 디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하는 것은 더 이상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선진국 정부부채, GDP의 100% 넘어
그러나 2015년 하반기 이후 재정 및 통화 정책 효과가 사라지면서 경기가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1월에는 한국 수출이 전년 동월에 비해 19.1%나 줄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2009년 8월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인데, 한국의 수출 감소는 그만큼 세계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우선 한국 수출 중 26%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경제성장률이 10%대에서 이제 7%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대중 수출 증가율이 2014년부터 감소세로 전환되었고, 2015년 이후 감소폭이 확대(-5.6%)되고 있다. 다음으로 수출 비중(13%)이 큰 미국 경제가 2015년 하반기 들어 제조업 중심으로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상반기까지 증가했던 한국의 대미 수출이 2015년 8월 이후에는 줄어들기 시작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4.1% 감소했다. 일본이나 유로존 지역으로의 한국 수출 감소폭은 훨씬 더 크다.

문제는 더 이상 수요를 부양할 정책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지난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출을 늘린 결과, 선진국 정부부채가 GDP의 100%를 넘을 정도로 정부가 부실해졌다. 정책 금리는 제로 수준으로 내려놓았기 때문에 더 이상 인하할 여지도 없다.

그래서 우선 고려되는 정책이 또 다른 양적완화일 것이다. 미국마저도 올해 금리를 인상하지 못하고, 2014년 10월에 중단했던 양적완화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일본과 유럽 중앙은행은 돈을 더 풀 것이다. 특히 일본은 ‘헬리콥터 머니’까지 동원하면서 통화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소비와 투자가 더 이상 크게 증가할 가능성은 작다. 민간 부문의 디레버리징 과정이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이 돈을 푼다는 것은 내수 부양뿐만 아니라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디플레이션을 국외로 수출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신흥시장도 공급 과잉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러시아와 브라질 경제는 2015년에 이어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의 공급 과잉 문제는 심각하다. 2009년 선진국이 금융위기를 겪을 때도 중국 경제가 투자 중심으로 9~10% 성장하면서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중국의 거의 모든 산업이 공급 과잉 상태에 있다. 중국 기업의 이익이 줄면서 기업이 부실해지고 있다. 중국 기업의 자금 조달 중 85% 정도가 간접금융(기업이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림)이기 때문에 기업 부실은 결국 은행 부실로 이어져 중국 경제도 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위기를 겪을 수 있다.
 중국의 과잉 투자 후유증 클 수도
신흥시장은 아직 정부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재정 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선진국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재정을 거의 소진했다. 금리도 더 이상 내릴 수 없다. 양적완화 효과가 이제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앞으로 경기 침체가 오면 수요 측면에서 경기를 부양할 수단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급을 줄여서 전 세계 경제에 존재하는 디플레이션 압력을 해소할 수밖에 없다. 공급이 준다는 것은 경쟁력 없는 기업의 시장 퇴출을 의미한다. 모든 산업은 그대로 존재하지만, 그 산업 내에서 기업 수는 갈수록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의 상장기업(금융회사 제외) 10개 중 3개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가 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줄 기업이 아니라면 시장에서 구조조정 하도록 맡겨야 할 것이다.

올해부터 공급 측면에서 구조조정이 각 나라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기업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구조조정을 당하는 기업에게는 큰 고통이겠지만, 살아남는 기업에게는 세계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이 있는 분야에 한정해서 집중 투자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해외직접투자(FDI)나 증권투자를 통해 우리 국부를 늘려야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1059억 달러에 이르는 경상수지 흑자를 냈고, 앞으로도 몇 년 동안 1000억 달러 안팎의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또 한국은행의 자금순환에 따르면 우리 기업은 올해 1분기 말 현재 508조원에 해당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해외의 좋은 기업을 비교적 싸게 살 수 있다. 또한 구조조정 시기에 세계 주요국의 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할 것이다. 특히 2008년 이후 제로 금리 유지와 양적완화로 선진국 주가에 거품이 발생했는데, 기업의 구조조정과 함께 주가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돈을 해외 금융자산 투자에 잘 활용해 국부를 늘려야 할 것이다. 특히 그 기회가 머지 않아 과잉 투자로 후유증을 겪는 중국에서 올 전망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5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전기차 1위 업체인 중국의 BYD 지분 4%를 매입하는 등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는 우리 기업이나 국가경제가 나가야 할 방향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국민연금이 최근 5년(2011~15년) 동안 국내 주식투자에서 연평균 0.5% 손해를 보았으나, 해외 주식투자에서는 7.6%의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것도 마찬가지이다.

김영익 -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대신증권·하나대투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했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을 거쳤다. 2010년 한국창의투자자문 리서치대표로 자리를 옮겨 ‘랩 어카운트’ 투자 열풍을 일으켰다. [3년 후 미래] [이기는 기업과 함께 가라] [컴퓨터를 활용한 경제 분석 길잡이] [프로로 산다는 것]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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