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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즈메이니아 타이거의 비밀 풀렸다

태즈메이니아 타이거의 비밀 풀렸다

80년 전 멸종됐지만 보관된 뇌의 MRI 스캔으로 생물학적 특성과 행동에 관한 단서들 찾아내
태즈메이니아 타이거는 울창한 수풀 등 시야를 가리는 다양한 지형에서 먹잇감을 사냥할 수 있도록 후각이 고도로 발달했다.
최근 과학자들은 태즈메이니아 타이거의 뇌를 처음으로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태즈메이니아 타이거는 80년 전 멸종한 사나운 육식동물로 한때 호주 동남부에 위치한 태즈메이니아 섬의 동물왕국을 지배했다. 그러나 19세기 들어 서구인들이 이 섬에 상륙해 양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태즈메이니아 타이거의 개체수는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양을 잡아먹는 이 동물을 주민들이 닥치는 대로 사냥하자 곧 씨가 말랐다. 이렇게 비운의 태즈메이니아 타이거는 지구상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췄고 마지막 남았던 한 마리가 1937년 죽으면서 태즈메이니아 타이거는 공식적으로 멸종 리스트에 올랐다. 그와 함께 태즈메이니아 타이거의 비밀도 잊혀졌다.

유대목(캥거루나 주머니쥐처럼 육아낭에 새끼를 넣어 다니는 동물)에 속하며 먹이사슬 정점에 있던 포식동물 태즈메니아 타이거는 다리가 길고 잘 빠진 몸매와 긴 주둥이, 날카로운 이를 가졌으며 허리에 호랑이같은 줄무늬가 있어 ‘타이거’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는 호랑이와는 관련 없고 개나 늑대, 코요테와 비슷하다(그 때문에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로도 불렸다). 하지만 사실은 진화 단계에서 1억5000만 년 이전에 개와 분리됐다. 따라서 태즈메이니아 타이거와 개는 수렴진화(계통이 다른 생물이 외견상 서로 닮아가는 현상)의 전형적인 예로 잘 알려졌다. 수렴진화는 그들이 적응한 환경이 비슷하고 생태적인 역할이 유사한 관계로 발생한다.

몇 년 전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있는 에모리대학의 신경과학자 그레고리 번스 교수는 우연히 태즈메이니아 타이거의 사진을 입수했다. 개를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안에 들어가도록 훈련한 것으로 유명한 그는 태즈메이니아 타이거가 개와 아주 비슷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렇다면 그 동물의 뇌도 개와 비슷할까? 그는 그 의문을 풀기 위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의 신경해 부학자 켄 애슈웰 교수와 함께 태즈메이니아 타이거의 뇌를 스캔할 방법을 모색했다.

마침내 그들은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1세기 이상 방부 처리돼 보존된 태즈메이니아 타이거의 뇌를 찾아냈다. 다른 나라에 보관된 태즈메이니아 타이거의 뇌도 3개 정도 더 있지만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표본이 보존 상태가 가장 좋았다. 그들은 그 외 부분적으로 손상된 다른 표본 하나에서도 중요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번스와 애슈웰 교수는 그 표본들을 MRI 장치에 넣어 스캔했다. 방부 처리된 태즈메이니아 타이거의 뇌는 오랜 세월 보존되면서 원래 크기의 3분의 1로 줄어들었지만 놀랍게도 내부 구조는 거의 손상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들은 그 뇌를 스캔한 영상에서 태즈메이니아 타이거의 생물학적 특성과 행동에 관한 많은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연구 내용은 지난 1월 18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원에 소개됐다.그렇다면 태즈메이니아 타이거의 뇌는 개의 뇌와 얼마나 유사할까? 분석 결과는 아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태즈메이니아 타이거는 후각신경구가 더 컸다. 이 동물에겐 후각이 아주 중요했다는 뜻이다. 태즈메이니아 섬의 울창한 수풀 등 시야를 가리는 다양한 지형에서 먹잇감을 사냥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다.

번스와 애슈웰 교수는 태즈메이니아 타이거의 뇌를 가장 가까운 친척인 태즈메이니아 데블의 뇌와도 비교했다. 태즈메이니아데블은 멸종 위기에 처한 포식동물로 주로 죽은 동물의 썩어가는 고기를 먹는 청소부 역할을 한다. 두 동물의 뇌를 비교한 결과 태즈메이니아 타이거의 뇌가 더 컸다. 청소부 역할보다 더 높은 지능을 요구하는 매복 포식동물이었다는 증거다. 죽은 동물을 찾아 헤매는 태즈메이니아 데블과 달리 열정적인 사냥꾼이었다는 얘기다. 아울러 태즈메이니아 타이거의 뇌는 구획화된 상태였다. 뇌가 커지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모든 신경세포가 서로 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공간이 없어 뇌의 각 부위가 특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특화됐다는 뜻이다. 한 세기 전 사람들은 태즈메이니아 타이거를 봤을 때 움직임이 느리다며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뇌를 분석한 결과는 그들이 상당히 똑똑했다는 점을 말해준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대학(데이비스 캠퍼스)의 리 크러비처 교수는 번스·애슈웰 교수의 연구를 “영웅적”이라고 평가했다. 뇌의 진화와 변형에 관한 과학적 지식을 넓히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특히 뇌에 관한 데이터의 대부분이 쥐나 생쥐, 짧은 꼬리 원숭이, 흰담비 등 좁은 부분집합 표본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번스 교수는 ‘뇌 방주’라고 이름 붙인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가능한 한 많은 동물의 뇌를 스캔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까지 그와 동료들은 돌고래와 바다코끼리, 해우의 뇌를 스캔했다. 또 다른 곳에서 스캔한 코요테의 뇌 영상도 수집했다. 번스 교수는 “전 세계의 연구자들에게 우리 프로젝트를 널리 알려 최대한 많은 동물의 뇌 스캔 영상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더글라스 메인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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