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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샤 윤 피치앤릴리 CEO

알리샤 윤 피치앤릴리 CEO

“왜 K뷰티를 중국에서만 찾나요? 미국이라는 넓은 시장이 있는데…. 미국에서도 한국 화장품 잘 팔려요.” 알리샤 윤의 말이다.
‘피치앤릴리’ 알리샤 윤 대표는 “중국에선 한류 덕에 한국 화장품이 인기지만 미국에선 품질이 좋아 인기” 라고 말한다.
알리샤 윤(Alicia Yoonㆍ35)은 K뷰티를 소개하는 온라인몰 피치앤릴리(Peach and Lily.com) 창립자다. 품질이 우수한 한국 중소업체의 화장품들을 엄선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 윤 대표는 “2012년 창업하기 전까지 미국에서 한국 화장품은 라네즈·설화수 정도가 다였는데 당시 한스킨 비비크림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피치앤릴리가 ‘K뷰티’를 앞세워 본격적으로 한국 화장품을 소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윤 대표가 K뷰티의 효시인 셈이다.

윤 대표는 피치앤릴리를 바탕으로 오프라인 화장품 편집숍을 열었다. 2015년엔 미국 내 800여 개 점포가 있는 메이시스 백화점에 입점했다. 윤 대표는 “K뷰티 업체로는 최초로 메이시스 백화점 뉴욕점에 1호 단독 매장을 냈는데, 당시 미국의 여러 언론 매체에 날 만큼 큰 뉴스였다”고 했다. 2016년엔 QVC(미국 최대 홈쇼핑 채널)에서 달팽이크림, 눈가용 마스크팩 등을 소개하는 ‘아시안 뷰티쇼’까지 열었다. 그는 보그·엘르와 함께 영향력 있는 패션 매체로 꼽히는 패션·뷰티 전문 일간지 WWD가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여성 50인’으로 선정됐다.

피치앤릴리는 창업 이후 매년 세 배씩 성장하고 있다. 그는 “특별 행사를 하는 날이면 매장별 하루 매출이 1억원 정도 되고 웹사이트에선 하루 2억5000만원 정도 팔리기도 한다”며 “샘플 제품을 싸게 파는 행사를 했는데 매장 앞에서 2시간을 기다려야 할 만큼 사람이 몰려 경찰이 동원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하루 매출만 2억5000만원
이런 성장세의 바탕엔 한국 화장품의 뛰어난 품질이 있다. 윤 대표는 “한국 화장품의 성능은 단연 세계 최고”라고 말했다. 그는 “샤넬·에스티로더 등 유럽 유명 브랜드 화장품 중에는 한국 제조업자가 개발생산(ODM)한 제품에 브랜드만 입힌 것도 있다”며 “마케팅이 부족할 뿐 화장품 종주국으로 불리는 유럽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제품의 다양성도 강점으로 꼽았다. “석고팩·쿠션파우더·달팽이크림 등 미국인은 처음 접하는 제품이 많아 신기해하고 관심을 갖는다”며 “세계적으로 한국처럼 화장품 종류가 많은 나라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 화장품 기술이 발달한 이유로 윤 대표는 ‘한국 여성의 깐깐함’을 꼽았다. “한국 여성들은 개개인이 거의 전문가 수준일 정도로 화장품에 대해 많이 알고, 원하는 수준도 높다. 성능은 물론 가성비·향·케이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야 지갑을 연다. 생산자 입장에선 이들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기술 혁신을 해야 한다.”

미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MBA)인 윤 대표는 창업 전 골드만삭스·액센추어·보스턴컨설팅을 거쳤다. 그래서일까. 그는 공부하듯 제품을 분석한다. 100개 제품을 시험·평가하면 최종 선정 제품이 5개 미만인 것도 이 때문이다. 피부 타입별·인종별·나이별로 소비자 패널을 정해 해당 화장품 샘플을 발송하고 설문조사(향·발림성·케이스 등) 결과를 분석해 모든 항목이 8.5점(10점 만점)이 넘어야 판매를 결정한다. 이렇게 선정된 제품을 분석해 주요 판매 대상을 정하고 이들에게 어떻게 접근할지 계획을 수립해 마케팅과 광고를 한다.

중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문제로 까다로워진 세관 검사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화장품이 늘고 있지만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윤 대표의 생각이다. 윤 대표는 K뷰티가 세계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미국이 좋은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직까지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있는 것도 이유로 꼽았다. 윤 대표는 “워낙 땅이 넓은 나라라 교외엔 아직도 로션 하나만 바르는 여성이 수두룩하고 미국만큼 다양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나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 K뷰티에 기대지 말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은 한류를 등에 업고 인기를 끌고 있지만 미국에선 제품이 좋아 관심을 끌고 있다. 예컨대 ‘니베아’를 살 때 독일 화장품이라서 사는 게 아니다. 니베아라서 사는 것이다. 지금은 K뷰티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트렌드일 뿐 4~5년 후에는 사라질 수 있다. 남는 것은 브랜드다. 때문에 브랜드 인지도를 키워야 한다.”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미국에 정식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아모레퍼시픽이 2003년 9월 뉴욕 소호(SOHO) 거리에 ‘아모레퍼시픽’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이어 2005년 LG생활건강이 뉴욕에 ‘더페이스샵’ 매장을, 2010년 아모레퍼시픽이 ‘설화수’ 매장을 열었다. 2012년엔 네이처리퍼블릭이 하와이에 브랜드 매장 1호점을 선보였다. 토니모리는 2014년 버지니아주 애난데일에 첫 매장을 열었다. 이 외에도 라네즈·닥터자르트· 빌리프 등이 화장품 편집숍인 세포라(Sephora)와 대형마트인 타깃(Target) 등에서 팔리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 백화점에 단독 매장을 연 한국 화장품 브랜드는 설화수(2010년 버그도프굿먼), 아모레퍼시픽(2015년 블루밍데일) 정도다.
 한국 화장품의 브랜드 인지도 키워야
피치앤릴리 편집숍 매장에서 판매하는 한국 화장품.
여기에 지난 3월, 피치앤릴리가 드디어 타깃에 입점했다. 타깃은 미국의 가장 대표적이고 대중적인 유통 마켓이다. 피치앤릴리는 미국 전역에 소재한 약 2000여 개의 타깃 스토어 중 K뷰티가 적합한 프리미엄 스토어, 830곳에 입점한다.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뿐 아니라 소도시의 작은 마을에서도 K뷰티를 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윤 대표는 타깃에서 선보일 제품들도 확정했다. Mizon 올인원 달팽이 크림, Caolion 블랙헤드&포어 오리지널 팩, Lagom 젤 투 워터 클렌저와 모이스처 크림, 24/7 터치 업 스킨-퍼펙팅 크림과 허니 튜얼 립 트리트먼트 오일 & 컬러 틴트 밤, Ariul 7 데이즈 마스크 세트 등이다. 클리닉에서 받는 트리트먼트를 집에서도 할 수 있는 홈 스파 케어 시스템도 홍보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온라인몰 피치앤릴리로 창업해 세포라, QVC, 메이시스 백화점과 타깃 입점까지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가고 있다.

- 최현주 기자 choi.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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