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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보다 가상화폐

신용카드보다 가상화폐

식료품, 비디오 게임, 전자제품뿐 아니라 항공·호텔 예약까지 비트코인으로 한다
비트코인·이더, 대안 화폐 그리고 최초코인공모(ICO) 가상화폐들의 가치가 세계적으로 급등하면서 디지털 화폐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가상화폐를 주로 투자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가상화폐로 현금과 똑같이 각종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코인맵(비트코인 사용처를 보여주는 지도)은 주얼리 용품 체인 리즈 주얼리샵부터 미국 프로농구(NBA) 새크라멘토 킹스 경기 입장권까지 비트코인을 받는 업체들의 세계 지도를 제공한다. 요즘엔 수제 벌꿀, 비디오 게임, 델 컴퓨터 제품까지 비트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쇼핑객은 이더나 대시 등 최근에 생긴 가상화폐들로도 일상용품을 산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셰이프쉬프트(ShapeShift)의 에릭 부어히스 CEO는 “우리는 대표적인 30~40개 가상화폐를 거의 모두 지원한다”며 “그 자산은 약 50종에 달한다”고 IB타임스에 말했다. 셰이프쉬프트는 비트코인 장터 퍼스(Purse), 가상화폐 지갑 솔루션 코인페이먼츠와 업무 제휴를 맺었다. 가상화폐 친화적인 판매자가 대부분 비트코인을 선호하기 때문에 셰이프쉬프트는 대시·모네로 같은 대안 화폐를 비트코인으로 교환해준다. 쇼핑객이 퍼스를 통해 아마존에서 디지털 화폐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

부어히스 CEO는 부인과 함께 종종 아마존에 들어가 비트코인으로 가정용품을 구입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치프에어(CheapAir) 항공권 구입과 익스피디아(온라인 여행사) 호텔 예약에도 가상화폐를 많이 사용했다. 그는 “음식 빼고 사실상 내가 필요로 하는 거의 전부를 가상화폐로 구입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과 이더 가치가 상승하면서 유동성이 크게 떨어졌다. 그런데도 디지털 자산으로 쇼핑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많아졌다고 부어히스 CEO는 말했다. “가상화폐 가격이 반등할 때마다 사람들이 지출을 더 많이 한다. 2011년 내가 이 일을 시작한 뒤로 항상 그랬다. 이 같은 거품을 3~4회 경험했다. 실제로 가격이 상승할 때 사람들의 지출이 더 크게 늘었다. 사람들이 더 부유해졌기 때문이다. 재산이 불어나면 사람들의 씀씀이가 더 커진다.”

비트코인 쇼핑이 항상 매끄럽게 이뤄지지는 않는다. 인터넷에선 비트코인 열성 팬들이 익스피디아 같은 업체와 거래하면서 겪은 황당한 경험담들이 넘쳐난다. 많은 판매자는 익스피디아 사례에서 코인베이스(비트코인 거래소)처럼 제3자를 통해 가상화폐를 받는다. 따라서 문제가 생길 때 기업의 고객 서비스 담당자가 비트코인을 어떻게 환불하는지 또는 얽힌 실타래를 어떻게 풀지 모를 경우가 많다. 가상화폐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라프는 익스피디아와 코인베이스의 제휴관계가 공식적으로 유효하지만 익스피디아의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가 더는 매끄럽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비트코인 붐이 시작된 뒤로 코인베이스에 기술적인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 뉴스 사이트 레딧에 실망한 이용자가 지적했듯이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받기 시작할 때는 언론의 관심을 끌지만 종종 아무 발표도 없이 조용히 그 결제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한다. 올해 초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 중단을 발표한 재능 플랫폼 피버(Fiverr)는 예외다. 그러나 뉴햄프셔주의 바도 팜(Bardo Farm)처럼 비트코인 직접 결제방식을 선택하는 사업체가 늘어난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일본에선 피치가 비트코인 결제를 받는 첫 항공사가 됐다고 보도했다.

코인베이스 거래소 GDAX의 애덤 화이트 본부장은 비트코인을 이용한 쇼핑은 회의론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고 IB타임스에 말했다. “쇼핑을 마치고 대금을 지불할 때 익스피디아나 오버스톡(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제 옵션을 보게 된다. ‘결제는 신용카드·페이팔 또는 비트코인 중 무엇을 선택하겠습니까?’ 그것은 판매자가 채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결제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코인베이스는 오버스톡과 결제 플랫폼 스트라이프 같은 사이트에서의 비트코인 쇼핑을 지원한다. 스트라이프는 타겟(유통업체)·리프트(승차공유)·걸스카우트와 제휴를 맺고 있다. 그렇다고 걸스카우트 쿠키를 살 때 자동으로 비트코인 결제가 되는 건 아니다. 스트라이프의 판매자들이 비트코인 결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버스톡에선 디자이너 백부터 구두까지 거의 모든 상품이 비트코인으로 살 수 있지만 서비스 참여 여부는 여전히 개별적인 판매자들에 달렸다. 비트코인 쇼핑이 주류로 올라서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비트코인 결제를 받으면서도 그것을 광고하지 않는 제휴 판매자도 있다. 가상화폐로 타겟 기프트카드를 구입하는 편법을 쓰는 비트코인 쇼핑객도 있다.

판매자들이 스트라이프를 통해 참여할 경우 코인베이스는 쇼핑 고객의 비트코인을 받아 판매자에게 미국 달러로 지급한다. IT 업계 이외의 일부 사업체는 예측 불허의 가상화폐 시장을 여전히 경계한다.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비트코인 거품’을 가리켜 변동성 적은 닷컴 붐과 같다고 보도했다. 반면 그에 동의하지 않는 비트코인 지지자들도 많다.

부어히스 CEO는 “난 은행이나 법정통화보다 가상화폐를 훨씬 더 신뢰하는데 그것은 내가 실제로 통제할 수 있고 통화 공급이 모두 공개돼 투명하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온라인 쇼핑이 훨씬 더 쉽고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용자가 쇼핑 사이트에 개인정보를 입력할 필요 없이 스마트폰으로 QR 코드를 스캔하고 자신의 디지털 지갑에 자동으로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 정보가 항상 해킹당해 사람들이 개인정보 도용 문제를 겪는다”고 부어히스 CEO는 덧붙였다.

요즘에는 온라인 쇼핑몰 엣시에서도 비트코인을 받는 매장이 수백 개에 달한다. 화이트 본부장은 비트코인 쇼핑이 샌프란시스코의 자기 단골 라면집 같은 소규모 가족매장에 가장 큰 혜택을 준다고 말했다. 화이트 본부장은 “소규모 영세 상인들에게 특히 큰 부담을 주는 카드 처리 수수료나 사기가 없다”며 “영세 상인들은 협상 카드도 대규모 사기예방팀도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쇼핑할 때 비트코인을 이용하면 일반 쇼핑보다 더 시간이 단축된다. 몇 분이 아니라 불과 몇 초만에 거래를 끝낼 수 있다. 특히 블록체인 스타트업 셰이프쉬프트에는 계정조차 없다. 등록과정이 없어 이용자들이 일종의 자판기 사용하듯 가상화폐를 바꿀 수 있다. 부어히스 CEO는 “보유 화폐(가령 비트코인), 그리고 원하는 화폐(가령 이더리움)를 말하면 그만”이라며 “한 종류를 넣으면 다른 화폐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과거 비트코인은 디지털 실크 로드(암시장 웹사이트)의 마약 같은 암시장 구매와 관련됐다. 요즘엔 스펜드비트코인스(SpendBitcoins) 같은 웹사이트에서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수천 개 사업체의 종합 목록을 제공한다. 비트기브(BitGive) 같은 업체는 비트코인 비영리 기부 사업을 전문으로 한다. 블록체인을 이용해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가상화폐를 사용하기가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 리 쿠엔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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