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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이스라엘의 핀테크 커넥션

인도와 이스라엘의 핀테크 커넥션

경제 인프라 현대화하는 인도와 해외시장 진출 모색하는 이스라엘 업체의 상생 노하우는?
지난 7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인도 지도자 최초로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이스라엘 청년들은 인도 배낭여행을 이웃집 마실 가듯 한다. 히브리어 사용자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인도 루트가 ‘후무스 길(Hummus Trail, 후무스는 중동지역 전통의 병아리콩 요리)’이라고 불릴 정도다. 요즘 이스라엘인과 인도인 간의 그런 문화적 연대감이 IT 업계 특히 금융과 뱅킹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인도는 경제 인프라를 현대화하고, 수백 개의 이스라엘 핀테크 스타트업은 인구 800만 명에 불과한 이스라엘을 넘어 외국 시장 확대를 모색한다. 하늘이 맺어준 연분이다.

지난 7월 말 이스라엘 IT 전문가 수백 명이 텔아비브에서 인도 기업계 대표단을 만났다. 예루살렘 기반의 자본 크라우드펀딩(불특정 다수 대상의 자본조달) 플랫폼 아워크라우드(OurCrowd)의 존 메드베드 CEO 겸 창업자는 “동부 지역 시장에서 우리 사업이 크게 성장한다”고 IB타임스에 말했다. “과거 국방과 농업 분야 중심으로 전개되던 이스라엘과 인도 관계의 새로운 흐름을 예고한다. 지금은 다른 분야의 신기술로 확장되고 있다.”

7월 말 행사를 주최한 아워크라우드는 올여름 인도에서 4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인도 자산관리 대기업 ‘릴라이언스 프라이비트 클라이언트’, 인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레츠벤처와의 계약이 대표적이다. 아워크라우드는 인도의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로부터 25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예루살렘 이노베이션 인큐베이터(JII)’ 출범뿐 아니라 ‘예스 뱅크’가 인도에서 신설한 핀테크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아워크라우드는 현재 2만 명 이상의 투자자로부터 4억5000만 달러 이상을 유치했으며 앞으로 수년간 새 계약 중 3분의 1 정도는 아시아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메드베드 CEO는 말했다. 그는 인도 핀테크 시장을 노크하는 수많은 이스라엘 사업가 중 한 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13억 인도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인도 핀테크 스타트업은 72개, 이스라엘 스타트업은 약 500개라고 텔아비브 소재 핀테크 컨설팅 업체 에퀴테크의 탈 샤론 대표는 추산한다. 그는 “이스라엘-인도 커넥션은 더 긴밀하고 강해진다”며 “우리는 인도 시장과 매우 밀접하게 협력한다”고 IB타임스에 말했다.

샤론 대표는 지난 6월 뭄바이로 날아가 이스라엘 영사관에서 주최하는 핀테크 행사에 참가했다. 이스라엘 IT에 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수백 명의 인도 재계 지도자들이 모여들었다. 특히 농촌지역 뱅킹 고객을 모바일 금융 서비스에 연결하는 등의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가진 스타트업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이스라엘-인도 간 협력이 특히 생산적인 데는 다수의 문화적인 요인이 있다.

인도의 환대, 협상기술, 비즈니스 마인드가 이스라엘의 가치를 반영한다고 IB타임스에 말한 이스라엘 사업가도 적지 않았다. 텔아비브와 뉴델리의 업무 문화는 영국 런던 또는 미국 뉴욕과 크게 다르지만 텔아비브와 뉴델리 간의 문화적 격차는 크지 않다. 메드베드 CEO는 “이스라엘인은 어수선한 속성을 갖고 있다”며 “인도도 발전적인 무질서의 특징을 지닌다는 점에서 우리와 통한다”고 말했다.뭄바이에 있는 온니베이션의 사케트 아가르왈 대표 겸 창업자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은 공통된 문화적 가치를 기반으로 인도 시장과 특유의 조화를 이룬다고 IB타임스에 말했다. 두 공동체 모두 종교를 중시하고 가족에 헌신적이며 흥정에 능하다. 예컨대 이스라엘 클라우드 운영 스타트업 스포틴스트는 벌써 인도 전자상거래 기업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데이터 흐름의 최적화만으로 원가의 최대 80%까지 감축하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아가르왈 대표는 “이 같은 시나리오는 인도인의 마인드와 아주 잘 맞는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말 아워크라우드의 인도-이스라엘 행사에 인도 디지털 미디어 업계 지도자들이 모였다.
마찬가지로 종교도 업무문화와 업계 일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스라엘인은 그런 사고방식에 대처하는 법을 알고 있다. 그리고 상당히 독립적인 미국·유럽 고객과 달리 이스라엘과 인도인 모두 한 가족으로서 경제적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스라엘에선 장성한 자녀에게 자동차·집을 사주거나 적어도 구입 비용을 보태주고 대출상환을 마칠 때까지 관여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편 인도에선 성인 자녀가 부모와 함께 살면서 자녀를 함께 양육하기도 한다. 다행히 이스라엘인은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샤론 대표는 “식탁에 올려놓을 수 있는 도구, 저축을 위한 가사 관리 도구, 고객 행동 도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가족 연금 또는 가족 펀드 등 문화가 밀접하다.” 그러나 양국간 협력을 가로막는 문화적 장벽도 여전하다.

이스라엘인은 낯선 사람을 잘 믿지 못한다고 아가르왈 대표는 말했다. 따라서 이스라엘 사업가들은 제휴 파트너를 구할 때 대부분 이스라엘인의 추천을 받으려 한다. 인도는 아직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에 비용도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아가르왈 대표는 “이스라엘의 기술은 상당히 높게 평가 받는다”며 “때때로 유일한 난관은 가격”이라고 말했다.

아가르왈 대표는 고향 콜카타에서 집안의 컨설팅 사업으로 비즈니스에 첫발을 내디뎠다. 대략 10개 이스라엘 기업과 거래하던 중 직접 투자를 이끌 수도 있는데 수익성 높은 스타트업을 인도 투자자들에게 넘겨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난해 뭄바이에서 온니베이션을 설립해 지금까지 은행과 금융서비스 업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최소 5개 이상의 이스라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추진했다.

아가르왈 대표는 “인도 은행들이 매주 전화를 걸어 더 많은 기술을 소개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2년 전 처음 이스라엘을 찾아갔을 때 잭팟, 또는 금맥 같은 기업들을 발견했다. 두 달에 한 번 이스라엘에 갈 때마다 약 100개 기업을 만난다.”

인도에선 핀테크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6개월 사이 인도 각지에서 수십 건의 핀테크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정치도 핀테크 분야의 이 같은 호황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7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인도 지도자 최초로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이스라엘인은 그를 환대했으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올 후반에 인도 답방을 계획 중이다. 온라인 매체 복스는 유달리 죽이 잘 맞는 두 지도자의 관계를 국제적인 ‘브로맨스(bromance, 남성 간의 친밀한 관계)’로 평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인도 정치 지도자들은 양국 관계에 우선순위를 두고 집중 투자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다고 이스라엘-아시아 센터의 레베카 제퍼트 대표 겸 설립자가 IB타임스에 말했다. 이스라엘 신문 하레츠에 따르면 이스라엘 혁신청은 2개의 정부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해 인도와 사업제휴를 장려한다.

제퍼트 대표는 “모디 인도 총리의 이스라엘 방문 중 양국이 제시한 로드맵이 이 같은 파트너십을 활성화하고 장기적으로 협력을 강화하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IT 업종이 이런 과정에 촉매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 리 쿠엔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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