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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조크에 웃음 터뜨릴까

우리는 왜 조크에 웃음 터뜨릴까

fMRI 연구 결과 유머 반응은 뇌의 보상 회로와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나
사진 : GETTY IMAGES BANK
‘바보 삼총사’가 유치한 장난을 치며 바보 같은 행동으로 과장되게 소란을 피운다. 이 슬랩스틱 영화를 보는 관객은 모두 그런 장면이 나오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폭소를 터뜨린다. 한편 다른 영화관에선 화면에서 두 연인이 주고받는 재담에 관객이 귀를 기울이며 섹스에 빗대는 말과 아이러니를 이해하고는 낄낄대며 웃는다.

언뜻 보기엔 서로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그런데도 두 영화 모두 사람들을 웃긴다. 둘 다 코미디 오락물로 분류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 뇌에서 웃음을 촉발시킬까? 어떤 신호가 우리를 웃기는 것일까? 어떻게 우리는 기발한 재담을 알아듣고 즐길까? 이 모든 의문은 아직 정확히 풀리지 않았다. 그러나 신경과학자, 심리학자, 코미디언은 각각 우리 뇌에서 무엇이 유머를 촉발하는지에 관한 흥미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뇌 촬영 기술이 개발되기 오래 전부터 과학자는 무엇이 재미를 불러일으키며 왜 우리가 웃는지, 또 어떤 사람은 다른 이들보다 유머 감각이 뛰어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연구를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철학자는 관념적으로 웃음을 설명하려고 시도했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웃음이 실존적 고독에 대한 반응이라고 말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웃음이 억눌린 심적 에너지의 방출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그러나 문제는 실존적 고독이나 심적 에너지를 측정할 방도가 없다는 점이라고 저술가이자 신경과학자 스콧 윔스 박사가 지적했다.

유머의 측정 가능한 효과를 보여주는 웃음도 유머 그 자체의 완벽한 측정치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농담을 이해하고도 웃지 않을 수 있고, 웃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을 느끼면 우리는 가짜로 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미디를 측정할 구체적인 척도가 없는 상태에서 과학자는 가정을 바탕으로 추론할 수밖에 없었다.

윔스 박사는 저서 ‘하하!: 우리가 언제 왜 웃는지에 관한 과학적 설명(Ha!: The Science of When We Laugh and Why)’에서 이렇게 썼다. ‘우리 뇌는 상충하는 목표나 정보를 접하면 그런 상황을 바탕으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한다. 때로는 우리가 이전에 생각한 적이 없는 아이디어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즐거움을 얻기 때문에 유머가 먹혀든다. 그렇기 때문에 만사를 따분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겐 유머가 통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유머는 우리 뇌가 입력되는 정보를 처리해 결론에 이르는 방식과 관련 있다. 아주 폭넓은 과정이지만 바로 그것이 유머의 이해에 관한 많은 이론의 시발점이다.

유머가 무엇이며 무엇이 유머를 초래하는지에 관한 인기 있는 이론이 여럿 나와 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완벽하진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안다. 그 모든 이론에 맞는 단 하나의 유머도 없으며, 모두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공통된 유머도 없다. 그러나 이런 이론은 뇌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사람이 웃을 때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실제로 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과학자에게 유머를 연구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모순성 이론(incongruity theory)’은 상충되는 것이나 놀라운 것에서 유머가 나타난다는 점을 시사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모순되거나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절묘하게 연결될 때, 다시 말해 예상하는 바와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 일치하지 않을 때 재미를 느낀다는 이론이다. 조크의 첫 부분을 들을 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고 기대를 갖는다. 그러나 우리가 논리적으로 기대하는 상황이 예상치 못했던 것으로 대체될 때 우리 뇌는 틀을 바꿔 거기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 놀라움 같은 감정이 작동하면서 우리는 조크의 기본 개념(우리가 예상한 내용)과 실제 결과 사이의 모순을 경험한다. 우리는 이런 경험을 유머로 인식한다.

다른 이론은 좀 더 단순하다. 예를 들어 ‘우월성 이론(Superiority theory)’은 고대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인간은 다른 이의 불행에 웃는다’고 주장한다.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 터무니없는 태도로 행동하는 것은 자신의 무지와 연관된다. 따라서 그런 사람을 보는 모든 이가 우월감을 갖고 웃음을 터뜨린다. 그런가 하면 ‘완화 이론(relief theory)’도 있다. 긴장감 넘치는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다. 긴박한 장면에서 등장인물이 우스꽝스런 농담이나 행동으로 심리적 긴장을 완화시키는 것이 그 예다. 완화 이론에 따르면 유머는 두려움이 일으키는 불안감을 해소함으로써 심리적으로 균형을 유지하려는 ‘항상성 기제(homeostatic mechanism)’에 해당한다.

이런 이론들은 너무 단순해서 그것 만으론 유머의 복잡성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그러나 더 나은 기술이 개발되면서 과학자들은 그 이론의 어느 부분이 이치에 맞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유머는 과학자, 특히 화학과 생물학 등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좌절을 안겨주는 주제일 수 있다. 그래서 신경과학자들은 우리가 왜 뭔가를 재미있다고 생각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그들이 가장 잘하는 일에 집중했다. 뇌 속을 들여다 보는 것이다.

2001년 영국 요크대학 심리학 교수 비노드 고엘 박사는 유머 연구에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을 최초로 사용했다. 그는 대학생 자원자들이 두 종류의 조크를 듣는 동안 그들의 뇌를 촬영했다. 하나는 ‘골프를 치는 사람이 바지를 두 벌 입는 까닭은? 하나에는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다(골프의 ‘홀 인 원’을 빗댄 표현)’처럼 발음은 같지만 이중적인 의미를 갖는 재치 있는 말장난이었다. 다른 하나는 ‘엔지니어가 피임에 사용하는 것은? 정답: 성격’ 같이 좀 더 추상적인 재담이었다.
슬랩스틱 영화 ‘바보 삼총사’를 보는 관객은 모두 그런 장면이 나오리라는 것을 예상했으면서도 볼 때마다 폭소를 터뜨린다. / 사진 : YOUTUBE
고엘 교수는 자원한 대학생들이 발음은 같지만 이중적인 의미를 갖는 재치 있는 말장난을 들을 때 그들의 좌측 전전두엽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음운 처리 과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다. 한편 의미를 중심으로 하는 추상적인 재담을 들을 땐 양측 후방 측두엽에 혈류가 증가했다. 언어 처리를 담당하는 뇌 부위다. 그러나 고엘 교수는 자원한 대학생들이 그런 재담을 웃긴다고 생각하는지 그냥 시시하다고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뇌의 유머 부위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는 학생들에게 그런 조크가 웃기는지 물은 다음 재미있다고 평가된 조크를 별로라고 생각되는 조크와 비교했다. 그 결과 음운을 이용하든 의미를 이용하든 재미있는 조크는 전부 복내측 전전두엽을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뇌의 보상 회로를 구성하는 부위다. 보상 회로는 행동에 따른 긍정적인 감정, 특히 즐거움 등을 강화해 해당 행동을 다시 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그 후 발표된 더 많은 연구 결과는 유머와 보상 회로 사이의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예전의 이론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2004년 미국의 한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코미디 시트콤 ‘사인펠드’와 애니메이션 ‘심슨네 가족들’을 보는 동안 그들의 뇌를 fMRI로 촬영했다. 연구팀은 영상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관객의 웃음소리 녹음과 비교했다. 그 결과 가장 재미있는 순간과 그 직전에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웃음이 터지기 직전 참가자들이 조크를 막 이해하면서 그들의 후방 측두엽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모순 해결과 관련 있는 뇌 부위다. 또 참가자들이 조크를 즐기며 웃는 순간엔 그들의 편도체가 활성화됐다. 이 역시 유머와 보상 회로 사이의 또 다른 연관성을 시사한다. 우리 뇌 내부 깊숙한 곳에 있는 편도체는 오랫동안 두려움과 불안 등의 불쾌한 사건에 대한 반응과 관련 있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들어 보상과 관련된 회로가 그 부위에서 새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사인펠드’ 실험을 이끈 조셉 모란 연구원은 영상 연구가 유머를 이해하고 즐기는 데 사용되는 뇌 부위를 확인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은 그 결과가 확정적이지 않다.

모란 연구원은 미국심리학회 연차대회에서 “이 연구는 아직 예비 단계”라고 말했다. “따라서 연구 결과가 넓은 의미에선 서로 일치하지만 유머에 관여한다고 확인된 공통된 뇌 부위는 없다. 예를 들어 언어의 생성 및 표현, 구사 능력은 브로카 영역(Broca’s area, 뇌 좌반구 하측 전두엽에 위치한 영역)이 담당한다고 확인됐지만 유머와 관련해서는 아직 그런 확실한 부위가 발견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우리는 아직도 조크가 왜 웃음을 끌어내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 알리 베노사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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