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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사람을 잡아먹는다”

“소가 사람을 잡아먹는다”

인도의 힌두교 자경단이 암소 보호 명분으로 2015년 이래 무슬림 최소 28명 살해 …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뒷짐만
인도 뉴델리에서 소고기를 먹는다는 소문 때문에 무슬림 농민이 살해당한 사건에 항의하는 학생 운동가. ‘소가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플래카드를 들었다. / 사진:ALTAF QADRI-AP-NEWSIS
인도 서북부 하리아나 주에 있는 외양간에서 10여 명의 남자가 그날 밤의 작전을 준비했다. 그들 주변엔 다친 어린 암소들이 서 있었다. 벌어진 상처, 부러진 다리. 배설물 냄새가 진동했다. 바닥에 놓은 그릇엔 수의사가 소의 상처에서 잘라낸 살점이 썩어들어가면서 구더기가 우글댔다.

그러나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그들은 스스로 ‘가우 푸트라 세나’라고 부른다. ‘암소 아들의 군대’라는 뜻이다. 암소 보호를 평생의 사명으로 삼는 힌두교도 자경단이다. 그들의 지도자는 힌두교 과격파로 알려진 삼파트 싱이다. 흰옷을 입은 싱은 흐릿한 불빛 아래서 권총 두 자루를 꺼내 내게 보여줬다. 그들은 곧 인근 고속도로 주변에 모여 트럭을 검문할 계획이다. 도축하려는 소를 옮기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트럭 기사가 협조하지 않으면 추격해 강제로 세울 것이다. 필요하다면 총도 사용할 생각이다.

싱은 자경단의 활동을 두고 “법 집행 차원”이라고 말했다. 하리아나 주는 인도 대부분의 지역과 마찬가지로 암소 도축을 불법으로 규정한다. 암소는 힌두교에서 신성시하는 동물이다. 이곳에선 인도 다른 주의 합법적인 도축장으로 암소를 운송하는 일도 금지된다. 싱은 총을 사용한 적이 있는지 묻는 나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암소 밀수업자들이 고의로 자신의 부하 5명을 트럭으로 치여 죽였다고 말했다.

밤이 깊어지자 싱과 부하들은 고속도로 검문소로 가기 위해 차량으로 향했다. 암소 밀수업자들과 싸울 준비를 완벽히 갖춘 그들은 “자이 슈리 람”이라고 외쳤다. ‘라마가 승리한다’는 뜻의 구호다. 라마는 힌두교에서 섬기는 신 중 하나다.

지난 6월 ‘데이터 저널리즘’(공공이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근거로 보도하는 언론을 말한다) 단체 인디아스펜드는 2015년 이래 힌두교도 암소 보호 자경단에 의해 최소 28명이 살해됐다고 발표했다. 자경단은 희생자 중 다수가 암소를 도살하거나 소고기를 먹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인디아스펜드의 기사가 나온 지 2달 뒤 폭도들이 소를 운송하던 이슬람교도(무슬림) 2명을 살해했다.

인도의 소고기 정육업 종사자들은 대부분 무슬림이며, 자경단에 살해된 희생자 중 80% 이상이 무슬림이다. 힌두교와 달리 이슬람은 소고기를 금지하지 않는다. 힌두교 극단주의자들 사이엔 무슬림이 소를 은밀하게 도축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인도인 중 무슬림은 2억여 명에 이른다. 단일 국가로는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다. 그만큼 소고기 소비량도 많다. 소고기 수출도 세계 1위다. 무슬림이 식용으로 쓰는 것은 물소다. 그처럼 거대한 산업을 무슬림이 지배하면서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은 그들이 물소 도축 시설을 신성시되는 암소 도축에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도축장은 그런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무슬림과 힌두교도 사이의 수십 년에 이르는 유혈 갈등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소 관련 폭력사건이 증가하면서 인권단체인 국제 앰네스티와 휴먼 라이츠 워치는 인도 정부가 자경단의 범죄 행위를 눈 감아 줌으로써 사실상 그들의 활동을 부추긴다고 비난했다. 그들은 힌두교 민족주의 성향을 가진 집권 여당 인도국민당(BJP)의 일부 간부가 자경단의 임의적인 행동을 용납하고 지지한다고 지적했다.

BJP는 2014년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현 총리의 리더십 아래 승리했다(BJP는 전체 의석 543석 중 272석을 차지했다). 모디 총리는 이전 정부가 소 정육업자에게 보조금을 지불하면서 인도의 낙농산업을 망쳤다고 비난했다(그러나 잘못된 지적이었다). 모디 총리는 인도가 신성시하는 소를 보호하겠다고 공약했다. 그의 언급이 일부 유권자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집권 후 1년 뒤 자경단의 만행이 시작됐고 그 이래 사태는 계속 악화됐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암소 보호’를 명분으로 하는 자경단의 공격이 늘어나면서 무슬림이 위협 받는다고 경고했다./ 사진:NEWSIS
지난 4월 1일 무슬림 낙농업자 펠루 칸이 젖소 2마리를 트럭에 싣고 하리아나 주로 이동할 때 자경단이 그의 트럭을 세웠다. 칸이 가축 운송 허가증을 제시했지만 그들은 소를 도축장으로 은밀히 운송한다며 그와 두 아들을 트럭에서 내리게 한 뒤 폭행했다. 그들은 벨트와 하키 스틱으로 칸을 구타해 갈비뼈 12개를 부러뜨렸다. 목격자가 찍은 영상에 따르면 자경단원 한 명은 쓰러진 칸의 머리를 계속 발로 찼다. 몇몇 자경단원이 휘발유 통을 들고 그에게 불을 지르려 했지만 경찰이 도착하면서 겨우 공개 화형을 막았다. 이틀 뒤 칸은 병원에서 사망했다.

나와 함께 하리아나 주의 검문소로 향하던 중 싱은 다른 단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기우뚱거리는 트럭 한 대를 봤다는 내용이었다. 가축을 실었을 수 있다는 표시였다. 자경단이 그 트럭에 정지 신호를 보냈지만 운전기사는 속력을 내고 자나치자 자경단원들이 그를 추월해 앞을 막았다. 싱은 그 트럭이 있는 곳으로 차를 몰라고 지시했다. 트럭은 검문소 부근의 노변에 세워져 있었다.

곧 우리가 도착했다. 트럭 기사는 자경단원들에 둘러싸여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들은 트럭 뒤로 가서 전등으로 내부를 비췄다. 좁은 공간에서 물소 7마리가 돌아봤다. 그중 3마리는 새끼였다. 싱은 트럭 기사에게 다가가 신분증을 제시하라며 소에 관해 물었다. 몇 분 뒤 싱은 “다음에 소를 운송할 때는 우리가 나서게 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경고하며 그를 보내줬다.

그 트럭 기사는 무사했지만 운이 아주 좋은 경우다. 물소를 도축장에 합법적으로 운송하던 트럭 기사들이 자경단원들에게 구타당하거나 소를 도둑맞는 경우도 적지 않다. 때론 통과 허용 조건으로 뇌물을 요구 받기도 한다. 이처럼 트럭 기사들을 상대로 한 자경단의 공격이 반복되자 인도 물소 시장의 거래가 줄어들었다.

인도의 이 거대한 산업이 자경단의 위협으로 흔들리는 데도 자경단은 당국의 제지를 거의 받지 않고 활동한다. 하리아나 주에선 싱의 부하들이 당국의 공식 승인 아래 검문을 계속한다.

우리가 두 번째 검문소를 방문했을 때 경찰 두 명이 자경단과 함께 있었다. 경찰 순찰차의 푸른 불빛이 번쩍거렸다. 경찰은 자경단이 무장했다는 사실에 개의치 않을 뿐더러 그들의 검문을 막지도 않았다. 싱은 “우리 검문소는 전부 경찰의 도움으로 세워졌다”고 말했다. “하리아나 주 경찰청은 우리 활동을 전적으로 지원한다.”

심지어 당국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떠맡는 경우도 있다. 농민 칸이 자경단에 구타당한 직후 경찰은 소를 불법 운송하고 소를 도축하려 한 혐의로 그와 두 아들을 기소했다(나중에 경찰은 칸을 공격한 자경단원 7명을 구속했지만 그중 5명은 보석으로 풀려났다). 심지어 BJP의 한 고위 관리는 그 모든 것이 칸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칸이 사망한 라자스탄 주의 내무장관 굴랍 찬드 카타리아는 칸이 소 밀매업자였으며 자경단은 단지 그를 “약간 거칠게 다뤘을 뿐”이라고 말했다. 비판이 쏟아지자 카타리아 장관은 자경단의 폭력 사용은 잘못이라고 인정했지만 의도는 좋았다고 주장했다.
인도가 신성시하는 소를 보호하겠다고 공약한 모디 총리가 집권한지 1년 뒤 자경단의 만행이 시작됐다. / 사진:NEWSIS
모디 총리는 소를 둘러싼 폭력사태의 빈발을 비판했다. 그러나 그는 자경단 공격의 피해자 대다수가 무슬림이라는 사실을 언급하진 않았다. 야당 인사들은 그의 그런 태도가 2002년 2월 27일 구자라트 주에서 기차 화재로 힌두교도 57명이 숨지면서 발생한 폭동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당시 구자라트 주지사였던 모디는 그 화재가 파키스탄 정보부의 소행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힌두교도 폭도들이 구자라트 주에서 폭동을 일으키며 무슬림을 공격했다. 그 폭력사태로 약 1000명이 사망했다. 당시 주지사였던 모디가 폭동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미국 국무부는 그 폭동과 관련해 2005년 그의 미국 입국을 금지했다). 2013년 모디는 로이터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강아지를 친 자동차의 조수석에 있었던 것처럼 그 공격에 슬픔을 느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제 총리가 된 모디는 단어를 좀 더 신중하게 선택한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무슬림을 향한 그의 반감이 확연하다고 지적한다(모디 총리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지난 5월 인도 정부는 전국적으로 도축용 암소와 물소, 낙타의 판매를 금지한다고 선포했다(금지 조치에 비판하는 사람들은 물소와 낙타가 포함된 것은 BJP가 종교적인 법을 통과시켰다는 비난을 피하려는 술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두 달 뒤 인도 대법원이 그 법을 폐지했다. 너무 많은 국민의 생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였다. 그들 중 대다수가 무슬림이다. 그러자 BJP는 법안을 수정해 통과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비판자들은 인도 정부가 강경한 힌두교도 지지자들을 달래려고 그 법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힌두교도 강경파는 인도의 정육산업과 그 산업에서 이득을 보는 무슬림의 파멸을 원한다. 바로 그런 힌두교도 국수주의자들이 2014년 총선에서 모디의 승리를 이끌었다. 지금 인도에는 모디 총리가 자신의 높은 지지율을 이용하기 위해 다음 총선을 1년 앞당겨 내년에 치를 계획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럴 경우 모디 총리는 다시 한번 승리하기 위해 자신의 보수주의 지지 기반에 의지할 것이다.

아무튼 하리아나 주에선 모디 총리가 자경단 대장 싱의 든든한 지지에 기댈 수 있다. 싱은 새벽 4시인데도 부하들과 함께 고속도로 검문소를 지켰다. 그는 아내와 네 살짜리 딸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려면 아직 1시간이 더 남았다고 말했다. 싱은 자신이 그처럼 새벽까지 수고하는 이유를 인도의 모든 정당 중에서 BJP만 이해한다고 믿는다. BJP만이 그들의 신성한 소와 그 소를 지키는 자경단을 보호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 [필자는 영국 TV 채널4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전문 인도 특파원으로 일한다. 인도의 암소 자경단에 관한 에피소드는 지난 10월 20일 방영됐다.]- 미렌 기드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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