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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극지 실크로드’

21세기는 ‘극지 실크로드’

중국, 최근 발표한 백서 통해 북극에서 주도적인 역할 수행하겠다는 야심 담은 정책 최초로 공식 천명해북극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나라에 관해 말할 때 중국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중국은 최근 발표한 백서에서 바로 그런 야심을 드러냈다. 지난 1월 26일 발표된 백서는 중국의 북극 정책을 공표하는 최초의 공식 성명서였다.

중국은 지난 수년간 극지를 수익성 높은 투자대상으로 눈독을 들여 왔다. 북유럽 국가들과 기타 북극 실세들의 환심을 산 뒤 2013년 북극이사회 북극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연안국 회의)의 정식 옵서버가 됐다. 실제로 중국이 현재 건조 중인 쇄빙선 숫자가 미국보다 더 많다.

따라서 중국이 북극근린국가를 자처하는 것은 자기미화의 성격에도 불구하고 북극 문제에서 중요하면서도 예상됐던 조치다. 북극 관련 대화의 맥락에 끼어들려는 시도다. 중국의 백서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극지 실크로드(Polar Silk Road)’라는 용어다. 더 광범위한 일대일로 구상(BRI)에 중국의 북극 야심을 드러내놓고 연결시키려는 의도다.

일대일로의 인프라 건설과 경제개발 외에도 이 같은 방대한 구상은 동아시아 지역을 넘어 훨씬 멀리까지 지정학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국의 다양하게 설계된 실크로드는 유럽으로 뻗어나가 태평양 건너 남미뿐 아니라 동남아 전역을 아우른다. 유럽의 미국 우방들은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 투자은행(AIIB)에 동참했다. AIIB는 일대일로 구상의 활동을 후원하는 은행이다. 중국이 요즘 구상하는 프로그램들은 글로벌한 규모다.

역으로 그리고 발전적으로 일대일로 구상은 현지에 큰 혜택을 제공한다. 인프라가 낙후된 지역이 자금과 물류 지원을 받으며 이 같은 협력으로 관계도 좋아진다.중국의 북극정책과 극지실크로드는 똑같은 딜레마를 안고 있다. 중국의 투자에는 경계신호가 수반된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과 비슷하게 북극에서도 지정학 전략상 적대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서서히 영향력을 키워간다고 반드시 인프라나 경제기회를 장악할 수는 없지만 백서는 분명 영향력을 행사하리라는 조짐을 보여준다.

극지 실크로드는 일대일로 구상을 반영해 특히 취약한 북극 지역사회에 큰 혜택을 안겨줄 수 있다. 중국의 투자로 지역 경제가 일어나고 대규모 인프라 건설로 성장 지역이 생겨나 주요 인프라가 개선될 것이다.

기후변화로 생태계가 불안정해짐에 따라 투자를 거부하면 피해가 커진다. 이들 지역사회 입장에서 수도와 보호시설 같은 기초필수 자원의 확보에 비하면 정치적 희생은 사소한 문제인 듯하다.

러시아의 야말 LNG 공장은 현재 중국이 전개하는 북극 투자의 대표적인 사례다. 북해의 얼음이 계속 줄어들면 주요 항로가 될 북극해 항로에 위치한 야말은 노른자위 투자 대상이다. 중국 기관들이 이 LNG 공장 자금의 40% 가까이를 지원한다. 중국의 석유·가스 국유기업 중국석유 천연가스집단이 20% 지분을, 일대일로 구상의 또 다른 자금지원 메커니즘인 실크로드 펀드가 9.9% 지분을 보유한다. 중국 기업들이 주요 인프라의 건설을 지원해 북극 개발을 앞당겼다.

그러나 이는 또한 영향권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전략을 드러낸다. 중국은 그 지역에서 경제적 기회를 활용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완을 과시했다. 백서는 북극정책의 다른 중요한 측면들도 다룬다. 과학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북극 환경을 보호하고, 북극 관리 체제에 참여하고, 북극 자원 다시 말해 천연자원·수산자원·관광자원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궁극적으로 중국의 백서와 극지실크로드는 주요 인프라를 건설해 지역사회에 혜택을 주는 대가로 중국이 경제적·지정학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복잡한 이분법으로 연결된다. 이는 협력적인 체제로 중국을 끌어들일 극히 드문 기회다. 미국이 북극에서 책임 있는 개발을 장려하면 북극의 이해를 증진하는 한편 중국의 지정학 전략상 야심을 견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잭 더키

※ [필자는 워싱턴의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연구원이다. 이 글은 윌슨 센터 사이트에 먼저 실렸다.]

※ [뉴스위크 한국판 2018년 3월 5일자에 실린 기사를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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