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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 드라이어가 분변 박테리아 옮긴다

핸드 드라이어가 분변 박테리아 옮긴다

화장실 공기를 빨아들였다가 뿜어내기 때문에 씻은 손이 다시 병원균에 노출될 수 있어
핸드 드라이 노즐 아래 손을 대는 순간 훨씬 많은 공기에 노출되기 때문에 많은 박테리아에 오염될 수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늘 강조되듯이 세균 전염을 막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가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다. 특히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다. 하지만 사무실 화장실에 설치된 핸드 드라이어(손 건조기)는 오히려 분변 박테리아를 손에 옮겨 건물 전체에 퍼뜨릴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일반적인 화장실 공기를 핸드 드라이어 노즐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기를 비교한 결과 후자에 노출된 샘플의 배양접시에서 훨씬 많은 박테리아를 발견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응용환경미생물학 최신호에 발표됐다.

논문의 저자인 코네티컷대학 교수 피터 세틀로는 뉴스위크에 “화장실 박테리아의 출처는 분변인데 변기(특히 덮개 없는 변기)에서 물을 내릴 때 어느 정도 분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화장실을 들락거릴 때 그런 박테리아가 피부에서 떨어져나와 건물 전체에 퍼질 수 있다.”

핸드 드라이어는 화장실 공기를 빨아들였다가 빠른 속도로 뿜어낸다. 따라서 노즐 아래 손을 대는 짧은 순간에 그 손은 평소보다 훨씬 많은 공기에 노출되고, 그 결과 훨씬 많은 박테리아에 오염될 수 있다. 연구팀은 코네티컷대학 의과대학원의 36개 화장실를 대상으로 PS533로 불리는 고초균(실험실에서 배양된 무해한 박테리아)이 있는지 조사했다. 흙에서 발견되는 다른 고초균과 달리 PS533는 실험실 환경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인 모든 화장실에서 PS533를 발견했다. 세틀로 교수는 이 박테리아 포자가 실험실에서 흘러나와 연구동 전체에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수년 동안 살 수 있는 이 박테리아 포자는 인간의 건강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지만 그 포자가 모든 화장실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은 공기를 통해 건물 전체에 퍼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연구팀은 “대형 건물 내부에선 박테리아 포자가 포함된 여러 병원균이 이 방에서 저 방으로 계속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핸드 드라이어가 그런 박테리아를 건물 내부 전체에 퍼뜨리는 수단이다.”

이론상으론 핸드 드라이어에 항균·탈취 기능이 포함된 고성능 집진 HEPA 필터를 사용하면 깨끗이 씻은 손에 박테리아 입자가 분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연구팀이 일부 핸드 드라이어에 HEPA 필터를 장착했지만 약 75%의 박테리아만 걸러졌을 뿐이었다. 그 정도만 해도 큰 효과이지만 완벽하진 않다.

세틀로 교수는 “필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거나 걸러지지 않은 주변 공기가 박테리아와 함께 핸드 드라이어 아래로 빨려들어왔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핸드 드라이어의 강한 기류가 만들어내는 대류 현상이 화장실 내부의 걸러지지 않은 주변 공기를 빨아들일 수 있다.

뜨거운 공기를 뿜어내는 핸드 드라이어가 해롭든 해롭지 않든 여러 박테리아를 퍼뜨리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이외에도 많다. 그래서 세틀로 교수는 요즘 핸드 드라이어 대신 종이 타월을 사용한다. 코네티컷대학은 조사 대상이 된 36개 화장실 전부에 종이 타월을 추가로 비치했다.

- 캐서린 히그넷 뉴스위크 기자

※ [뉴스위크 한국판 2018년 4월 23일자에 실린 기사를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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