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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창업자라야 성공한다고?

청년 창업자라야 성공한다고?

가장 성공적인 창업자의 평균 연령은 45세였으며 일류기업 키워내는 능력은 20대 창업자가 가장 떨어져이상적인 기업 창업자 이미지는 청춘 세대의 얼굴이다. 혁신적 아이디어, 무한한 에너지, 명민한 두뇌를 가진 20대 젊은이다. 실리콘밸리는 오랫동안 이 같은 이미지에 베팅해 왔다.

하지만 실제 그럴까? 미국 인구조사국 하비에르 미란다, 매사추세츠공대 피에르 어줄레이와 함께 실시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 연구팀은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전체 기업 창업자의 연령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가장 성공적인 창업자의 평균 연령은 45세였으며 일류기업을 키워내는 능력은 20대 창업자가 가장 떨어졌다.

 ■ 청년 창업자에 관한 환상
청년 심지어 새파란 젊은이가 가장 성공적인 새 비즈니스 벤처 사업을 내놓는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청년층일수록 기존 사고방식에 덜 얽매이고 따라서 자연히 더 획기적이고 혁신적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젊은이는 자녀와의 저녁식사 같은 가족에 대한 책임이나 주택담보대출 같은 경제적 압박의 부담이 적어 시간과 에너지가 더 많다고 보는 평론가가 많다. 게다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의 말마따나 “젊은이가 그냥 더 똑똑하다.”

청년 창업자에게는 또한 극적인 성공 스토리가 많다. 대학 중퇴자나 기업의 젊은 부적응자 청년이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20대 또래의 어중이떠중이 팀과 신사업에 뛰어든다. 이후 헤아릴 수 없는 야근과 휴일 근무 끝에 혁신적인 킬러 앱이나 소비자 상품으로 시장을 강타하면서 경제지 ‘아이앤씨(Inc.)’의 표지에 오른다. 엄청난 부를 쌓으면서 고리타분한 경영자 타입에게 굶주린 젊은 새내기가 그들의 점심을 빼앗아 먹을 능력과 의지가 있음을 일깨워준다.

이 같은 고정관념은 실질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실리콘밸리 벤처 자본가들의 투자가 청년 창업자에게로 지나치게 쏠려 종종 나이 든 창업자를 냉대하는 뚜렷한 편향성을 드러낸다. 젊어야 성공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더 젊게 보이려 성형수술을 하는 IT 업계 종사자도 있다.

 ■ 기업 창업의 최적기는 중년이다
그러나 우리의 데이터 분석 결과는 청년 창업자의 이미지와 거리가 있었다. 고성장 기업 창업과 연령에 대한 과거의 조사는 일정 부분 연구팀이 조사한 소규모 선별적 데이터 집합을 토대로 엇갈린 결과를 내놓았다.

우리는 그 문제를 더 명확하게 조사하기 위해 미국 인구조사국에서 내부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덕분에 2007~2014년 미국에서 출범한 모든 사업체와 창업자 270만 명을 조사할 수 있었다. 우리는 고용과 매출액 성장뿐 아니라 인수 또는 기업공개를 통한 ‘투자자본 회수(exit)’ 등 사업성, 척도, 그리고 창업자 연령을 비교했다.

창업에 성공하는 비율은 청년층보다 중년층이 훨씬 높았다. 미국 내에서 성장률이 가장 높은 신생 기업 중 상위 0.1%의 경우 창업 첫해 창업자의 평균 연령이 45세였다. 마찬가지로 성공적인 자본회수에서도 중년 창업자가 우위를 차지한다. 우리 추산으로는 성장률 최고 기업 중 하나를 일굴 확률은 50세 창업자가 30세 창업자보다 1.8배 높다. 20대 초반 창업자는 최고성장 기업을 키워낼 확률이 가장 낮았다.

창업자의 경영능력은 왜 나이가 들수록 좋아지는 걸까? 확실치는 않지만 몇 가지 이론이 있다. 경험 많은 창업자일수록 더 많은 경영 경험 또는 해당 업종에 관한 더 깊은 전문지식을 활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 금융 자원도 더 많고 창업자의 사업 아이디어를 활용할 관련 소셜네트워크도 더 많을 수 있다. 예컨대 우리 조사에선 스타트업 업종에서의 이전 업무 경험이 있는 경우 고속성장 기업을 일굴 확률이 2배 이상 높아졌다.

가장 유명한 청년 창업자 일부도 중년으로 갈수록 절정을 이루는 경향을 보였다. 예컨대 스티브 잡스와 애플이 발굴한 블록버스터 혁신제품은 잡스가 52세 때 출시한 아이폰이었다.

 ■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
투자자가 계속 기업창업을 청년과만 연결 지을 경우 너무 어린 창업자에 베팅할 가능성이 크다. 벤처 자본가와 기타 초기단계 투자자가 우리 조사 결과를 명심한다면 더 광범위한 연령대의 창업자를 고려함으로써 더 성장률 높은 기업을 후원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중년 창업 희망자는 자신의 성공 확률에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사업 구상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확보할 가능성이 더 크다. 더 넓게 보면 청년창업자에 초점이 맞춰져 젊은 세대가 가장 잘 이해하는 문제 쪽으로 혁신과 자본이 쏠렸을 가능성이 크다. 창업자의 라이프사이클(그리고 그 과정 중 절정의 실적)에 관한 관점을 현실화하면 더 나이 든 중년 창업자가 더 잘 이해하는 분야 쪽으로 혁신이 이동할 수 있다.

청년 창업자의 신화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지만 어쩌면 이젠 그 시대가 마침내 막을 내리고 있는지 모른다.

- 벤자민 F. 존스, J. 대니얼 킴



※ [벤저민 F. 존스는 노스웨스턴대학 켈로그 경영대학원 기업창업·전략 교수다. J. 데니얼 킴은 매사추세츠공대 경영학과 박사 후보생이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뉴스위크 한국판 2018년 5월 28일자에 실린 기사를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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