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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조치는 미국에 백해무익

관세조치는 미국에 백해무익

관세인상으로 아이폰 가격 더 비싸지면 수요 감소하는 반면 라이벌 삼성전자는 중국산 제품만큼 관세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아 애플의 시장점유율 잠식할 것
애플은 효율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이용해 삼성전자에 필적하는 가격으로 신제품을 출시한다. / 사진:MARCIO JOSE SANCHEZ-AP-NEWSIS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 중국 관세는 지금까지 주로 항공기 엔진과 가스 압축기 같은 공업용품을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지난 7월 10일 그 대상을 넓혀 20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관세 부과대상이 될 만한 전체 제품 리스트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의 대중 수출에서 단일 제품 항목으로는 최대 규모인 스마트폰 같은 소비자 가전제품도 분명 포함될 것이다.

관세의 영향을 받을 만한 한 가지 잘 알려진 제품은 중국에서 조립되는 애플 아이폰이다. 아이폰이 미국으로 들어올 때는 공장가 약 240달러의 수입품으로 기록돼 미-중간의 막대한 무역적자에 추가된다.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아이폰 수입이 미국의 큰 손실처럼 보이는 듯하다. 그는 “중국은 미국에서 연간 5000억 달러씩 뽑아가 자국 경제 재건에 써왔다”고 주장한다. 한 추산에 따르면 아이폰 7과 아이폰 7 플러스의 수입이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에서 157억 달러를 차지했다.

그러나 우리의 아이폰 원가분석 리서치가 말해주듯 이 수치에는 중국이 아이폰 수출 또는 중국이 미국 등지로 수출하는 상당수 아이폰 브랜드 제품에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가치를 얻어내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중국을 관통해 전 세계에 뻗친 공급망 덕분에 현대 경제의 무역적자가 항상 보이는 것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누가 실제 아이폰을 만드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미국에서 연간 5000억 달러씩 뽑아가 자국 경제 재건에 써왔다”고 주장한다 / 사진:ANDY WONG-AP-NEWSIS
아이폰 7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며 중국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지 알아보자.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메모리칩, 마이크로프로세서 등 아이폰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부품부터 보자. 공급처로는 인텔·소니·삼성·폭스콘 같은 미국·일본·한국·대만 기업이 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부품은 거의 없다. 애플이 그 부품들을 구입해 중국으로 보낸 뒤 아이폰 조립을 중국에 맡긴다.

수백만 명의 근로자가 아이폰을 생산하는 그 유명한 중국 내 공장들은 모두 뭐란 말인가? 폭스콘을 포함해 이들 공장을 소유하는 모기업은 모두 대만에 본사를 두고 있다. 2016년 말 아이폰 7의 출시 당시 시장조사 업체 IHS 마킷의 공장원가 추정치 237.45달러 중 중국의 소득은 우리 계산으로는 약 8.46달러 즉 총 원가의 3.6%가 전부였다. 거기에는 중국 기업이 납품한 배터리와 조립을 맡은 인력이 포함된다.

나머지 228.99달러는 다른 곳으로 빠져나간다. 미국과 일본이 각 약 68달러씩, 대만이 약 48달러, 그리고 한국이 약 17달러를 가져간다. 그리고 우리 추산으로는 아이폰 7 첫 출시 당시 32GB 모델의 소매가 약 649달러 중 약 283달러의 총이익이 애플의 금고로 직행한다. 한마디로 중국은 많은 (저급) 인력의 인건비를 챙기는 반면 이익은 다른 나라로 빠져나간다.
 무역균형의 이해
폭스콘을 포함해 이들 공장을 소유하는 모기업은 모두 대만에 본사를 두고 있다. / 사진:KIN CHEUNG-AP-NEWSIS
아이폰 한 대와 관련된 미-중 무역적자를 살펴볼 때 중국의 대미 수출액으로 나타나는 240달러보다 중국에서 얻는 부가가치 8.50달러만 계산하는 방법이 더 이해하기 쉽다. 더 광범위한 미-중 무역균형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지만 아이폰의 사례만큼 격차가 극단적이지는 않다. 지난해의 무역적자 3750억 달러 중 아마도 3분의 1은 실제로 미국 등 다른 곳에서 공급된 원료가 관련됐다.

중국을 하나의 거대한 조립공장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미국 공장 근로자에게는 아닐지라도 미국 경제에는 유익했다. 애플은 방대하고 고도로 효율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이용해 경쟁사,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에 필적하는 가격으로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는 혁신적인 제품의 혜택을 보고 수천 개 기업과 개인은 앱스토어에 올려 판매할 앱의 개발 사업을 벌였다. 애플은 벌어들인 이익으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마케터·경영진·변호사 그리고 애플스토어 직원 등의 인력에 보수를 지급한다. 그리고 이런 일자리는 대부분 미국 내에 있다.

다음 번 관세인상으로 아이폰 가격이 더 비싸진다면 수요가 감소할 것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휴대전화의 절반 이상을 한국과 베트남에서 생산하며 미국 부품의 비율이 낮다. 중국산 제품만큼 관세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아 애플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익과 고임금 일자리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바꿔 말해 세계화로 타격을 입은 미국인도 있지만 그 외 다수의 삶이 향상됐다. 관세로 세계화가 후퇴하면 승자와 패자가 생겨나는데 패자가 훨씬 더 많아질 수 있다.
 왜 미국에서 아이폰 안 만드나
정책입안자나 언론과 이 문제를 논할 때 “애플이 왜 그냥 미국에서 아이폰을 만들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가장 큰 문제는 글로벌 전자산업의 제조 부문이 1980년~1990년대 아시아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애플 같은 기업들은 이런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인용한 통계 수치가 분명히 말해주듯이 아시아에서 만들어진 부품으로 미국에서 단순히 아이폰을 조립하는 식으로는 미국 경제나 근로자가 큰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가능하긴 하지만 설비 구축에 최소 2~3년이 걸리고, 아시아에서보다 대당 생산비용이 더 많이 들고, 정책입안자들이 상당수 관련 기업을 움직이는 데 많은 당근과 채찍이 필요할 것이다. 예컨대 위스컨신주가 LCD 공장을 유치하려고 팍스콘에 제공한 30억 달러의 잠재적인 보조금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도전에 대한 엉뚱한 응수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IT 대기업의 방대한 중국시장 진출을 막는 비관세 장벽이든 지적재산권 보호의 결여든 중국의 IT 산업 정책과 관련해 미국의 불평이 많다. 이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더 강경하고 더 고차원적인 협상의 여지가 분명 있다. 그러나 무역과 관련된 문제에서 제조부문은 이제 글로벌 네트워크로 이뤄진다는 점이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는 각국의 무역을 부가가치의 관점에서 보여주는 대안적인 무역 통계 시스템을 개발했지만 미국 정부는 그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한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은 무역균형에 대한 단순한 이해에 근거한다. 관세 부과대상 제품을 확대하면 미국 소비자·근로자·기업에 갈수록 큰 부담을 지우게 된다. 그리고 분쟁이 끝날 때 최종 결과가 좋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번 전쟁은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 케네스 L. 크리머, 그레그 린든, 제이슨 데드릭



※ [제이슨 데드릭은 시라큐스대학 교수, 그레그 린든은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연구원, 케네스 L. 크리머는 캘리포니아대학(어바인) 연구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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