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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은 중국 내정인 홍콩 문제에 간섭 말라”

“서방은 중국 내정인 홍콩 문제에 간섭 말라”

중국 정부, 홍콩 당국의 시위 진압 지지하며 외부 세력의 개입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 보내
지난 8월 16일 홍콩과 접한 중국 광둥성 선전의 선전만 경기장 주변에 중국 무장경찰 장갑차 등이 정렬했다. 홍콩 시위가 격화될 경우에 대비한 위협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 사진:AP/YONHAP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계속되면서 중국은 현지의 혼란 상황을 자체 경찰력으로 통제하려는 홍콩 정부의 조치를 적극 지지한다. 그러면서도 필요할 경우 홍콩의 법질서 회복을 위해 중국 인민해방군이 개입할 수도 있다고 계속 압력을 가하는 중이다.

홍콩의 범죄인을 중국 본토로 송환할 수 있도록 하는 범죄인 인도법안(일명 ‘송환법’)이 촉발한 시위가 수개월째 계속되면서 미국도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그와 관련해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8월 20일 가진 정례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 관리들은 중국을 봉쇄하려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라며 미국의 홍콩 시위 지지를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홍콩 사태와 관련해 중국 정부의 입장을 두둔하고 나선 러시아를 높이 샀다(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도 한 달 넘게 젊은이가 주도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겅 대변인은 “최근 모스크바에서 여러 차례 불법 시위 행진이 벌어졌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사회 안정을 유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타당한 법적 근거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일부 서방 국가는 그 장면을 보고 부당하게 비난하며 은밀하게 그런 시위를 지원한다. 그런 상황이 매우 불길하다. 러시아가 정확히 지적했듯이 그런 행위는 전형적인 내정 간섭이며 패권주의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따라서 중국은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에서 특정 외부 세력이 하려는 수작은 중국의 일부인 홍콩에서 그들이 하려는 술책과 똑같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위 참모들이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뜻에서 홍콩의 주요 매체 넥스트미디어를 세운 라이 치-잉 회장과 홍콩 민주당 설립을 도운 마틴 리 등 주요 반중국 인사들을 만났고, 트럼프 대통령도 수십억 달러가 걸린 미중 무역전쟁을 홍콩 사태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에 따라 강도를 높일 수도, 조속히 끝낼 수도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중국이 내정 영역이라고 주장하는 홍콩 사태를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상과 연계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이제 홍콩 문제가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 변수로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8일 중국이 홍콩의 시위 사태를 톈안먼 사태 방식으로 탄압할 경우 양국 간 무역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1997년까지 약 150년 동안 홍콩을 식민지화했던 영국도 홍콩의 시위를 지지했다. 캐나다도 유럽연합(EU)과 함께 “홍콩의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폭넓고 포괄적인 대화와 집회의 자유”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캐나다의 그런 촉구와 관련해 겅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캐나다 측은 중국의 엄연한 입장과 국제법, 국제관계를 관장하는 기본 규범을 무시하고 홍콩 사태에 관해 무책임한 발언을 반복하면서 중국의 내정에 도가 넘게 개입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그러한 행동을 개탄하며 확고히 반대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홍콩 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 영역이다. 다른 나라나 단체, 개인의 간섭을 용납할 수 없다. 캐나다 측은 타당한 근거 없이 홍콩 문제에 논평할 권리가 없다. 혼란을 조장하고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해치려는 시도는 결코 지지받지 못하며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겅 대변인은 또 미국의 소셜미디어도 강하게 비난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홍콩 시위대를 비난할 목적에서 중국 정부의 후원으로 개설된 계정이 많다며 홍콩 주민을 겨냥한 중국 정부의 허위정보 선전전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온라인 계정들을 차단했다. 트위터는 중국이 송환법 반대 집회에 참여한 홍콩 주민의 폭력성을 부각시킬 목적 등으로 개설한 936개의 계정을 삭제했다며 “광범위한 조사에 기반을 둬 이것이 국가가 후원한 조직적인 작전이라는 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도 홍콩 내 정치적 불화를 유인하기 위해 이용된 7개 페이지와 3개 그룹, 5개 계정을 삭제했다고 발표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이날 삭제한 계정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트위터는 중국 정부의 선전전에 이용된 전체 계정 수를 20만개로 추정했다. 페이스북도 1만5500개 계정이 폐쇄된 1개 이상의 페이지를 팔로하고 있었고, 2200개 계정은 폐쇄된 3개 그룹 중 최소 1개 이상에 가입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에 관해 겅 대변인은 “중국 미디어가 해외 소셜미디어를 사용해 중국의 정책을 설명하고 중국 측의 이야기를 전하며 현지인과 소통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항변했다. “홍콩 정세와 관련해 14억 명에 이르는 중국인과 해외 화교, 유학생이 이번 사안에 어떤 태도를 갖는지는 중국 매체 보도를 통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들은 그들의 관점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도 특정 회사나 개인이 왜 그토록 강하게 반응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그런 계정이 그들의 약점을 건드려서 그럴까?”

그러나 혼란이 홍콩을 계속 뒤흔들면서 경찰이 완전히 다른 이유로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지난 8월 20일 홍콩 경찰 3명이 홍콩 당국에 체포됐다. 지난 6월 62세의 용의자를 폭행한 혐의다. 홍콩 민주당 소속인 린줘팅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가족에게 제보받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병원 카메라에 찍힌 폭행 장면이었다. 피해자 남성은 그 전날 술에 취한 채로 경찰에 체포됐다. 병원에 이송된 남성은 움직일 수 없도록 들것에 손이 묶인 상태였다. 이 영상이 공개되자 홍콩 주민이 거세게 분노하고 있다. 린줘팅 의원 페이스북에 올라온 폭행 영상은 한나절 만에 2만8000회 이상 공유됐다.

홍콩 경찰은 성명을 통해 이 사건을 “심각하게 본다”며 “전말을 철저히 조사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자신을 위해 폭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다. 우리는 이 사건을 공정하고 철저히 조사하겠다.” 이 사건은 현재 진행 중인 홍콩의 시위 사태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홍콩 경찰은 시위대와 갈수록 폭력적인 대치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홍콩 지도부의 조치와 법집행 기관의 대응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필요할 경우 질서를 되찾기 위해 군을 투입할 수도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 톰 오코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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