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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핀테크 지원센터장 “핀테크에 비금융산업 융합해 시너지 극대화 해야”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핀테크 지원센터장 “핀테크에 비금융산업 융합해 시너지 극대화 해야”

정유신 핀테크 지원센터장은 “한국은 지금 금융혁신 4단계 중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3단계로 막 진입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 사진:김경빈 기자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이 가속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디지털라이제이션에 대해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는 디지털기술의 활용, 그리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수익과 가치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로 이동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그 최전방에 위치한 산업 분야 중 하나가 금융이다. 모바일과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본격적인 핀테크(fintech)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핀테크는 이름 그대로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한 서비스 또는 그런 서비스를 하는 회사를 가리킨다. 간편 송금을 경쟁력으로 성장한 ‘토스’는 기업가치 1조원을 웃도는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어린 토스’로 불리는 유니콘 후보들도 펀딩, 보험, P2P, 자산관리 등 저마다의 강점을 무기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과거 이런 서비스를 한데 묶어 ‘패키지’로 제공하던 대형 은행들도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덩치를 줄이거나 서비스를 세분화해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본격적인 핀테크 시대를 맞이한 것일까.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핀테크 지원센터장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지금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3단계로 막 진입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금융혁신은 4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 3단계 초기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정 센터장에 따르면 1단계는 언번들링(Unbundling: 분리) 시대이다. 과거 금융 소비자는 은행에서 송금, 대출, 자산관리 서비스 등을 한꺼번에 받았는데 핀테크 산업이 발달하면서 송금은 A사, 대출은 B사, 자산관리는 C사에 맡긴다는 것이다. 2단계는 디지털플랫폼이 발전하는 시기다. 토스나 카카오뱅크처럼 개별 서비스로 성장한 기업들이 증권 등 다른 서비스로 영역을 넓히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3단계는 빅데이터를 매개로 기술융합을 이루는 기간이다. 정유신 센터장은 “신용정보법 개정안 등 데이터 3법의 통과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술 융합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금융과 비금융의 융합 단계다.
 한국 핀테크 성장 느린 건 ‘융합의 부재’ 탓
핀테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유신 센터장은 ‘간편 금융 서비스’라고 답했다. 간편 송금, 간편 결제, 간편 대출 등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는 “직접 은행을 찾아가야 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스마트폰을 통해 은행이 내 손 안에 들어와 있다”며 “누구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빠르고 편하게 전문적인 금융 서비스 이용할 수 있는데 이런 기술과 서비스를 핀테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핀테크 시장 성장 속도가 더디다고 평가한다. 세계적으로 핀테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GAFA(구글ㆍ아마존ㆍ페이스북ㆍ애플)’, 중국의 ‘배트맨(바이두ㆍ알리바바ㆍ텐센트)’은 핀테크의 4단계 과정을 거쳐 초대형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그런 기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 센터장은 핀테크 산업을 키우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 중 하나로는 ‘융합’과 ‘시너지’를 강조했다. 금융과 비금융 산업이 융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면 얼마든지 관련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한 기업은 중국의 온라인보험업체 중안보험(中安保險)이다. 2015년 당(糖)을 체크하는 건강보험상품 ‘탕샤오베이’를 출시해 ‘세계 핀테크 톱100’ 기업에서 단숨에 1위로 뛰어올랐다. 탕샤오베이는 혈당측정기기를 통해 모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보험, 의료기기, 빅데이터, 병원산업 까지 다양한 수익 모델을 만들어냈다. “우리나라에서도 핀테크 기업이 다른 분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한국에서 이런 기업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로 ‘융합의 부재’를 지적했다. 정부 부처끼리 입장이 달라 규제가 따로 놀기 때문에 ‘탕샤오베이’처럼 여러 분야에서 동시에 서비스 할 수 있는 상품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가 ‘융합’을 강조하는 이유는 하나다.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만큼 시장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한 가지 서비스만 집중해서는 글로벌 기업을 키워낼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어느 업체가 간편 송금 서비스로만 미국이나 중국 1위에 올랐다면 그 자체로 경쟁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얼마든지 전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내수 1위 기업이라고 해도 시장이 작기 때문에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융합 서비스를 할 수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간편 송금으로만 1조원의 가치를 내는 기업이 빅데이터 관리나 제조업, 교육 서비스업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면 수십 배 이상 가치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덩치가 커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고정비용은 크게 늘지 않으면서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어 경쟁력도 향상된다는 게 정 센터장의 설명이다.
 규제 장벽 낮추어 성장토대 만들어야
정유신 센터장은 “핀테크라는 새로운 시장이 시작되는 시대에 기존 산업이 쳐놓은 장벽의 높이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며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 센터장은 “지금은 기존의 시스템들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길게 봤을 때 핀테크라는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트랜드를 바꿀 수 없다면 규제 장벽을 낮추고 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받아들이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규제는 필요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게 정 센터장의 설명이다. “규제 완화가 필요하지만 규제를 무조건 나쁜 것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특정 시장이나 산업을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그 산업을 ‘인정’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하면 한국에서 핀테크 산업에 대한 규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데이터 3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 데만 1년 넘게 걸렸다. 데이터 3법 개정안은 정보보호 소관 부처를 하나로 모아 중복 규제를 없애고 기업이 빅데이터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센터장은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보다 인구가 적고 시장이 작다”며 “환경이 다른 만큼 규제에 대한 판단도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시장이 큰 미국과 중국에서는 핀테크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전체 산업의 1%도 안 되기 때문에 부작용이 생겨도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어요. 초기부터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거죠. 하지만 경제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에서는 핀테크 산업이 규제를 받지 않고 급속히 성장했다가 부작용이 생기면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이 때문에 기존산업을 보호하는 장벽을 낮추면서도, 최소한의 규제를 통해 소비자를 보호하는 조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 센터장은 “정부가 융합과 혁신을 통해 핀테크 산업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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