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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일용직 지원금’ 순수성 유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고 있는 쿠팡

[쿠팡 ‘일용직 지원금’ 순수성 유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고 있는 쿠팡

자가격리 일용직에 100만원씩 지급… ‘김범석 대표 고발 되자 뒤늦은 수습책’ 지적도
지난 5월 경기도 쿠팡 부천2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며 물류센터가 임시 폐쇄됐다. / 사진:연합뉴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고 있다.”

요즘 쿠팡을 두고 재계 안팎에서 하는 말이다. 쿠팡이 최근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문제로 자가격리에 들어간 단기직 직원들에게 100만원씩 지급한다고 밝힌 데 대한 평가다. 확진자 발생 이후 적절한 대응과 제 때 사과를 취하지 못하면서 일을 키웠다는 지적으로, 이 때문에 지원금에 대한 순수성도 의심 받는 처지가 됐다.

지난 6월 11일 쿠팡은 고명주 각자대표와 로저스 수석부사장 명의로 보낸 사내메일 통해 ‘쿠팡에서 일한다면 누구나 안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의 자가격리 대상이 됐던 부천2, 고양물류센터 단기직 직원 2600여 명에게 생활안정자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일용직 근로자인 단기직 직원은 자가격리 되면 수입이 사라져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는데 이런 문제를 조금이나마 덜겠다는 취지다.

현재는 코로나19와 관련해 격리대상이 되면 정부가 생활지원비를 지급한다. 2주 이상 격리될 경우 가구 구성원에 따라 1인 기준 45만4900원, 2인 77만4700원, 3인 100만2400원, 4인 123만원, 5인 145만7500원을 받는다. 이 외에 기업이나 민간에서 주는 지원금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를 고려하면 쿠팡이 제공하는 지원금은 결코 적지 않다.

문제는 쿠팡이 미흡한 대처 등으로 논란을 키웠으면서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 없이 금전적인 내용을 앞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쿠팡 측은 회사의 공식적인 발표가 아닌 사내메일이 외부에 알려진 것으로 따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논란 커지면 그제야 해명 ‘반복’
쿠팡발(發)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한 뒤 부천시보건소 선별진료소에 검사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줄을 이었다. / 사진:연합뉴스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5월 24일 부천2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발생한 이후 쿠팡의 방역 대응이었다. 같은 날 오후 물류센터를 임시 폐쇄하고 방역을 했지만, 몇 시간이 채 지나기 전에 저녁조 근무를 강행했다. 쿠팡 관계자는 “다른 회사처럼 하루 이상 폐쇄를 유지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면 어쩔 수 없지만, 보건소와 협의해 방역 의무를 다 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질본 중앙재난본부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와의 통화에서 “질본에서 정한대로 방역하면 바이러스가 사라진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권고에 따르면 방역한 지 하루는 환기를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소독약 냄새 등 여러 문제가 있어 소독, 방역 직후 충분히 환기하지 않으면 일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도 했다. 다만 “위험 정도에 따라 대처가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논란은 부천2 물류센터에서 근무자들이 사용했던 안전모와 노트북 등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왔다는 것이다. 쿠팡 측은 부천 물류센터의 경우 매일 소독하는 등 방역을 체계적으로 해왔다고 밝혔지만, 방역 당국의 현장 검사는 다른 결과를 내놨다. 이희영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은 5월 29일 브리핑에서 “27일 오후 3시부터 작업장, 휴게실, 남녀 라커룸 등 전 구역에 실시한 환경조사에서 총 67건의 환경검체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공용 안전모와 2층 포장작업장 내 작업용 PC에서 바이러스 양성 결과가 나왔다”며 “확진자 발생 이후 회사가 소독 조치를 시행했지만,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미 사멸한 바이러스일 가능성도 있어 그 자체로 전파 위험성이 높다고 명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회사 측 소독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결국 5월 28일 오전까지 쿠팡發 코로나 확진자는 80명 넘게 나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격적으로 부천 물류센터에 대해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5월 30일, 쿠팡은 ‘쿠팡 택배는 안전하다’는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모든 직원이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작업했다”고 강조했고, 방역 정도에 대해서는 “단순히 소독약을 뿌리는 수준을 넘어 방역 인력이 천에 소독약을 묻혀 손잡이나 문고리처럼 사람 손이 닿는 곳을 구석구석 닦는 수준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또 “꼭 필요한 조치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할 준비와 각오가 돼 있다”며 “자세한 조치 내용은 그때그때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다시 알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역을 마친 물류센터 작업장에서 어떻게 코로나19가 검출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쿠팡 관계자는 “바이러스 검출 사안과 관련해서는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자 시민단체가 김범석 쿠팡 대표를 고발하고 나섰다. 6월 2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김 대표 등을 고발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비롯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기 시작할 무렵 쿠팡 측이 소비자에게 이런 내용을 안내하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대책위는 “최근 부천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대거 나온 뒤 직원들에게만 문자메시지를 보내 진단 검사를 받도록 안내하고 택배를 받는 과정에서 전염될 우려가 있는 소비자에게는 검사와 자가격리 안내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표 고발에 청와대 청원 등장하자 대책 나와
정부도 코로나19 재확산과 관련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방역 미비로 문제를 일으킨 기업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세균 총리는 6월 9일 “감염이 우려되는 시설과 사업장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행정명령을 내리고, 명령을 위반한 사업주나 개인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예외 없이 고발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업장에서 고의나 중과실로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았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튿날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40대 여성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쿠팡 측에 사과와 책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쿠팡 부천 신선센터에서 일하는 40대 주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은 “쿠팡 신선센터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모두 방한복과 안전화를 돌려 사용한다”면서 “근무하는 동안 소독, 방역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쿠팡 관계자는 “방한복과 안전화를 공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맞지만, 정기적으로 소독과 세탁을 하고 있다”면서도 세탁 기간에 대해선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오전 근무자가 입었던 옷을 오후 근무자가 돌려 입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쿠팡의 사내 메일이 공개된 건 그다음 날인 6월 11일이었다. 단기직 직원 2600여명에게 100만원씩 지급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사내 메일로 올린 것이다. 이에 대해 “논란이 커지자 돈으로 틀어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쿠팡 매출에 비하면, 26억원의 비용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쿠팡은 7조15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재계 관계자는 “선한 기업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데 성공할 수 있다면 아주 큰 금액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언택트 시대에 쿠팡이 큰 역할을 했지만,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불신을 준 것 역시 사실”이라며 “소비자에게 필요한 건 마케팅이 아니라 불안함을 달래줄 수 있는 정보와 대책을 더 빠르고 충분하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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