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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완전 자립' 앞둔 우리금융…문제는 스피드

[혈세 '1조' 수혈 기업] ②우리금융지주
예보가 투입한 12조8000억원 중 89.1% 회수
“부실 금융사 회생했다” vs “지원금 회수 지체됐다”

 
 
서울 중구 회현동2가 우리은행 본점. [연합뉴스]
정부는 부실기업의 재기‧회생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공적자금'을 비롯해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대출 등 이른바 '정책금융'이다. 정책금융의 주체는 은행이고, 이 은행의 최대 주주는 대한민국 정부다. 사실상 국민의 혈세로 지원하는 것이다. 1조원 이상 지원을 받았던 국내 기업의 현 상황은 어떤지 [이코노미스트]가 대표 기업 9곳을 분석했다. [편집자]  

   
“2~3년 안에 공적자금을 회수해 국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윤병철 우리금융지주 회장, 2001년 3월 12일
 
“이번 매각은 로드맵 발표 후 처음으로 실시된 것으로 대외적인 약속을 준수하고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를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금융지주 지분 2% 매각 이후 예금보험공사 발표, 2021년 4월 9일
 
우리금융지주가 ‘완전 민영화 작업’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 예금보험공사(예보)는 지난 4월 9일 우리금융 지분 2%(약 1444만5000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세일) 방식으로 매각해 공적자금 1493억원을 추가 회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예보가 우리금융에 투입했던 자금 총 12조8000억원 가운데 89.1%를 회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사태로 휘청이던 국내 금융사들을 살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왔다. 2000년 부실 은행 판정을 받은 한빛·평화·광주·경남은행에 우리종금의 전신인 하나로종금을 더해 2001년 4월 우리금융지주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5개 은행이 받은 공적자금이 약 12조7663억원이다. 지분 100%를 예금보험공사가 소유했기 때문에 사실상 국영기업에 가까웠다. 한때 최대한 신속하게 민영화한다던 정부의 약속이 어그러지면서 논란을 겪기도 했다.  
 
이후 예보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을 상당 부분 털어내며 완전 민영화 작업도 마무리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9년 6월 공적자금위원회는 우리금융에 대한 매각 로드맵을 발표했다. 2020년 6월까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을 1차 매각하고, 남은 지분은 2022년까지 2~3차례에 걸쳐 모두 매각해 우리금융을 완전 민영화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예보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와의 통화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여파로 여러 변수가 생겼지만, 2022년까지는 아직 1년8개월 시간이 남아있다”며 “시간과 금액적인 부분을 고려해야겠지만 현재로는 계획대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 주주현황
 

2010년 이후 지분 쪼개 팔면서 자산가치 떨어져

 
전문가들은 우리금융의 민영화에 대해 성공과 실패 두 가지 측면이 공존한다고 말한다. 마이너스로 평가 받는 요소 중 하나는 늘어진 민영화 작업이다. 20년이 넘는 오랜 기간 완전 민영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요소는 공적자금 회수다. 지분 매각 계획에 차질을 빚으면서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할 기회를 날렸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02~2010년까지 우리금융 지분을 정리했다. 공모와 4차례 블록세일 방식을 통해 지분율을 100%에서 58.68%까지 낮췄다. 하지만 2010년 후부턴 경영권 매각 시도에서 번번이 실패했다. 2010년·2011년·2012년에 정부 보유 지분을 일괄 매각하는 방식으로 민영화 작업과 자금 회수에 속도를 냈지만, 마땅한 투자자가 나서지 않았다. 지분 30% 이상을 한꺼번에 팔면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어 비싼 값을 받으려고 했지만, 투자자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2014년 4차 매각에선 일괄매각 방식을 벗어나 지분을 쪼개 파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예보 관계자는 “당시 공적자금에 대한 가치를 올려 받기 위해 한꺼번에 지분을 매각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자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2016년 5번째 매각에서 정부는 우리금융 지분을 4~8%로 나눠 과점주주에 매각했다. 이때 우리금융 지분을 인수한 곳이 IMM프라이빗에쿼티·한화생명·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동양생명·미래에셋자산운용·유진자산운용 등이었다.
 
2007년 블록세일을 통해 정부가 우리금융 지분을 1주당 2만2750원에 매각했는데, 이 가격에 예보가 보유한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면 더 많은 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후 우리금융의 주가는 하락세를 기록하며 2021년 4월 30일 종가는 1만700원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에 대한 긍정적인 해석은 비교적 성공적인 자금 회수 부분이다. 크게 손해 보지 않았고 대부분의 자금을 회수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예보가 회수한 자금은 약 11조4000억원으로 회수율은 89.1% 수준이다. 예보가 현재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은 15.25%(약 1억1014만주)다. 최근 시세(4월 30일 기준 종가, 1만700원) 수준으로 처분한다고 가정하면 약 1조2000억원의 자금 거둬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적자금의 98.4%를 회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다른 긍정 평가 요소로는 기업의 ‘자립’을 꼽을 수 있다. 부실을 털어내고 우량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우리금융은 2018~2020년까지 3년 연속 2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20년 우리금융의 영업이익은 2조803억원, 당기순이익은 1조5152억원으로 집계됐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우리금융의 최근 수익·비용 등 모든 측면이 개선됐고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우리금융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이 기간이나 자금 회수 부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우리금융 민영화 일지

부실 상품 판매로 중징계 받아…신뢰 다시 높여야

 
하지만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것은 부담 요소다. 손 회장은 지난해 2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판매 문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성 ‘문책 경고’를 받았다. 우리금융 이사회가 이를 무릅쓰고 손 회장의 연임을 결정했지만, 1년여 만에 또 중징계(문책 경고)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손 회장이 우리은행장이었던 시절 라임펀드의 부실을 인지했으면서도 투자자들에게 부당하게 팔았다고 판단해 중징계를 결정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금감원 제재심의 문책 경고는 확정된 것이 아니다. 최종 결정이 남아있다”며 “이번 징계는 과거 은행장 재임 시절 관련된 것이어서, 현재 회장 직무를 수행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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