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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증시 맥짚기] 기업 호실적에도 주가 불확실성 여전

금융·에너지·철강·화학 등 기업 1분기 실적 급성장
이익 증가율 둔화 시기에 주가 하락할 수도

 
 
서울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1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됐다. 성적은 기대 이상이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지난해 1분기에 비해 각각 101%, 203% 늘었다. 코스피에 속한 기업 중 67%가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내놓을 정도였다. 미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기업 중 이익이 예상보다 좋지 않았던 기업 대비 예상보다 좋았던 기업의 비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금융과 에너지, 철강, 화학 등 소재 산업에 속해 있는 기업들의 이익이 특히 좋았다. 이는 인플레와 경기 회복 그리고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익 증가에 큰 역할을 했다는 의미가 된다. 은행의 이익은 연초 이후 국내외 금리 상승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금리 상승으로 은행의 가장 큰 수익원인 대출과 예금금리 간 격차가 커졌기 때문이다. 보험도 사정이 비슷했다. 보험사들은 보상 주기에 맞추기 위해 장기채권을 많이 가지고 있다. 과거 금리가 높은 때 팔았던 상품은 금리가 떨어져도 약정된 금액을 줘야 하므로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금리가 올라가면서 그 규모가 줄었다. 증권은 주식시장 활황 덕분에 이익이 크게 늘었다.  
 
에너지, 철강, 화학업종의 이익 증가는 특수 요인이 상당 부분 역할을 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자 기업들이 생산을 크게 줄였다. 경제가 얼어붙어서 물건을 만들어 봐야 팔리지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반기에 재정 투자 확대로 경제 상황이 개선되어도 생산을 늘리지 않고 재고를 털어내는 데 주력했다. 그 덕분에 1분기에는 생산과 재고에 따른 비용이 줄어든 반면, 수요 증가로 제품 가격이 올라 이익이 많이 늘어날 수 있었다.
 
2분기에 들어오면서 이런 일방적 관계가 약해졌다. 1분기에 우리나라 수입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가까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이어서 원자재 가격이 높았기 때문에 올해 물가 상승률이 낮았다. 4월에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하더니 5월에는 급기야 수입물가가 15% 넘게 상승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수입물가 상승은 기업들의 매출원가 상승을 촉발해 마진을 줄이는 요인이 된다. 그래서 인플레와 기업 이익이 관계를 보면 물가가 오르는 초기에는 이익이 늘어나지만, 인플레 압력이 높아질 경우 이익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일시적인 이익 증가보다 장기적인 물가상승이 주가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과거 기업 이익 증가율 정점찍고, 주가는 상승 멈춰

 
1분기 이익이 증가한 영향으로 향후 이익에 대한 전망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한 달 전에 비해 2분기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가 6.8% 증가한 33조5000억원을 기록할 정도다. 이익 전망치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건 긍정적이지만, 이익 증가율이 정점을 지날 경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문제다. 지난해 하반기에 이익의 절대치가 커졌기 때문에 1년 전 이익과 비교한 증가율은 1분기나 늦어도 2분기에 정점을 친 후 빠르게 둔화할 텐데 이 경우 주가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10년 1분기에 순이익이 전년보다 258% 늘어나 역대 최대 이익 증가를 기록했다. 이익 규모는 이후 1년간 계속 늘었지만, 증가율은 현저히 둔화했다. 주가는 이익 증가가 정점을 친 후에도 25% 정도 더 상승했다. 2017년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3분기 이익 증가율이 최고점을 기록한 후 주가가 곧바로 하락으로 바뀌어 1년간 20% 넘게 떨어졌다.  
 
2010년은 주식시장이 금융위기 이후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이익 증가가 정점을 기록한 1분기에 주가가 최저점에서 80% 정도 상승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금융위기 이전 최고점보다는 300포인트 낮은 상태였다. 최고점과 주가 사이에 차이가 커 추가 상승 여지가 남아있었다. 반면 2017년은 이익 증가가 최고점에 도달하는 시점에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적이 조금만 변해도 주가가 요동을 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기업실적은 두 경우의 특징 모두를 가지고 있다. 2020년 3분기에 이익 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돼 올해 1분기에 큰 폭의 증가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2010년 1분기와 상황이 비슷하다. 반면 주가가 이미 최고치를 돌파했다는 점에서는 2017년과 비슷하다. 주가가 어떤 한쪽과 똑같이 반응하지는 않겠지만, 신경 쓰이는 변화인 게 분명하다.  
 
앞의 두 경우를 포함해 그동안 이익과 주가의 관계를 보면 이익 증가율이 높아지는 동안에는 주가가 연간 평균 15% 정도 상승하지만, 이익 증가율이 낮아지면 상승률이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익의 역할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인데 하반기에 이익의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점을 고려하면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테이퍼링 언급됐지만 주가 영향 크지 않아

 
4월 연준의 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에서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테이퍼링이 거론됐다. 아직 확정된 게 없지만, 연준의 공식문서를 통해 처음 공론화가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테이퍼링 가능성이 언급된 후 주가가 상승한 반면, 금리는 하락했다. 상황상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게 맞는데 연준이 계속 부인하니 시장에서는 갑자기 긴축이 시작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 테이퍼링 언급을 계기로 이 우려가 사라졌기 때문에 주가가 오른 것이다. 이런 반응은 연준보다 시장이 주도했다. 2013년에 연준이 갑자기 테이퍼링 가능성을 끄집어내 주가가 한꺼번에 15% 넘게 하락한 경험이 있는데, 이번에는 시장이 사전 경고를 통해 이런 악영향을 차단한 것이다.  
 
일시적 반응이 끝난 후 주식시장은 테이퍼링을 포함한 긴축정책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2014년에 테이퍼링이 시작되고 유동성 공급이 완전히 종료될 때까지 1년이 가까이 걸렸다. 테이퍼링 시작과 함께 유동성 공급이 갑자기 중단되는 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규모를 줄여나가기 때문이다. 앞선 사례에 비춰 볼 때 5월에 테이퍼링을 공식화하더라도 실제 시행은 내년 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유동성 공급이 완전히 멈추는 건 내년 말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금리 인상은 테이퍼링이 끝나고 1년이 더 지난 후에야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보면 테이퍼링이 공식화되더라도 당장의 자금 공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문제는 테이퍼링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압박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고 1년 동안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5년간 공급한 돈보다 많은 유동성을 시중에 풀었다. 그 덕분에 주식을 비롯한 자산 가격이 크게 올랐다. 가격을 끌어올린 동력이 금리와 돈인 만큼 주식시장은 유동성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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