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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희 테크&라이프] 에어태그가 세상 곳곳에 뿌려지는 날?

에어태그 통해 디지털 세계와 실제 이어줄 접점 마련
실제와 디지털 세계의 통합…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높아질 것

지난 1월 삼성전자가 론칭한 위치 관리 액세서리 '갤럭시 스마트태크'. [사진 삼성전자]
집을 나서는데 차 열쇠가 눈에 띄지 않거나, 지난 밤 술을 거나하게 마신 뒤 신용카드가 들어 있는 지갑을 어디 두었는지 기억 나지 않는다면 답답하다. 소파 사이를 헤집으며 물건을 찾다 보면, 알람을 울려 자기 위치를 스스로 알려주는 기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이런 물건은 이미 시중에 나와 있다. 미국 스타트업이 ‘타일’이라는 동전 모양의 작은 기기를 내놓았고, 삼성 역시 올해 초 ‘스마트태그’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물건을 선보였다. 아끼는 물건에 달아 놓으면 분실했을 때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최근 애플이 소문만 무성했던 사물 위치추적용 액세서리 ‘에어태그’를 내놓으면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에어태그는 지난 4월 애플 신제품 발표 이벤트에서 M1칩 맥북이나 미니LED를 채택한 아이패드 사이에 묻혀 조용히 공개되었다. 큰 틀에서 타일이나 스마트태그와 모양이나 기능에서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아이폰과 맥북, 애플워치 등 10억대의 기기로 이뤄진 네트워크를 통제하는 애플이 내놓은 만큼 그 파급력은 더 크리라 예상된다. 더구나 애플은 이미 있는 기술을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통합시켜 대중화하는 데 발군이다. 이 작은 물건이 작지 않은 변화를 일으키리라는 기대가 크다.  
 

현실과 디지털 세계의 접점, AR 도입 앞당긴다

 

에어태그는 잃어버린 물건의 위치를 추적해 찾아 준다. 무선 이어폰을 아이폰과 페어링하듯, 에어태그를 아이폰에 연결하면 자신이 가진 애플 기기의 위치를 알려주는 ‘나의 찾기’ 앱에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에어태그가 달린 물건이 블루투스 범위 안에 있다면 에어태그에서 알람이 울리게 할 수 있다. 
 
2019년 출시된 아이폰11 이후 모델 사용자라면 훨씬 정밀하게 물건 위치를 찾아갈 수 있다. 이들 기기에는 단거리, 고대역폭 저전력 무선 초광대역(UWB, Ultra Wideband) 기술을 적용한 U1 칩이 있기 때문이다. 최대 30cm 오차 범위 안에서 물건의 위치를 찾아낼 수 있어 블루투스보다 정밀하고, GPS와 달리 실내에서도 제약이 없다. 잃어버린 열쇠 고리가 거실 소파 쿠션 밑에 있는지, 탁자 옆에 있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다. 휴대폰 화면에는 큼직한 화살표가 표시되어 방향을 안내한다.
 
물건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잃어버린 것 같다면 ‘분실 모드’로 돌리면 된다. ‘나의 찾기’ 네트워크에 등록된 기기를 가진 다른 애플 사용자가 에어태그를 발견하면 에어태그 소유자에게 연락할 수 있다. 
 
애플이 공개한 홍보 영상에는 소파 틈새로 빠진 열쇠를 정밀 탐색 기능으로 찾는 장면이 나온다. 유용해 보이기는 하지만,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목적만을 위해 굳이 제품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생각도 든다.
 
애플이 에어태그 같은 제품을 만든 이유는 아마도 오프라인 세계의 구조를 디지털 방식으로 이해하기 위한 수단을 마련하려는 것일 터다. 사물인터넷(IoT)이나 증강현실(AR)을 구현하기 위해 디지털 세계와 실제 세계를 이어줄 접점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30년 사이 PC와 인터넷 보급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디지털 세상이 확대되었다. 이어 사용자와 항상 함께 있고 위치 인식이 가능한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현실과 디지털 세상의 만남이 가능해졌다. 위치 정보에 기반한 길찾기, 쿠폰, 배달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제 현실 세계의 사물 위에 디지털 정보를 덧입혀 보여주는 AR이 차세대 컴퓨팅 환경으로 주목받고 있다. 모든 기기와 센서가 네트워크에 연결되고 정보를 주고받는 IoT가 가져올 변화도 크다. 이는 오프라인 세상과 온라인 세상의 본격적 결합을 의미한다.
 
현장 작업자의 AR 고글에 상황에 맞는 작업 매뉴얼이 디지털 정보로 보인다면 편리하지 않겠는가? 네트워크에 연결된 물건들이 사용자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꼭 맞는 타이밍에 제공한다면? 
 
이런 기능을 구현하려면 세계에 대한 정밀하고 정확한 이해가 필수다. 물건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그 기본이다. 사람과 물건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공간’ 자체가 디지털화되어 컴퓨팅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애플은 에어태그를 공개하며 이런 장기적 비전은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오직 잃어버린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하나의 명확한 가치만 강조한다. 하지만 (애플 제품으로선 비교적) 저렴한 에어태그가 여기저기 뿌려진다면, 일상 공간에 대한 디지털 정보 확보의 첨병 역할을 하리란 점은 짐작 가능하다. 사용자가에어태그에 붙이는 이름 정보만으로도 오프라인 세상을 디지털 방식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애플이 온오프라인 경험을 통합한 생태계 구축을 원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애플이 AR 헤드셋과 AR 안경을 2022년과 2025년을 목표로 개발 중이란 전망도 나왔다.
 
2020년 나온 아이폰12에 탑재된 ToF(time of flight) 센서도 이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ToF 센서는 빛을 쏜 후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사물의 위치와 거리, 움직임, 깊이감까지 인식할 수 있다. 어두운 곳에서도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피부에 와 닿는 장점이지만, 현실에 대한 디지털 지도를 정확히 그려내 AR의 품질을 높이는데도 유용하다.
 
자율주행 차량이 주변 정보를 파악하는데 쓰는 라이다 센서와 같은 원리다. 실제로 애플은 ToF 센서를 라이다 센서라 부른다. 온오프라인 정보를 통합하려는 애플의 시도는 당연히 애플이 만드는 자동차, ‘애플 카’와도 연결될 것이다.  
 
지난 4월 30일 애플이 정식 출시한 사물위치 추적용 기기 에어태그. [사진 애플코리아]

프라이버시 위험 괜찮을까?

 
물론 물리적 세계가 디지털 세계와 통합된다는 것은 프라이버시가 또 한 걸음 후퇴한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에어태그는 최고의 스토킹 도구가 될 수도 있다. 누군가의 가방 속이나 차 좌석 밑에 슬그머니 넣어두면 된다.  
 
에어태그가 3일 이상 본체와 연결되지 않으면 경고음을 울리는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은 있다. 하지만 3일은 범죄가 일어나기 충분한 시간인 데다, 알람 소리는 작아서 잘 들리지 않을 수 있다. 괴롭히는 사람이 가족 등 공간을 공유하는 가까운 사이일 경우에도 무용지물이다.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자신을 추적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에어태그가 주변에 있는지 폰에서 알려주는 기능을 쓸 수 없다.
 
프라이버시 우려, 분실물 찾기 등 핵심 가치에 대한 소비자 선택 등의 장애물을 일단 넘으면 에어태그는 현실을 디지털화 하는 작업을 가속화하는 촉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태그들이 뿌려질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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