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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취임 3년, LG가 변했다④] ‘고객 맛집 LG’…新 조직문화 구축

질적 변화‧민첩함 등 고객 맞춤 조직 ‘구축’
반바지‧슬리퍼 허용한 완전 자율복장 적용
“격식‧관행 혁파한 수평적 소통” 평가도

 
 
 
 
 
“질(質) 경영, 애자일(agile·민첩한), 디지털 전환.”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꼽은 올해 3대 경영 과제. 이들 과제를 관통하는 단어는 '고객'이다. 고객이 체감할 정도의 질적 성장, 보다 빠르게 고객 요구에 부응하는 민첩한 조직, 고객 맞춤형 사업모델을 발굴하는 디지털 전환 등 고객 감동 실현을 위한 과제들이다. 취임 이후 3년간의 신년사에서 고객이란 단어를 무려 '88차례'나 언급할 정도로 고객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구 회장이 고객을 팬으로 만들기 위해 조직문화 혁신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20년 2월 서울 서초구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에 설치된 의류관리기의 고객편의성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LG]

70년 이어온 고객 가치 극대화할 조직문화 구축

 
재계 등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해 12월 LG그룹 내 최고경영진 40여명과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올해 질 경영, 애자일, 디지털 전환 등을 중점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한 달간 진행된 사업보고회 내용 등을 토대로 이들 과제를 도출한 것이다.  
 
구 회장이 정의한 질 경영은 그룹의 성장 방식을 지속 가능한 고객 기반 확대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양적 성장이나 단순 수익성 중심의 질적 성장이 아닌, 지속성 있는 고객 기반과 데이터 등 미래 성장 자산을 적극적으로 쌓아 사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매출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의 구심점이 고객이란 얘기다.  
 
애자일 조직문화 역시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LG그룹은 애자일 조직문화를 통해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석유화학 고부가 제품, 전지, 5G(5세대 이동통신) 등 주력 사업의 고객 기반 및 제품 포트폴리오를 더욱 공고히 할 방침이다. 연구개발, 상품 기획 등의 전문 인력을 보강해 최고경영진 주도로 주요 사업 전략을 보다 민첩하게 실행한다는 것이다.  
 
조직문화에 품질, 환경‧안전 등을 체화하는 전략 역시 마찬가지다. 조직문화에 품질, 환경‧안전을 체화해 기본에 충실하고 이를 통해 고객 가치 훼손을 방지하는 것이 목표다. 이와 관련 구 회장은 “내 가족이 쓰는 제품, 내 가족이 일하는 곳이라는 생각으로 구성원 개개인이 책임감을 갖고 임해 나가자”며 “이를 위해 사장단부터 솔선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디지털 전환 과제의 핵심도 고객이다. 데이터와 디지털 전환 등을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구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세분화)’을 통한 ‘고객 인사이트(통찰)’ 발굴과 맞닿아 있는 과제다.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더욱 개인화되고 소비 패턴도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고객 요구에 숨겨진 마음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이를 두고 재계 등에선 “구광모 회장이 선대 회장들이 강조해온 고객 가치를 계승하는 가운데 급변하는 고객 요구를 발굴‧충족시키기 위한 조직문화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 회장이 고객 중심의 LG그룹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디지털‧AI(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고객 가치 실현 등에 대한 세분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구 회장은 지난 1월 임직원에게 보낸 디지털 영상 신년사에서 “2년 전 앞으로 LG가 나아갈 방향이 역시 고객에 있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과거 7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오늘의 LG를 만들어 준 근간이자 LG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도 결국 고객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AI‧빅데이터 등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제품‧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단순 고객 가치를 넘어 고객 감동을 실현시킬 세부 전략을 강조한 것이다.  
 
구 회장의 고객 감동 실현 전략에 맞춰 LG의 AI 전담조직인 LG AI연구원은 지난 5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확보와 개발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상위 1% 인간 전문가’ 수준의 역량을 보유한 ‘초거대 AI’ 개발로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혁신해 고객 가치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고객만 감동시킬 수 있다면…“반바지에 슬리퍼도 OK”

 
특히 LG그룹은 지난주부터 완전 자율복장제도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율복장제도에 ‘반바지‧슬리퍼 등은 지양해 달라’는 문구를 삭제해 사실상 완전 자율복장을 허용한 것이다. 자칫 형식적인 제도로 그칠 수 있는 자율복장제도를 혁신시켜 실제 직원들의 자율복장을 유도한 것이다.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취임 이후 줄곧 격식과 관행 등에 얽매이지 않는 행보를 보였다. 별도의 취임식도 없었고, 취임 이후 임직원에게 자신을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도 있지만, 지난해부턴 신년 메시지가 담긴 영상으로 시무식을 갈음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이 확실히 젊은 총수답게 직원들과 수평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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