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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팔려라”… 본입찰 D-1, ‘요기요’ 복잡한 속내

본입찰 마감 두 차례 연기…매각 기한은 8월2일
쿠팡이츠 추격…DH에 매각대금 주는 기형적 구조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배민과 요기요 배달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배달앱 2위. 요기요가 새 주인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예정됐던 본입찰 일정이 한차례 연기된 데 이어 또 다시 연장된 것.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데 이대로라면 추가 연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요기요 운영사인 독일 배달 플랫폼 딜리버리히어로(DH)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독점 구조’를 막겠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 방침에 따라 배달앱 1위인 배달의민족을 얻기 위해선 요기요를 어떻게든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은 매각 기한은 2개월 남짓.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본입찰 기간만 2주…유력 후보자 없어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요기요 본입찰 마감 일정이 당초 예정된 날보다 두 차례 연장돼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는 내일(30일)까지 인수전 참여를 희망하는 업체들의 인수의향서(LOI)를 받을 예정이다. 통상 본입찰이 예비입찰 이후 하루 만에 진행하는 것과 달리 요기요의 경우 본입찰 기간만 약 2주로 늘어난 셈이다.  
 
업계에선 사실상 인수 후보자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2월 요기요 매각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대기업은 물론 카카오, 네이버 등도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됐지만 적극적으로 인수를 추진하는 곳은 없었다.
  
요기요 BI [사진 연합뉴스]
 
신세계 이마트 유일한 전략적 투자자(SI)로 관심을 보였지만 최근 이베이코리아를 3조4000억원에 안으면서 완주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신세계는 SSG닷컴을 통해 요기요 실사까지 마쳤지만 현재 본입찰을 앞두곤 참여를 유보한 상황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라스트마일 서비스 역량 강화를 위해 요기요 인수를 들여다봤다”면서도 “아직까지는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요기요 투자설명서(IM)를 수령한 롯데를 강력한 인수 후보로 꼽는다. 롯데가 요기요를 인수하면 자체 배달앱인 ‘롯데이츠’와의 시너지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을 놓고 신세계에 밀린 뒤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롯데는 한 발 뺀 뒤 관망하는 모양새다.  
 

점유율은 떨어지는데…몸값만 2조?  

거론되는 후보자들이 이런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요기요가 그만큼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어서다.  
 
우선 경쟁력 대비 지나치게 높은 몸값이다. DH 측이 애초 제시한 요기요의 몸값은 최대 2조원. 인수 후보자들은 매각 초기 1조원대 수준으로 평가했지만 최근 쿠팡이츠 점유율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1조원 밑으로 부르는 곳도 나오고 있다.  
 
요기요의 시장 점유율은 거래액 기준 17.9%로 배달 업체 중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66%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쿠팡이츠가 13.6%로 요기요를 쫓는 상황이다.  
 
요기요가 사실상 2위지만 업계에선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쿠팡이츠의 상승세를 볼 때 순위가 뒤집히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쿠팡이츠는 단건배달 시장을 개척하면서 점유율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송파‧강남 일대에선 이미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 점유율을 넘어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요기요에 2조원의 가치를 부여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요기요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누적 매출 약 3167억원, 누적 영업손실은 694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 470억원을 기록하면서 반전을 이루긴 했지만 여전히 수익구조가 불안하다는 시각이 많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요기요를 인수하면 당장 시장 2위로 올라설 순 있지만 언제 쿠팡에 뒤집힐지 모를일”이라며 “요기요가 현재 배달시장 트렌드인 단건 배달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물류시스템, 라이더 채용 등 신규 투자 비용도 상당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요기요의 독특한 매각 상황도 부담요인이다. 요기요 인수는 공정위의 독과점 해소 명령이 배경이다. DH가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을 품에 안기 위해 2위인 요기요를 파는 상황이라 원매자는 DH 측에 자금을 전달할 수 밖에 없는 기형적 구조다.  
 
경쟁업체에 1조~2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수혈해 준 뒤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해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게다가 요기요 관련 핵심 정보나 사업노하우를 이미 DH 측에서 파악하고 있는 상태다. 고객데이터는 물론 배달 주문 건수와 주문 알고리즘 등 주요 정보가 모두 DH 측에 알려져 있다는 게 상당한 핸디캡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2들을 인수하기 위해 1등에게 조 단위 몸값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원매자들에겐 불편한 선택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커지는 불발 가능성, 분리매각 시나리오도  

업계에선 매각 시한이 임박하면서 불발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요기요 매각의 1차 시한은 8월 2일이다. 이 협상 시한을 감안하면 7월 초 정도에는 인수 후보자 윤곽이 나와야한다. 다만 이 기간 내 매각이 성사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면 최대 6개월의 매각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사모펀드의 액시트다. 신세계 외에 적격인수후보로 거론됐던 MBK파트너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 베인캐피털 등 PEF에 넘어간 뒤 되팔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나란히 부착된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광고. [사진 연합뉴스]
 
DH 측에서 ‘분리 매각’을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현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운영하는 회사는 ▲요기요 ▲공유주방 ‘셰플리’ ▲자체 배달 서비스인 ‘요기요 플러스’와 ‘요기요 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푸드플라이’ 등이다. 이 밖에 배달대행사 바로고 지분을 약 27% 보유 중이다.  
 
DHK가 운영하는 사업을 분리해 매각한다면 요기요 인수자금을 낮추는 것은 물론 인수 희망업체 폭도 더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DH 입장에선 조건이 유리한 통매각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뚜렷한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기한이 다가오면 어떤 식으로든 속도가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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